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하) - 편저자 : 강효석, 역자:권영대, 이정섭, 조명근
1. 예론이 당쟁으로
천문을 잘보아 경술년 기근을 재상에게 당부한 김시진
김시진(?~?)의 본관은 경주고 자는 백옥, 호는 반고다. 좌의정을 지낸 김명원의 증손이다. 인조 22년(1644)에 정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검열, 지평을 거쳐 전라도 관찰사, 한성부 좌윤, 수원 부사 등을 역임했다.
천성이 강직하여 편당을 만들어 옳고 그름이 뒤바뀌는 세상에 대해 불만이 많고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흔히 따돌림을 받았다. 그러나 신축년에 큰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국 연지방에서 사건이 일어날 것을 예언했는데, 바로 그 해에 청나라에 국상이 일어났다. 또 을사년에 하늘에 살별(혜성)이 나타났을 때, 10년 후에 중국에 병난이 일어날 것을 예언했는데 갑인년에 과연 오삼계에 의한 삼번의 난이 일어났다.
언젠가 김시진은 정태화를 보고 다음과 같은 말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경술년(1670)이 돌아오면 큰 기근이 들어 많은 사람들이 죽을 터인데 그 때 상공께서는 그들을 구제할 방안이 있습니까?" "그런 것이 아니오라 그 때 저는 이미 이 세상에 없게 될 테니 저의 걱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하는 말씀이지요."
현종 11년 경술년(1670)이 되자 과연 전국에 큰 기근이 들어 굶어 죽는 사람이 팔도에서 속출하는 사태가 생겼으며, 김시진은 3년 전인 1667년에 이미 죽고 없었다. 이런 일이 있은 뒤로 정태화는 김시진의 예언에 감탄한다는 말을 자주 하였다고 한다. 김시진은 언젠가 바위틈에 꼬부라져 자란 소나무를 보고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바위틈에 자라나는 외로운 저 소나무 나이도 들었지만 게다가 꼬부라졌네 언제쯤이면 하늘 끝까지 죽죽 자라 햇빛을 가리우는 저 구름을 쓸어낼까
자라나는 소나무마다 기둥감을 기약하랴 오직 귀한 것은 곧은 마음 지니고 추운 이 겨울에 푸르름을 지님일세
이 시를 본 사람은 지은이의 마음이 잘 실려 있다는 평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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