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 강효석
4. 사림파의 수난
세도가의 상납 요구를 떳떳하게 물리친 김렴
김렴의 본관은 상산이고, 자는 달원, 호는 삼휴당이다. 명종조에 진사시에 합격하고 이어서 문과에 급제하여 예문관 검열로 발탁되었다가 권세 잡은 신하들에게 미움을 받아 외직으로 쫓겨나 한산 군수가 되었다. 그때에 한산 고을에 괴상한 병이 있어 수령이 부임하면 번번이 죽어 나가므로 사람들이 간혹 미리 조문을 하니, 김렴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는데 한산 고을의 괴상한 병이 하늘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수레를 타고 한산 고을에 이르렀다. 그 이튿날 제단을 설치하고 귀신을 불러 글로써 타일렀더니 그 뒤로부터 근심이 끊겼고, 처음에 비웃던 자들이 신기하게 여겼다.
김렴은 언제나 청렴결백한 뜻을 잃지 않았다. 어느 귀족이 물고기와 산나물의 상납을 요구하자, 김렴이 편지로 답하였다.
"물고기는 1천 이랑의 물 밑에 놀고 산나물은 1만 겹의 산 속에 있는데 지방 장관이 된 자가 고기 잡는 어부도 아니고 나물 뜯는 아낙네도 아닌데 어떻게 구하겠소"
그리고는 벼슬을 사임하고 한 필의 말과 아이 종 하나를 데리고 떠나 천령에 이르러 시를 읊었다.
말은 시끄러운 속세의 길에서 미끄러지고 비는 푸른 산 구름 떠 있는 곳으로 돌아오네
이에 호미를 메고 가던 농부가 문득 화답하였다.
초야에 묻혀 있음이 조정에 있는 것보다 나으니 흰 구름과 벗하기를 그대에게 바라오
그는 드디어 벼슬할 생각을 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