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 강효석
4. 사림파의 수난
누이동생 난정을 미리부터 멀리했던 정담
정담의 호는 구재이고, 청계군 정윤겸의 서자이며 찬성 정종영의 서숙이다. 그의 동복 누이 난정이 윤원형의 첩으로 계교를 부려 문정왕후의 명으로 부인에 봉해졌다. 난정이 정실로 자처하고 나서자 다른 사람들 또한 화를 당할까 두려워서 감히 말을 하지 못하였다. 정담은 누이인 난정의 그러한 짓들이 기필코 화의 빌미가 될 것임을 미리 짐작하고 스스로 소원하게 지내면서 청탁하러 왕래하는 일이 없었다. 또 살고 있는 집의 대문 안에 양의 창자처럼 꼬불꼬불한 담장을 쌓아 뚜껑이 달린 가마가 드나들지 못하게 하였기 때문에 난정이 또한 가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드러나게 거절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누이와의 인연을 끊겠다는 마음만은 깊이 자리잡고 있었던 터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윤원형이 패망하고 난정이 죽는데 이르렀지만 정담은 연루된 바가 없었다. 정담은 문장에 능숙하고 고금의 이치에 통달하였으며 '주역'의 이치를 깊이 알아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마음을 지녔으므로 사람들이이 때문에 그를 더욱 현명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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