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 강효석
3. 왕도정치의 시작
돌부처에 미혹된 자들을 깨우친 이인형
이인형(1436-1497)의 본관은 함안이고, 자는 공부이다. 세조 14년(1468)에 진사를 거쳐 문과에 장원급제하고 벼슬은 대사헌에 이르렀다.
일찍이 금산군수로 있을 적의 일이다. 성종 13년(1482) 무렵에 개령현 송방리에 사는 어떤 사람이 밭을 갈다가 오래되어 눈, 코, 귀, 입이 모두 마모된 돌부처 하나를 얻어, 이를 밭가에방치해 두었다. 우연히 천식증을 앓는 사람이 그 돌부처에 절을 하고 나서 병을 고쳐 영험이 있다고 여기게 되었고, 어떤 사람은 "빛이 비치었다"고 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남자 여자가 분잡하게 이르고 쌀, 베, 종이, 돈, 향, 초, 꽃, 과일을 가지고 오는 자가 밤낮 끊이지 않았다. 어떤 중이 와서 향화를 주관하자, 시주자가 기와집을 짓고 또 큰 사찰을 짓고자 하였다. 사족의 부녀들도 친히 와서 기도하고 개령현감, 금산훈도가 모두 그 아들의 병을 낫게 해 달라고빌기도 하고 혹 자식을 점지해 주기를 빌기도 하였다. 이때 이인형이 그 소문을 듣고 유생 및 사령군사를 보내어 그 중과 시주자를 잡아 쫓아 버렸다. 이를 문간공 김종직이 시로 축하하였다.
쑥대밭에 버려진 지 몇 해나 되었던가 미련한 돌덩이가 무슨 신이 있으랴 처음에는 나무 거사가 먹이 구하는 것 같더니 점차로 돈 부수는 지방 사인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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