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 강효석
1. 창업의 문
중이 되어 왕좌를 양보한 효령대군
효령대군(1396-1486) 보의 처음 이름은 우, 자는 선숙이며, 태종의 둘째 아들이다. 세종이 성덕이 있다고 하여 맏아들인 양녕대군은 자기의 세자 자리를 양보하려고 일부러 방탕한 행동을 하였고, 효령대군은 궐내에 있었다. 양녕대군이 저녁에 효령대군의 처소에 가보니 그는 촛불을 환히 켜고 글을 읽고 있었다. 양녕대군이 그의 귀에 대고 속삭여 물었다.
"너는 내게 병이 있다는 것과 충녕(세종)에게 성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너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양녕대군이 묻자 효령대군은 합장을 하며 말했다. "이밖에 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양녕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갔다. 이튿날 새벽에 효령대군이 합장을 하고 벽을 향해 앉아 있는 것을 본 궁녀가 임금에게 보고를 드렸다. 이 보고를 받은 태종이 깜짝 놀라 직접 가서 효령에게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꿈에 부처님이 와서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나의 제자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으로써 마음을 정하였습니다"
태종은 놀랍게 여기고 돌아갔다. 이후부터 효령대군은 항상 불상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예법을 갖추었다. 맏형인 양녕대군이 술과 고기를 즐기자 어느 날 효령이 정색을 하고 말하였다.
"큰형님, 술과 고기를 끊으세요" 양녕대군이 웃으며 대답했다. "살아서는 왕의 형이고 죽어서는 부처님의 형이 될 텐데 이 어찌 기쁘지 않겠느냐?"
효형은 절에 들어가서 하루종일 북을 쳤다. 어찌나 많이 쳤던지 북맨 가죽이 하얗게 일어났다. 그래서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물건을 가리켜 '효령대군 북가죽'이란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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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6-07 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