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이 북산을 보며 웃네 - 역사 속으로 찾아가는 죽음 기행 : 맹란자
제8장 화려항 명성, 처참한 최후
애첩의 자살 - 양귀비 / 우미인
장한가의 주인공 양귀비 치세를 잘하던 당나라 현종은 원헌왕후와 무혜비가 차례로 죽자 깊은 슬픔에 빠져 정사도 등한시하게 된다. 이에 환관 고력사는 여산에 있는 온천궁으로 임금이 행차할 적에 양귀비를 수행토록 하게 했다. 계획한대로 양귀비의 미색은 현종의 눈에 띄게 되었고, 현종은 그녀를 가까이 불러들이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현종의 18번째 태자인 수왕의 비가 아니던가. 자신의 며느리를 함부로 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수왕과 이혼을 시켜 며느리와의 인연부터 먼저 끊게 했다. 수왕궁을 나와 도관(도교의 사원)으로 들어가 양옥환은 여도사가 되었고(법호는 태진이었다) 절에 맡겨져 있다가 후에 궁으로 들어오니 옥환의 나이 22세, 당시 현종의 나이는 58세였다. 천하의 부모들이 아들보다 딸 낳기를 원하노라. 이런 풍자가 나올 만큼 당현종의 총애는 극진하였고 양씨 가문의 영광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라버니 국충은 재상까지 되었고, 천하의 땅은 모두 양귀비 일가에 점령이 되었다. 양국충은 제1의 실권자가 되어 재물을 탐하며 나라를 어지럽히니 이에 안록산이 반기를 들어 안사의 난을 일으킨다. 서쪽으로 장안 도성문을 빠져나간 현종 일행은 한밤중에 마외파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평소 양씨 일문에 불만이 많았던 근위병들은 행진을 멈추고 더는 나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군사들은 우선 말 위에 있는 양국충을 활로 쏘아 떨어뜨렸고 잇달아 양귀비의 언니인 한국 부인과 진국 부인을 차례로 죽였다. 그리고 현종의 거처를 에워싸고 양귀비의 처단을 요구하였다. 밖에서는 고함치는 병사들의 성난 목소리가 드높았다. 분위기를 간파한 환관 고력사는 현종에게 귀비를 떼어놓을 수밖에 없음을 아뢰고 처단의 결심을 촉구한다. 귀비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있다면 내가 귀비를 총애한 것이 죄이지. 현종은 뇌까리면서 하는 수없이 고력사에게 귀비에게 죽음을 내렸다는 뜻을 병사에게 전하라 고 말한다. 왕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귀비와의 마음 아픈 작별의 순간이 왔다. 그러나 그 순간도 길지는 못했다. 고력사는 양귀비를 작은 불당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거기에서 흰 명주천으로 목을 매어 자결케 했으니 그녀의 나이 38세. 당 현종을 모신 지 16년째가 되는 해였다고 한다. 시인 백낙천은 이들의 비극을 <장한가>에 담았다. 끝 구절은 이러하다.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주고 받은 맹서. 하늘에선 비익조가 되고 땅에는 연리지가 되고자 높은 하늘, 넓은 땅도 다할 때가 있을지언정 두 사람의 서러운 한은 끝없이 면면하리라.
항우와 우미인의 죽음 장기판의 한왕과 초왕처럼,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는 2년을 넘게 전쟁을 하고 있었다. 서로들 지친 끝에 정전협정을 맺고 천하를 양분하여 동은 항우. 서는 유방이 영유한다고 정했다. 항우는 즉시 귀국길에 올랐다. 이때 장량과 진평의 계략으로 유방은 협정을 위반하고 즉시 항우를 추격했다. 항우의 군대는 해하에 머물고 있었으나 식량도 이미 떨어지고 전력은 저하되어 있었다. 무범자 유방에게 항우는 포위 당해 버렸다. 날이 어두워지자 사방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소리에 항우는 크게 놀란다. 한은 이미 초를 점령 하였단 말인가? 한군에 초인이 많기도 하구나! 그날 밤 항왕은 일어나 장막 안에서 술을 마셨다. 항우는 우라는 미인을 언제나 곁에 두었으며 추라는 준마를 타고 다녔다. 처연한 심정으로 그는 시를 지어 읊었다.
산도 뽑던 그 힘! 세상을 뒤덮던 그 기세 (역발산혜 기개세) 때가 불리하니 추도 달리지 않는구나 (시불리혜 추불거) 추야, 너도 달리지 않으니 내 무엇을 하겠는가? (추불서혜 가내하) 우야 우야! 너는 어찌 될것인가? (우혜우혜 내약하)
항왕은 노래를 되풀이하여 불렀고, 우미인은 이에 화답을 하였다.
한나라가 이미 초 땅을 덮었고 사면은 온통 초나라 노래인데 대왕은 의기조차 이미 다하니 내 구차히 살아서 더 무엇하리이까.
눈물이 그녀의 뺨을 흘러내렸고, 곁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흐느끼며 얼굴을 들지 못하였다고 <사기>는 전하고 있다. 우희는 어렵게 노래를 마치고 항우의 옆구리에 찼던 칼을 뽑아 자신의 목을 찔러 자진하고 말았다. 그 후 우미인의 무덤 위에서는 예쁘고 가녀린 꽃이 피어 났다. 우희가 자살할 때 흘린 피에서 빨간 꽃이 피었다고 하는데 이것을 우미인초라 하기도 하고 혹은 개양귀비라 부르기도 한다. 항우는 사태가 틀린 것을 알고 죽기를 결심하고 나가 싸웠다. 그가 혼자서 죽인 한군만도 수백 명이나 되었다. 그러나 그 역시 여러 군데에 상처를 입었다. 한나라의 여마동이 눈에 띄었다. 너는 나의 옛 부하가 아닌가? 내 머리에 현상금이 걸렸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너에게 덕을 베풀겠다. 항우는 스스로 자기의 목을 쳐 죽고 말았다. 한군의 병사들이 항우의 시체를 놓고 서로 다투니 손과 발이 떨어져나갔다. 그의 나이 서른한 살. 사면초가는 장량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한나라의 참모 장량이 초나라 노래를 알고 있는 군인들을 시켜 초가를 부르게 했던 것. 그래서 중국천하는 한왕 유방의 손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양귀비의 자진은 우희의 죽음과는 달랐다. 우희는 스스로 선택한 결단이었다. 여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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