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곧은 길은 굽어보이는 법이다 - 사마천
7. 하늘이 내린 명의(편작, 창공)
2) 자연에 상응해야 병이 없다(창공) 2/2
심할 열이 있는 병
한편 제나라 왕의 시종의인 수가 병이 나서 스스로 오석약을 달여 먹었습니다. 제가 그를 찾아가니 그가 말했습니다.
"제게 병이 있습니다. 한번 진찰해 주십시오."
그래서 제가 그를 진찰해 보고,
"당신의 병은 중열입니다. 의서에는 중열에 소변이 나오지 않으면 오석을 복용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또 얼굴빛을 보니 곧 종기가 생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편작이 말씀하시길 음석은 양성의 병을 낫게 하며 양석은 음성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중열이면 음석의 약제를 만들어 치료하고, 중한이면 양석의 약제를 만들어 치료하는 것입니다."
이에 제가 대답했습니다.
"그 말씀은 옳지 않습니다.
편작 선생께서 비록 그와 같이 말씀하셨지만, 반드시 자세히 진찰해야 합니다. 먼저 규격을 정하고 맥의 상태를 살피며 안색과 맥을 아울러 생각해 병을 판별해야 합니다. 그리고 맥의 음양과 기의 소장과 색맥 순역의 이치를 생각하여 병자의 상태 및 호흡의 상호 작용을 참작한 뒤에 비로소 치료 여부를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의서에 '양성의 병이 안에 들어 내열이 있으며, 음성의 병이 밖으로 나와 한기를 느끼는 경우에는 강한 약과 침을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강한 약을 복용하게 되면 사기는 물리칠 수 있지만 음울한 기운은 더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진찰법에는 '한기가 안에서 밖으로 나타나고, 열이 밖에서 들어가 안에서 섞이는 경우에는 강한 약을 써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강한 약이 들어가면 양의 기운을 움직여 그 때문에 음의 병이 약해질수록 양의 병은 더욱 현저하게 나타나고, 사기는 밖으로 돌아 경맥의 수혈에서 더욱 커지고 화가 폭발하듯이 나타나 종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제 말을 듣지 않고 자기의 방법을 고집했습니다. 결국 백 일이 지나지 않아 과연 젖 위에 종기가 생기고 이것이 젖의 윗쪽에 있는 뼈까지 들어가 죽고 말았습니다.
의술의 이론이란 큰 틀을 제시하는 요지에 불과한 것으로, 이것이 실제로 쓰이려면 반드시 자세한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서툰 의원은 미숙한 점이 적지 않아 이론의 의미를 잘 해석하지 못하며, 또한 실제의 병 치료에 있어서 과실이 있는 것입니다.
심한 설사
제나라의 순우 씨가 아플 때 제가 그 맥을 짚어보고,
"화풍을 앓고 있습니다. 이 증상은 음식물이 목구멍을 넘어 가기만 하면 바로 설사해 버리는 것입니다. 원인은 포식한 다음 심하게 뛰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순우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난 어느 잔치집에서 배불리 먹고 나서 술이 나오는 것을 보고는 재빨리 도망을 쳐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수십 번이나 설사를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즉시,
"화제탕에 쌀즙을 타서 드십시오. 7~8일이면 나으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또 한 명의 의관이 있었는데, 그는 제가 떠난 후에,
"저 사람의 말은 잘못입니다. 이 병은 의서에 의하면 9일 안에 죽는다고 되어 있습니다."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9일이 지나도 그는 죽지 않았습니다. 제가 다시 가서 화제 탕에 쌀즙을 타서 복용케 했더니, 과연 7__8일이 지나자 병이 나았습니다.
풍
어느 날 저는 안양 사람인 성개방을 진맥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병이 없다고 했습니다만, 저는
"당신은 풍을 앓고 있습니다. 3년 후 사지를 쓸 수 없게 되고 말을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말을 못하게 되면 곧 죽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전 그가 사지를 못쓴다는 말을 들었으며, 또 벙어리가 되었는데 아직 죽지는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그의 병은 과음한 후 바람을 쐬었기 때문에 얻어진 것입니다.
신경성 소화불량
언젠가는 어떤 유모가 병이 들어서 제가 가 봤습니다. 진맥을 하고 나서,
"기가 가슴에 모여 앓는 병입니다."
고 했습니다. 그 병은 속을 답답하게 하며 먹은 것이 내려가지 못하게 되어 때로 거품을 토하기도 합니다. 병의 원인은 자주 근심하고 신경 쓰면서 음식을 섭취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즉시 하기탕을 지어 마시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하루만에 기가 내려가고 이틀이 지나자 먹을 수 있었으며, 사흘이 지나자 완치되었습니다. 원래 제가 맥을 짚어 보니 심기가 혼탁하고 초조해 경맥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맥법에 이르기를,
"맥의 움직임이 매우 불규칙한 것은 대개 마음에 병이 있기 때문이다. 전신에 열이 나고 맥이 마구 뛰는 것을 중양이라 하는데, 이것은 심장을 자극한다. 그러므로 번민하며 음식이 통하지 않으면 낙맥에 고장이 일어난 것이며, 낙맥에 고장이 생기면 피가 치솟고, 피가 치솟으면 죽게 된다. 이것은 마음의 우환 끝에 생기는 병이다."라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이 병은 걱정이 많아 생긴 병인 것입니다.
신 순우의는 아룁니다. 이 밖에도 수 없이 많은 진찰과 치료를 통해 병을 고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많고, 또 기억할 수 없는 것은 감히 아뢸 수 없어 이만 줄이옵니다.
완전을 기할 수는 없다
그 후 황제가 친히 창공을 불렀다.
"병을 알아내 예측했는데도 맞지 않을 수 있소?"
"병명은 실로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의술을 완전히 체득한 자는 진단을 정확히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자는 혼동합니다. 저는 스승으로부터 다행히도 비방을 전수받고 맥법을 습득해 어느 정도 완전을 기할 수 있습니다. 병의 예측이 맞지 않는 것은 환자가 음식이라든가 감정 조절에 절도를 잃고, 또 약을 먹지 않아야 하는 데도 먹으며, 침뜸을 놓지 말아야 하는 데도 놓은 까닭입니다."
"그럼 왜 제후들이 그대를 불렀을 때 가지 않았던 것이오?"
"네. 조왕과 교서왕, 제남왕, 그리고 오왕 등이 저를 불렀지만 저는 가지 못했습니다. 저의 집안은 가난했기 때문에 병을 치료해 주고 약간씩의 사례를 받으려 했지만, 관리들이 저를 관직에 묶어둘까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호적을 여러 곳으로 옮기고 가업을 돌보지 않으면서 천하를 돌아다니며 의술에 능한 스승에게 공부하며 치료도 했습니다. 특히 양경 어른을 스승으로 모신 후 몇 년 동안 수업을 했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제나라 문왕이 병에 걸려 다시 일어나지 못한 이유를 아는가?"
그러자 창공이 대답했다.
"문왕의 병세는 진찰하지 못했습니다만, 저는 그것이 병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 하면 너무 살이 비둔해져 몸을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하며, 살과 뼈의 균형을 이루지 못해 기침을 하는 것이므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맥법에 사람은 20세에는 맥의 기세가 강하니 마구 달리는 것이 좋으며, 30세에는 빨리 걷는 것이 좋고, 40세가 되면 편히 쉬는 것이 좋으며, 50세가 되면 편히 눕는 것이 좋고, 60세 이상이 되면 기력을 많이 저축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문왕은 20세도 못되어 잘 걷지 못할 정도였으므로 자연의 이치에 상응치 못한 것입니다. 제가 그 후에 들으니 의원이 뜸 치료를 했다던데 그 때문에 빨리 죽은 것입니다. 이른바 기라는 것은 음식 조절을 잘 해야 하며, 날씨 좋은 날에 적당히 걸어서 마음을 넓게 하고, 근육, 골격, 혈맥을 쾌적하게 해서 기를 시원스럽게 발산해야 하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20세를 심기일전, 혈기교환의 나이라 하는 것이며, 침뜸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를 사용하면 맥이 분주해져서 제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병의 진단이나 생사의 예측에 실패한 적은 없었소?"
이에 창공이 대답했다.
"저는 치료할 때 반드시 진맥을 하고 나서 시행했습니다. 맥이 좋지 못할 경우에는 치료하지 못하고, 순조로울 경우에는 치료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침착성이 없고 맥을 짚을 때 정확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가 있습니다. 저도 완전을 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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