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요록
제11장 재편되는 북방
4. 민심은 떠나건만...
이오의 탈출
한편, 굴성에 있는 공자 이오는 어떻게 되었는가. 원래 대부 극예와 여이생은 서로 의리를 맺은 바 있었고, 또 괵사란 사람은 공자 이오와 외척간이기 때문에, 그들 세 사람만은 굴 땅으로 달려가서 이오를 도왔다. 공자 이오는 그 세 사람이 와서 전하는 급한 소식을 듣고 서로 상의했다. 이 때 성 밖엔 진헌공이 보낸 가화의 군사가 당도했다. 이오는 급한 대로 우선 병사들로 하여금 성문을 굳게 지키게 하고 대책을 궁리했다. 가화도 꼭 공자 이오를 잡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가화는 군사를 거느리고 굴성을 포위하고만 있을 뿐 전혀 공격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화는 화살에다 이오 공자에게 보내는 한 통의 서신을 꽃아 성 안으로 쏘아 보냈다. 그 화살에 꽃힌 서신의 내용은 이러했다.
- 공자는 속히 몸을 피하소서. 부군께서 보낸 군사가 계속해서 이 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어서 타국으로 몸을 피하소서.
화살에서 서신을 뽑아 읽고, 한숨을 돌린 공자 이오가 극예에게 상의하여 말했다.
"중이가 지금 책나라에 가 있으니 우리도 그 곳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소?"
극예가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 상감은 두 공자가 공모했다는 이유로 군사를 보내어 잡아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두 공자가 각각 달아나 결국 한 곳에 가서 모이면 여희는 또 갖은 수단을 다 부릴 것이며 그렇게 되면 주공이 보낸 군대가 책나라를 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양나라로 가십시다. 양나라는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강성한 진(秦)나라와 통혼한 사이입니다. 공자께선 앞으로 양나라와 진나라 힘을 빌어 장차 본국에 돌아가서 대사를 성취하도록 하십시오."
이에 이오는 밤을 도와 굴성을 빠져나와 세 사람을 거느리고 양나라로 달아났다. 가화는 공자 이오를 추격하는 체하다가 돌아갔다. 가화는 돌아가서 진헌공에게 이오를 놓쳤다고 보고했다. 진헌공이 대로했다.
"두 놈을 잡으러 가서 한 놈도 못 잡아오다니 그따위 군사를 어디다 쓰겠느냐! 듣거라! 가화를 결박하고 군율대로 참하여라."
곁에서 비정부가 아뢰었다.
"주공께서 포, 굴에다 성을 쌓고 강한 군사를 보내어 수비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공자 이오를 못 잡아온 것은 가화의 죄만도 아닙니다."
양오가 또한 아뢰었다.
"이오는 보잘것 없는 인물이니 족히 걱정할 것 없습니다. 그러나 중이는 명성이 높고, 많은 인물들이 그를 따라갔기 때문에 지금 궁중이 비다시피 되었습니다. 더구나 책나라는 우리 나라와 대대로 원수지간입니다. 책나라를 쳐서라도 중이를 없애 버리지 않으면 반드시 후환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진헌공은 가화를 용서하고 발제를 불러들였다. 발제는 가화가 죽게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겁을 먹고 궁중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병사를 거느리고 이번엔 책나라를 치겠다고 청했다. 진헌공은 즉시 허락했다. 이에 발제는 군사를 거느리고 책나라로 쳐들어갔다. 책나라에서도 군사를 채상 땅으로 보내어 쳐들어오는 발제의 진군과 대진시켰다. 두 나라는 국경에서 서로 대진한 지 두 달이 지났으나 승부가 나질 않았다. 한편 진나라에선 비정부가 진헌공에게 아뢰었다.
"부자간의 인연은 끊을래야 끊을 수 없습니다. 두 공자의 죄상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고, 또 이미 나라 밖으로 달아 났는데 뒤쫓아가서까지 그들을 죽인다는 것은 너무나 심한 처사입니다. 더구나 책나라를 완전히 무찌르지도 못하면서 우리 군사의 힘만 허비한다면 반드시 이웃 나라들이 우리를 비웃을 것입니다."
이 때는 진헌공도 제법 마음이 진정된 뒤였다. 이에 진헌공은 발제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진헌공은 공자 중이와 이오를 따르는 무리가 이렇듯 많으니 반드시 안팎으로 해제의 앞날에 이롭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마침내 명령을 내려 자기 일가 친척들을 모조리 국외로 추방했다. 공족들은 오히려 잘되었다는 듯이 속시원해 하며 진나라를 떠났다. 드디어 진헌공은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여희의 소생인 해제를 세자로 세웠다. 그렇지만 동관오와 양오와 순식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다 세상을 탄식했다.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신하들은 늙고 병들었다 핑계하며 벼슬을 내놓고 두문 불출했다. 얼마 후 진헌공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