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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요록
제1장
작은 행복
4. 예기치 않은 유랑(2/4)
위나라로 향하다
어린 이오 소년이 영상 땅을 떠나 위나라로 향한 것은 이듬해 봄이었다. 영상 땅에서 보면 위나라는 먼 북쪽이다. 좌붕 노인은 북쪽 추운 지방으로 떠나려면 봄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좌붕 노인으로서는 이번에 헤어지면 영영 이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강하게 봄에 떠날 것을 주장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오와 그의 어머니는 겨울을 영상에서 지내고 이듬해 봄에 위나라로 떠난 것이었다. 봄 하늘은 맑게 개이고, 한낮 무렵의 햇살은 포근하고 따사롭기만했다. 뱃길로 송나라 땅에 들어서서 북쪽으로 향하는 일행은 마치 유람하는 일가족 같았다. 늙은 말을 끌고 가는 사내는 이오 소년을 보고 자신을 숙부(叔父)라 부르게 했다. 그는 이들 모자(母子)에게 최대한 친밀하고자 노력했다. 의형제의 가족과 서먹한 거리감을 없애 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집을 나선 후 내내 말을 많이 하고 친절하게 대했다. 지나는 곳마다. 낯선 곳에 온 모자의 난처함을 헤아리는 듯 민첩하게 움직였다. 사내는 오랜 공백을 한꺼번에 메우려고 모든 것을 동원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의 행동에서 억지 꾸밈 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의형의 일족을 수행한다는 데 크나큰 만족을 느끼는 듯했다. 그러면서 소년에게 장황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제 겨우 아홉 살 소년이라고 하지만 이오는 벌써부터 훌륭한 계산법을 익히고 있었다.
"병졸 조장이 되면 봉록이 100석이다."
이오는 사내의 말을 듣고 열심히 속으로 헤아리고는 생각했다.'하루에 곡식을 큰 그릇으로 세 번 담을 수 있는 정도로구나.' 소년의 이렇듯 빠른 셈을 알 리 없는 사내는 대부(大夫)가 되면 봉록이 몇 석이 되고, 경(卿)이 되면 몇 천 석, 그리고 식읍(食邑)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제후의 봉록은 누가 줍니까?"
사내의 말을 듣고 있던 이오 소년이 불쑥 물었다.
"제후의 봉록?"
숙부라는 사내는 잠시 말문을 닫고 찬찬히 소년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소년의 얼굴은 어디까지나 진지했다.
"제후의 봉작은 왕이 했다."
사내는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왕은 누가 시켜 줍니까?"
"......."
사내는 소년의 이런 질문에 대해서 이상하게도 불쾌한 생각이 안 들었다. 그렇다고 질문에 합당한 말로 대답하기에 적절한 것도 없었다.
"하늘이 시킨다."
사내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는 무엇이라 합니까?"
"재상이다. 그를 일컬어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이라 했다."
이런 대화를 나누며 일행은 위나라로 향했다. 그 때 위나라에서는 큰 변고가 일어나고 있었다. 위환공이 갑자기 죽고, 위환공의 이복 동생 주우가 군위에 오른 것이었다.
이야기는 잠시 지난 날로 돌아간다.원래 위환공의 선군(先君) 위장공(衛莊公)의 부인은 제나라 여자로 이름을 장강(莊姜)이라 했다. 장강은 몹시 아름다웠고 품성이 고왔으나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 그래서 위장공은 서둘러 비(妃)를 들여놓았다. 그녀는 진(陳)나라 진후의 딸로 이름을 여규라 했다. 그러나 이 여규도 어쩐 일인지 아이를 낳지 못했다. 여규에게 예쁜 친정 여동생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대규라고 하였다. 대규는 언니가 위나라로 시집올 때 따라왔었다. 흔히 잉첩이라고 하는 제도에 의해서였다. 그녀는 아들을 둘이나 낳았다. 큰아들 이름은 완(完)이고, 둘째 아들의 이름은 진(晋)이라고 했다. 그런데 장강은 다른 여인이 낳은 아들이지만 조금도 시기하지 않고 대규의 큰아들 완(完)을 마치 자신의 친 소생처럼 정성을 다해 키웠다. 그래서 완(完)은 올바르고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또 장강은 젊은 궁녀를 위장공에게 추천했다. 그 궁녀의 몸에서도 아들이 하나 태어났다. 그가 주우였다. 진(晋)과 주우(州 )는 모두 장성하면서 성질이 횡포하고 음탕한 짓을 즐겨했다. 주우는 특히 무예를 좋아하여 각종 무기나 전쟁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위장공은 성실하고 심성이 착한 큰아들 완(完)을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진이나 주우를 멀리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주우는 막내였기에 부친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웬만한 잘못을 해도 그대로 방임했다. 한번은 대부 석작이 위장공에게 간했다.
"신이 듣건대, 대저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옳고 바른 것으로 가르칠 뿐 사사로움을 용납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하더이다. 공자(公子)들의 경우 무릇 총애하심이 지나치면 반드시 성격이 교만해지고 자칫 방자하여 폐해가 나라에 미친다 합니다. 미리 방지하시옵소서."
위장공은 석작의 말을 유의하지 않았다.
이 일이 있은 지 얼마 후, 공자 진이 위장공의 첩으로 내궁에 들어와 있던 이강(夷姜)과 사통(私通)했다. 그러고는 아들까지 낳았다. 위장공은 크게 노하여 펄펄 뛰었다. 공자 진은 재빨리 아들을 민가(民家)에 맡기고 자신은 국외로 도망쳤다. 위장공은 진이 달아나자, 이강을 내궁에 감금하고 이보다 부끄러운 일이 있겠느냐 하여 발설조차 못하게 했다. 마침내 세월이 흘러 위장공이 늙고 병들어 세상을 뜨자, 큰아들 공자 완이 뒤를 이어 군위에 올랐다. 그가 바로 위환공이다. 위환공은 성격도 그렇고 매사에 무난한 뒤처리를 했다. 모나지 않는 것을 제일로 삼았다. 그러다 보니 박력이랄까 군주로서의 위엄은 부족한 듯했다. 한편 대부 석작의 아들 가운데 석후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주우와 매우 친했다. 한번은 이들 둘이 사냥을 나갔는데 그 곳 백성들을 얼마나 들볶았던지 항의하는 농민들의 소요까지 일어났다. 그 때 위환공은 그저 무난히 처리하고자 했다. 그러나 석작은 집에 돌아오자 아들을 묶어 놓고 심하게 매질한 후 빈 방에 감금시켰다.
"누구든 일체 출입을 못한다!"
감금 당한 석후는 그날 밤 방 벽을 뚫고 도망쳐 주우의 부중으로 갔다. 주우는 석후를 집 안에다 숨겨 주었다. 석작은 이를 알았다. 그러나 공자 주우의 부중 일에 참견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더 이상 도망친 아들에 대해 어찌할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있고부터 주우와 석후 두 사람은 더욱 기탄없이 굴었다. 드디어 둘이서 군위를 빼앗아 주우가 군위에 오를 계책까지 꾸미게 되었다. 그러던 중 주나라에서 주평왕이 붕어했다는 부고가 왔다. 그리고 태자가 병이 나서 죽었으므로 그의 아들인 임(林)이 왕위에 오르게 됐다고 하였다. 그가 바로 주환왕이다. 위환공은 선왕의 죽음을 조문하는 동시에 신왕의 즉위를 축하하기 위해 주나라로 가야만 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석후가 주우에게 계책을 털어놓았다.
"드디어 때가 왔소이다. 내일 주공이 주나라로 떠난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공자는 내일 서문에서 전송하는 잔치를 베푸시오. 그리고 서문 밖에다 무장한 가솔들을 미리 매복시켜 두시오. 전송하는 술잔이 몇 순배 돌기를 기다려 품고 있던 단도로 찔러 죽이면 그만입니다. 만일 주공의 수하들이 순종치 않거든 그 자리에서 모조리 참하시오. 이러고 보면 군위를 손쉽게 얻을 수 있지요."
주우는 크게 기뻐했다.
이튿날 일찍이 주우는 집안의 장사를 무장시켜 서문 밖에 매복시키고 스스로는 궁중으로 갔다. 위환공은 주우가 서문 밖 행관(行館)에 전송 잔치를 마련하고 모시러 왔다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그래서 홀가분한 심정으로 함께 잔치 자리로 갔다. 주우가 술을 따라 위환공에게 바치며 말했다.
"형후(兄侯)께서 먼 길을 가시는지라 조촐한 자리나마 받들어 전송하나이다."
위환공은 동생의 뜻이 고맙기만 했다.
"이렇듯 어진 동생을 걱정케 하니 심히 미안하다. 내 이번에 떠나면 불과 한 달 남짓 후에 돌아오리라. 그동안 나랏일에 관심을 갖고 보살피되 항시 세심하여라."
주우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형후께서는 아무 걱정 마소서."
술이 몇 순배 돌았을 때였다. 주우는 돌아서서 금잔에다 술을 가득 부어 다시 위환공에게 바쳤다. 위환공은 그 잔을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 친히 그 잔에다 술을 가득 부어서 아우에게 직접 권했다. 주우는 일어나서 두 손으로 잔을 받다가 실수한 듯이 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주우는 황망히 잔을 주워 친히 씻었다. 위환공은 다시 잔을 올리라고 하고는 그 잔에다 술을 부었다. 바로 그 때 주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선뜻 뒤로 돌아가, 품에 숨겨 놓았던 단검을 뽑더니 그대로 위환공의 등에다 내리꽂았다.
"으아악!"
외마디 소리와 함께 이미 칼날은 등을 뚫고 앞가슴까지 나와 있었다. 위환공은 썩은 짚단처럼 바닥에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날이 주환왕 원년 춘삼월 무신일(戊申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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