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제2장 - 이것은 괴로움의 원인이다
쉰번째 이야기 - 파계승과 귀신
불교의 계율을 범해 절에서 쫓겨난 한 비구가 있었다. 그는 자신을 자책하며 괴로운 마음으로 길을 가고 있었다. 그때 파계승은 한 귀신을 만나게 되었다. 그 귀신 역시 법을 어겨 비사문천왕의 천궁에서 쫓겨난 처지였다. 귀신이 먼저 파계승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슨 괴로운 일이 있길래 그리도 표정이 어둡소?"
"나는 계율을 어겨 절에서 쫓겨난 몸이라오. 이런 이유로 시주들은 나에게 전혀 보시를 베풀지 않는다오. 게다가 나를 둘러싼 나쁜 소문까지 퍼져 모두들 나를 외면하니 이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소?"
"내가 당신이 오명을 벗고 보시도 많이 받을 수 있게 해주겠소. 내가 날 수 있으니 내 왼쪽 어깨에 올라타고 다니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지 못하므로 당신이 하늘을 날아 다니는 것으로 알 게요.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을 신선으로 알고 많은 보시를 베풀 것이오. 만약 일이 잘되어 많은 보시물을 받게 되면 나와 조금 나누어 가지는 조건으로 말이오."
그렇게 해서 귀신은 파계승을 어깨에 태우고 한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파계승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이렇게 말했다.
"절에 있는 스님들이 잘못 생각한 거야. 저 스님은 신선의 경지를 이룩한 것이 틀림없는데 무고한 사람을 쫓아내다니..."
이에 마을 사람들은 절로 달려가 파계승을 쫓아낸 다른 스님들에게 항의하고 파계승을 절 안으로 모셨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파계승에게 많은 보시를 베풀었다. 파계승은 귀신과의 약속대로 보시물 중의 일부를 귀신에게 나누어주었다. 며칠 후 귀신은 또 파계승을 어깨 위에 태우고 공중을 날아가다가 비사문천왕의 부하를 보자 깜짝 놀라며 부리나케 도망갔다. 이 와중에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땅에 떨어진 파계승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잡비유경>
쉰한번째 이야기 - 단맛
우유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한 노파가 있었다. 어느 날 노파는 우유 항아리를 둘러메고 시장에 내다팔려고 길을 나섰다. 도중에 노파는 암마륵나무에 열매가 가득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몇 개 딴 다음 나무 아래 앉아서 열매를 먹었다. 그 열매가 매우 달아 노파는 물을 먹기 위해 근처에 있는 우물로 갔다. 거기에는 한 젊은이가 물을 긷고 있어서 노파는 그 젊은이에게 물을 조금 얻어 마셨다. 그런데 입 안에 남아 있는 단맛 때문에 물 맛이 마치 꿀맛 같았다. 신기하게 생각한 노파가 물었다.
"어떻게 우물 물이 이렇게 달 수 있을까? 마치 꿀 맛 같네그려."
"그렇습니까?"
"저기 있는 내 우유 한 항아리와 당신이 뜬 우물 물 한 항아리를 바꾸면 어떻겠소?"
그 젊은이는 속으로 얼씨구나 하면서 얼른 노파의 말대로 우유와 물을 바꾸고는 사라져버렸다. 노파 역시 매우 좋아라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암마륵나무 열매의 단맛은 입 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노파는 집으로 돌아와 항아리 속에서 물을 한 사발 떠서 마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물은 아무런 단맛도 나지 않았다. 노파는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이웃집 사람을 불러 물 맛을 보게 했다. 물을 마시고 난 이웃집 사람이 말했다.
"이 물에서는 나뭇잎 썩은 냄새가 나서 도저히 마실 수가 없소. 왜 이물을 맛보라는 거요?"
그 말을 듣고 노파는 다시 물을 떠서 맛보았다. 그랬더니 과연 나뭇잎 썩은 냄새가 났다.
"아이고, 내가 정말 바보 같은 일을 저질렀구나. 우유를 이런 악취나는 물과 바꾸다니..."
<대장 엄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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