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제2장 - 이것은 괴로움의 원인이다
서른두번째 이야기-질투의 결과
비마질다는 아주 오랜 옛날 겁초에 태어나 뒤에 천신이 되었다. 어느 날 그는 다른 여러 천신들과 함께 물놀이를 했다. 그런데 파도가 몸을 자극하자 그만 정액이 흘러나와 저절로 알의 모습으로 잉태되었다. 그 알은 물속에서 부화하여 피부가 거무스름한 한 여자 아이가 탄생하였다. 이 아이는 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른이 된 뒤에도 항상 물속에서 놀며 지냈다. 어느 날 성숙한 여인이 된 그녀는 물속에서 천지의 정기를 받아들여 자기도 모르는 새 임신을 했다. 오래지 않아 그녀는 한 남자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는 매우 기괴하게 생겨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 각각의 머리에는 천 개의 눈이 달렸으며 입에서는 맹렬한 불꽃을 내뿜었다. 또 구백구십 개의 손과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 아이는 바다에 살면서 진흙으로 연명하다가 나중에 뭇 아수라의 왕이 되었다. 아수라왕은 향산에 사는 건달바의 딸을 아내로 삼았는데, 그녀는 얼굴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피부는 마치 백옥처럼 희었다. 나중에 그 둘 사이에 딸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아이는 세상 누구도 비할 수 없을 만큼 예뻤다. 이에 제석천은 사자를 아수라왕에게 보내 사위가 되고 싶다는 말을 전하게 했다. 그러자 아수라왕이 말했다.
"네 주인이 나를 칠보궁전에 모신다면, 딸아이를 주겠노라."
제석천은 그 말을 듣고 보관을 벗어 아수라왕에게 준 다음 칠보 궁전에 모셨다. 그리고 제석천은 아수라왕의 딸을 데려와 아내로 삼고 그 이름을 '열의'라고 지어주었다. 제석천의 총애가 계속되자 그녀는 기고만장해져 이기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러자 제석천도 점점 그런 그녀에게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제석천은 천녀들을 데리고 물놀이를 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 모습을 본 열의는 그만 질투심이 생겨 몰래 야차(야차는 불전에 자주 등장하는 귀졸의 일종이다)를 아버지에게 보내 제석천이 자기를 버리고 다른 천녀들과 즐긴다고 전했다. 아수라왕은 야차가 전한 말을 듣고 불같이 화를 냈다. 곧이어 아수라왕은 귀신 병사들을 이끌고 제석천을 치러갔다. 그는 대해 한가운데 딱 버티고 서서 수미산(수미산은 고대 인도의 세계관에서 볼 때 이 세계의 한 중앙에 있다고 하는 거대한 산이다) 정상을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구백구십 개의 손을 동시에 써서 수미산을 뒤흔들어놓았다. 그러자 삽시간에 사해의 파도가 하늘까지 출렁거리면서 천지가 어두워지고 뇌성벽력이 떨어졌다. 제석천은 너무나 두려워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그때 한 천신이 제석천에게 급히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전에 반야바라밀다 주문을 외면 능히 요마를 항복시킬 수 있다고 말하신 적이 있습니다 .지금 그 주문을 외우시면 귀신 병사들은 혼비백산하여 스스로 물러날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제석천은 곧 여러 천신 무리들을 소집하여 선법전에서 향을 사르고 부처님께 예배한 후 서원을 세웠다. 그리고 여러 천신 무리들과 함께 목청껏 반야바라밀다심경을 독송했다. 그러자 하늘에서 톱니바퀴처럼 생긴 커다란 네 개의 칼이 쏜살같이 달려들어 아수라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수라왕의 코와 손 그리고 발이 몸에서 떨어져나가 피가 솟구치기 시작하더니 바닷물이 온통 핏빛으로 물들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귀신 병사들은 모두 몸을 부르르 떨며 앞다투어 도망쳤다. 아수라왕은 갈팡질팡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연뿌리 구멍 속으로 도망쳐 겨우 목숨만 부지했다.
열의는 아버지 아수라왕이 처참한 꼴을 당하자 그때서야 후회가 막급했다. 그녀는 결국 질투 때문에 아버지를 망치고 자신의 행복마저 잃었던 것이다.
<불설관불삼매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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