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읽는 사마천 사기 2 - 엄광용 엮음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혜 명인 40인의 성공처세학)
직언할 때는 윗사람의 기분을 살펴야 한다<이사>
-"짐이 항상 한가한 날이 많거늘, 그런 때는 승상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짐이 바야흐로 연회를 즐길 때 문득 와서 간하는 것은 무슨 심술인가? 승상은 짐이 젊다고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진나라 왕이 천하를 통일하여 시황제가 되었을 때 이사는 승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시황제가 죽었을 때, 그는 간신 조고의 꾐에 빠져 황자 호해를 2세황제의 자리에 앉혔다. 이사는 계속해서 승상의 자리를 유지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환관인 조고는 그때부터 2세황제를 끼고 돌면서 권력을 한 손에 쥐고 흔들었다. 이사도 허수아비였다. 마침 진나라의 잘못된 정책에 반기를 들고 도처에서 제후들이 일어났다. 그래서 이사는 이때를 기하여 2세황제에게 잘못된 정책에 대하여 상주하려고 하였다. 이 소식을 조고가 듣고, 혹시 자신에 대해 엉뚱한 말이나 일러바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먼저 이사를 찾아갔다.
"승상, 큰일 났습니다. 함곡관의 동쪽에 도적떼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지금 폐하께서는 급히 부역을 징발하여 아방궁을 짓고 개나 말 따위의 무용한 금수를 모으고 있습니다. 제가 아뢰려고 하였으나, 아무래도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니 승상께서 주청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조고의 말에 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오. 내가 그것을 말하고자 별러온 지가 오래됩니다. 그러나 폐하께서는 깊은 궁중에서 좀체로 용안을 보이지 않으시니 주청드릴 기회가 없습니다."
"승상께서 그러하시다면 제가 그 기회를 주선해 드리지요."
조고는 이렇게 약속을 하고 나서, 2세황제가 주연을 베풀고 한창 미희들과 즐겁게 놀고 있을 때 이사를 불렀다. 이사가 주연의 자리에 나가 뵙기를 청하였다.
"승상! 무슨 일이오?"
옆에 미희를 끼고 앉아 2세황제가 물었다.
"지금 반란을 일으킨 무리들이 도처에서 일어나 관군을 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한 장군이 잘 막고 있질 않소?"
2세황제는 귀찮다는 듯이 승상 이사를 본체만체 하였다. 두 번째도 조고는 2세황제가 주연을 베풀 때 이사에게 말하였다."
"지금 폐하께선 아주 한가할 때입니다. 다시 주청을 드려 보십시오."
이사는 다시 2세황제에게 주청을 하였다.
"폐하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뭐야, 또?"
2세황제는 버럭 화를 내었다. 이사는 제대로 주청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왔다. 다시 세 번째로 이사가 주청을 하자 2세황제는 눈을 흘겨 승상을 쳐다보며 말하였다.
"짐이 항상 한가한 날이 많거늘, 그런 때는 승상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짐이 바야흐로 연회를 즐길 때 문득 와서 간하는 것은 무슨 심술인가? 승상은 짐이 젊다고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이사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못하고 물러나왔다. 바로 이때 조고가 달려가 2세황제에게 말하였다.
"요즘 승상 이사의 태도가 이상합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징조입니다. 폐하께서 이제 황제가 되셨지만, 승상은 그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동이 없습니다. 승상의 불평은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승상이 폐하께 성가시게 구는 것은 필경 자신도 봉지를 받아 왕이 되고 싶은 욕심 때문일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삼천군의 군수로 나가 있는 승상의 장남 이유는 진승이 반군을 이끌고 삼천군을 통과할 때 성안에 처박혀 출격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진승의 출신지는 승상의 고향과 바로 이웃한 곳인데, 그래서 동향 사람이라고 봐준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또한 이유는 적도들과 문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있다고 합니다. 아직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여 폐하께 말씀 드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무엇이? 그럼 승상의 아들 이유가 반역을?"
2세황제는 당장 이사를 감옥에 가두게 한 후, 그 죄상을 철저하게 파헤치라고 명령하였다. 이사가 결백을 주장하자, 조고는 자신의 식객 10여 명을 감옥의 관리로 등용하여 심한 매질을 가하였다. 결국 이사는 고문을 이기지 못해 변명을 체념한 채, 조고 일당이 시키는대로 거짓 모반죄를 자백하고 말았다. 이사는 곧 함양의 장터에서 요참형에 처해졌다. 요참형은 허리를 자르는 것인데, 이때는 반드시 5형을 병행했다고 한다. 즉 문신의 형, 코를 자르는 형, 다리를 절단하는 형, 효수의 형, 시체를 소금에 절이는 형 등이 차례차례로 행해지는 것이다. 한편 이사의 아들 이유는 2세황제가 조사관을 파견했을 때 이미 반란군 항량에게 살해된 뒤였다.
정보 : 정보는 승패와 생사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특히 정보화된 현대 사회에서 경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신속성과 정확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항상 정보수집의 안테나를 점검하도록 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