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제1장 이것은 괴로움이다
스무번째 이야기 - 자연의 이치
옛날에 사이좋은 젊은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는 둘 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외모를 갖춘 선남선녀였다. 그들은 서로 너무도 사랑하는 사이여서 상대에게 싫증을 낼 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부부는 그만 둘 다 실명하고 말았다. 앞을 못 보게 된 부부는 다른 사람에게 속게 될까봐 걱정했고, 부인은 남편을 잃을까봐 시름에 잠겼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손을 잡고 다니며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난 그 부부의 친척이 유명한 의원을 데려와서 그을 치료해주자, 부부는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먼저 눈을 뜬 남편이 옆에 웬 늙은 할머니가 앉아 있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당신은 누구요? 분명 누군가 내 부인을 바꿔치기해서 데려갔군."
그때 눈을 뜨게 된 부인 역시 옆에 한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누가 내 남편을 바꿔치기했단 말이오?"
두 사람은 이내 소리높여 울기 시작했다. 의원을 소개한 친척은 부부의 행동에 어리둥절해 있다가 이내 그들에게 차근차근하게 설명해주었다.
"자네들이 젊었을 때 실명한 이래 서로를 볼 수 없어서 이런 일이 생겼구먼. 사람이란 나이가 들면 쇠약해지고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 피할 수가 없다네. 늙어서도 젊었을 때의 어여쁜 얼굴을 바라는 것은 마치 얼음 속에서 불을 구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라네. 도대체 왜 우는 것인가? 두 사람 다 지나간 세월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출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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