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읽는 사마천 사기 1 - 엄광용 엮음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혜 명인 40인의 성공처세학)
진정한 우정, 관포지교 - 포숙아
- 관중은 가난하였으며, 자주 포숙아를 속였다. 포숙아는 자신이 속임수에 넘어가는 줄 알면서도 관중을 잘 대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결코 속이는 일을 가지고 탓하지 않았다. -
제나라 환공이 천하의 패자로 군림하게 된 것은, 그를 보좌하는 재상 관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중이 제나라 재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능력을 알아준 친구 포숙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관중은 어린 시절부터 포숙아와 친하게 지냈다. 어린 시절 관중은 가난하였으며, 자주 포숙아를 속였다. 포숙아는 자신이 속임수에 넘어가는 줄 알면서도 관중을 잘 대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결코 속이는 일을 가지고 탓하지 않았다.
제나라 양공이 술과 미녀에 빠져 방탕 생활을 할 때, 그의 동생 규와 소백은 화가 자신들에게 미칠 것이 두려워 각기 노나라와 거나라로 도망쳤다. 이때 관중은 규를 따라갔고, 포숙아는 소백을 따라갔다. 양공이 죽고 나서 공자 규와 소백 사이에서는 정권쟁탈전이 벌어졌다. 규는 관중으로 하여금, 소백이 먼저 제나라 왕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길목을 지켜 그를 죽이라고 하였다. 관중은 소백이 군사를 이끌고 제나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화살을 쏘아 말에서 떨어뜨렸다. 관중은 공자 규에게 보고하기를, 소백을 죽였으니 이제 안심하고 천천히 제나라로 들어와도 좋다고 하였다. 그런데 공자 소백은 관중의 군사가 쏜 화살을 맞았으나 죽지 않았다. 화살이 허리 장식대를 맞아 용케도 살아난 것이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저들이 알지 못하게 하라."
소백은 죽은 척 한 채 자신의 군사들에게 말하였다. 군사들은 곧 소백이 죽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시체를 싣는 온량거에 공자를 태운 다음, 급히 군사를 몰아 제나라에 입성하였다. 소백은 이렇게 하여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그가 바로 환공이다. 환공은 곧 군사를 일으켜 노나라에서 입국하려는 공자 규의 군사를 차단하였다. 그리고 노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다음과 같은 말을 전달하였다.
"공자 규는 과인과 형제이므로 차마 죽일 수 없으니, 노나라에서 알아서 죽여라. 그리고 관중은 나를 죽이려고 한 원수이므로 압송케 하여 마음껏 욕보인 후 젓을 담가 죽일 수 있도록 하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장차 군사를 일으켜 노나라를 포위할 것이다."
노나라에서는 환공의 이같은 엄포에 기가 죽어 공자 규를 죽이고, 관중을 포박하여 제나라로 압송하였다. 그때 공자 시절부터 환공을 모시던 포숙아가 선뜻 나서서 말하였다.
"대왕께서 장차 제나라만 통치하신다면 고계와 저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장차 천하의 패왕이 되고자 하신다면 관중이 옆에 있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한때의 원한으로 아까운 인재를 잃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환공은 포숙아의 말을 따랐다. 포숙아는 친구인 관중의 목숨을 살려주고, 그를 추천하여 자신보다 높은 지위에 오르게 하였다. 관중은 죽마고우인 포숙아의 은혜를 잊지 않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일찍이 가난하였을 때 포숙아와 함께 장사를 한 일이 있었다. 이득을 분배할 때 나는 포숙아보다 많이 가져갔다. 그러나 포숙아는 그것을 눈치채고도 나를 탐욕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포숙아를 위하여 어떤 일을 도모한 적이 있었는데, 더욱 곤궁해지는 바람에 실패하였다. 그때도 포숙아는 나를 어리석다고 말하지 않았다. 시운에 따라 이로울 때도 있고 불리할 때도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세 번 벼슬을 하였다가 세 번 쫓겨난 일이 있었는데, 포숙아는 내가 부정하여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때를 못 만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세 번 싸워 세 번 달아난 일이 있었다. 그러나 포숙아는 나를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에게 봉양할 노모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공자 규가 패했을 때 친구인 소홀은 노나라에서 죽었으나, 나는 죽지도 못하고 제나라로 끌려왔다. 그러나 포숙아는 나를 부끄러움이 없는 사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작은 의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천하에 공명을 세워 떨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사실을 포숙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낳은 이는 부모이고,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다."
후세 사람들은 이러한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을 일컬어 "관포지교"라 하여 칭찬해 마지않았다.
우정 : 진정한 친구 셋만 있다면 당신은 인생에 성공했다. 위기와 시련에 처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관중과 포숙아의 이야기는 참된 친구가 어떤 권력이나 부를 얻는 것보다 값진 것임을 깨우쳐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