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홍사석
제 6장 제우스의 아들과 딸
6. 셀레네
셀레네(Selene)는 달을 화신하여 숭상한 여신으로, 로마인은 루나라 하였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티탄족인 휴페리온과 테아의 딸이며 헬리오스와 에오스의 자매라 하나, 이와 달리 거인족인 팔라스 혹은 헬리오스와 에우류파이사의 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쌍의 말 혹은 황소가 끄는 달수레를 타고 달리는 셀레네에 관한 신화는 별로 없고 제우스와 관계하여 판디아를 두었다고 한다. 그녀는 엔듀미온과 사랑을 나누었는데 이를 알게 된 제우스가 그를 라트모스 산 동굴 속에 던져 영원히 잠들게 하자 셀레네는 밤마다 천상에서 내려와 그 곳으로 찾아갔다. 다른 전설에는 판이 아름다운 백색 양모를 진상하여 셀레네를 산 속에서 유혹하였다고 한다. 그 외에 셀레네는 제우스와의 사이에 헤르세(이슬)를 낳았다고도 하고 또한 헬리오스의 사이에 후르스(시간)를 낳았다고 전하기도 한다. 한편 셀레네는 헤카테 혹은 아르테미스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그리스 세계에는 원래 달 여신 숭배가 없었으며, 라코니아 탈라마이에 있는 셀레네 파시파에 신전은 신탁을 내리는 장소이다. 프리지아에는 달의 남신이 있어 여러 그리스 도시로 퍼져 숭배되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셀레네는 여신으로서의 역할보다는 달의 광채를 미술, 노래, 시문에서 표현할 때 더 중요시되었다.
헤카테
[William Blake의 <Hecate>, 1795 - 헤카테는 3개의 머리와 3개의 뭉뚱이를 지녔기 때문에 3이란 숫자와 연관이 아주 깊다.]
헤카테(Hecate)는 옛적 보이오티아에서 예찬된 여신으로, 인간에게 부와 승리, 육아와 동물사육의 성공 등 여러 면에서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알려졌다. 카이오스와 포이베의 손녀 혹은 페르세스와 아스테리아의 딸이라고도 한다. 올림포스 신족이 아닌 독자성을 가진 여신이지만 제우스는 헤카테에게 각별한 명예를 주고 지상, 바다 및 천상에서 명성을 갖게 하였다. 때로 셀레네나 아르테미스와 혼동되고 후기에는 천상에서는 루나, 지상에서는 디아나, 지하계에서는 헤카테로 불러 디바 트리포미스, 테르게미나, 트리켑스라고도 한다. 헤카테에 관한 신화는 별로 없고, 콜키스의 으뜸가는 마술사 가계와 연관되어 여자 마술사 키르케 혹은 메데이아의 어미라는 주장도 있다. 그리스 세계에서도 마술과 마법을 주관하고 말.개.멧돼지로 분장한 세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으로 등장하는데 세 개의 몸으로 또는 한 몸에서 세 개의 다른 얼굴을 지닌 형상을 하고 있다. 헤카테의 성찬은 특이하여 매월 개의 날고기, 어린 양고기, 꿀 등을 바쳤다. 교차로, 특히 세 교차로와 대로상에서 마술활동을 하여 트리비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여신은 그 세력이 천상과 지상 및 지하 세계에까지 미쳤으므로 왕이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부강이 여신의 은혜 때문이라고 믿고 존경하였다. 매년 여신의 축제 헤카테시아가 개최되었으며 이 축제 때는 빈곤한 사람들에게 특히 많은 음식이 제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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