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전 200선 해제 3 - 반덕진
바가바드기타 (Bhagavad gita) - 저자 미상
마하트마 간디의 인생 지침서였던 바가바드기타, 지존의 노래는 원래 인도의 유명한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의 제6권의 일부이나, 그 내용상 독립된 문헌으로 읽혀져왔다. 왕권찬탈을 노리는 피비린내나는 전쟁터에서 싸워야 하는 무사의 육체적 고통을 통해 마련되는 성스러운 죽음의 의미, 즉 영혼의 해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우리는 바가바드기타에서 만나게 된다.
힌두교의 바이블
바가바드기타는 모든 문학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아니 아마도 유일하며 진정한 철학시 라고 독일의 인문주의자이자 정치가인 훔볼트는 갈파했다. 우리가 논어 한 구절을 외우고 있듯이, 인도의 힌두교 신자들은 바가바드기타(이하 (기타))의 명언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사실 기타는 이제 인도만이 아닌 전 세계의 고전으로 읽혀지고 있고, 힌두교 신자들만의 경전이 아닌 진리를 사랑하는 세계인 모두의 사랑을 받는 책이 되었다. 기타는 우파니샤드와 더불어 인도의 종교적, 철학적 전통의 원천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고전이다. 바가바드기타란 지존의 노래 라는 뜻으로 이 경전을 설하고 있는 크리슈나의 노래 혹은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크리슈나는 많은 힌두교인들이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비슈누(Bisnu)의 화신으로서 등장하여 기타를 설한 것으로 되어 있다. 기타는 원래 인도 고전문화의 총화인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의 제6권의 일부분이나 그 내용상 하나의 독립된 문헌으로 읽혀져 왔다. 서사시 마하바라타는 바라타족 가운데서 사촌간인 판두 형제들과 쿠루 형제들간에 벌어지는 왕위 계승을 위한 싸움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고 있으며, 기타는 이 이야기 중의 클라리맥스에서 시작된다. 즉, 판두 5형제 중 셋째인 아르주나 왕자는 그의 사촌들인 쿠루 형제들과 전장에서 만나 살육전을 벌이려고 하는 순간, 그만 용기를 잃고 만다. 차라리 내가 죽으면 죽었지, 동족을 죽이지는 못하겠다고 하자, 아르주나의 마부(실제로는 최고 신)인 크리슈나는 그에게 영혼의 불멸과 이기심 없는 의무의 수행을 역설하면서 정의의 싸움을 향해 나아가라고 왕자를 고무한다. 실제로 크리슈나의 설교에는 이 줄거리와 관계 없는 많은 종교적철학적 사상들이 혼입되어 있다. 기타는 그 성격에 있어서 하나의 체계적인 철학서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해탈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실천적 성격이 강한 종교적 작품이다. 해탈이란 물론 인도인들이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삶의 최고 목표로서, 윤회의 세계로부터 해방을 의미한다. 기타는 이러한 해탈을 위한 훈련으로서 여러 가지 요가(yoga)의 수련을 가르치고 있는 요가의 고전인 것이다.
기타의 주요내용
요가행자는 항시 한적한 곳에 처하여 홀로 자신을 수련할지어다. 몸과 마음을 제어하며 바라는 것도 없고 소유도 없이
자신을 위해 깨끗한 곳에 헝겊이나 가죽이나 풀로 덮인 너무 높지도 않고 너무 낮지도 않은 고정된 좌석을 마련하고
거기서 마음으르 한 곳에 모으고 생각과 감각기관의 활동을 제어하고 자리에 앉아 자신의 정화를 위해 요가를 수련할지어다.
이렇게 자신을 항상 수련하면서 수행자는 마음이 제어되어 열반을 구경으로 하는 내 안에 있는 평안에 이를 것이다.
음식과 휴식에서 절제를 알고 행위에 있어서 행동을 절제하며 잠과 깨어 있음에 절제를 아는 사람에게만 고통을 없애주는 요가는 가능하다.
- (6장) 중에서
저에 대한 은혜로서 당신은 최고의 자아라 불리는 지고의 비밀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고 그것에 의해 나의 미혹은 사라졌습니다.
존재들의 생성과 소멸에 관해서 당신으로부터 자세히 들었을 뿐만 아니라 오, 연꽃잎을 가진 이여, 당신의 불멸의 위대함에 대해서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자신에 대해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오, 지고의 주이시여. 저는 주로서의 당신의 형상을 보기 원합니다. 오, 최고의 정신이시여.
만약 제가 볼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오 주님이시여, 요가의 주시여, 당신의 불멸의 자리를 저에게 보여주소서
(11장) 중에서
해탈에 이르는 세 가지 길
기타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요가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기타는 하나의 요가경전인 것이다. 요가라는 말은 기타에서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의미는 정신이 산만하지 않고 제어된 상태를 뜻한다. 각종 욕망에 이끌리어 흩어졌던 산란한 마음이 하나의 대상에 고정되거나 제어되고 안정을 얻는 상태를 뜻한다. 이렇게 제어된 사람은 기타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끊임없는 욕구의 악순환과 갈등, 대립과 혼란을 넘어서서 평안과 안식을 얻은 사람이다. 힌두교와 불교의 용어로 말하면 마음이 해방되어 해탈의 경지를 얻은 사람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러한 정신적 평안에 이를 수 있는가? 기타는 크게 세 가지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 세 가지 길은 기타뿐만 아니라 힌두교 전체의 핵심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지혜의 요가
'지'란 주로 영원한 정신으로서 인간의 참자아와 물질적이고 현상적인 자아(몸감각기관, 지성까지 포함)의 근본적인 차이를 분명히 깨달아 아는 지혜를 의미하며, 때로는(우파니샤드)적인 범아일여의 진리를 깨닫는 지혜와 신을 아는 지혜를 의미한다. 지혜란 무엇보다도 만물의 근원인 신과 인간에 대한 올바른 통찰로서, 기타에 의하면 인간은 단순히 물질적 존재만이 아니라, 영원불멸의 정신이다. 이 정신은 육신을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 내지 주인과 같은 존재로서, 이 소유주야말로 인간의 참자아인 것이다. 육신의 소유주는 물질로 된 육신적 존재와는 전혀 다른 존재로서, 육신적 존재가 수행하고 있는 온갖 행위와 그 결과, 또한 그것이 겪고 있는 온갖 경험과 정신상태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항구불변의 영원한 존재이다. 인간은 무지로 인하여 이러한 참자아를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변하는 현상적 물질적 존재를 자아로 오인함으로써, 경험세계의 온갖 갈등과 대립, 소요와 괴로움을 겪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혜를 통하여 바로 이러한 참자아를 인식함으로써, 물질세계의 속박과 현상세계의 무상함으로부터 벗어나, 자아와 모든 존재의 궁극적 근거인 신과 합일하여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혜의 요가를 위해서는 세상사를 단념하고 집을 떠나, 홀로 엄격한 금욕과 명상의 생활을 해야 한다. 우파니샤드의 시대 이래 인도인에게 있어서는 지혜란 단순한 철학적 이론이나 관조로서가 아니라, 포기자로서의 새로운 삶의 양식과 실천적 수련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행위의 요가
기타는 두번째로 행위의 요가를 설하고 있다. 행위의 요가란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아무런 집착이나 욕망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행함으로써, 세속적 생활을 떠나지 않고도 해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모든 행위는 업보를 초래하여 그것에 따라 인간을 윤회의 세계에 속박시키지만,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행한 초연한 행위는 아무런 업보를 초래하지 않아 해탈과 평안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위의 요가는 지혜의 요가와는 달리 행위의 포기보다는 행위 가운데서의 포기라 할 수 있으며, 아르주나와 같이 재가자로서 사회적 의무를 수행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길이라 할 수 있다. 행위를 떠나서 따로이 요가의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행위 가운데서 요가를 이루는 길이기 때문이다. 행위의 요가로서 기타는 사회적 의무의 수행과 초세간적 해탈의 추구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을 해소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신애의 요가
세번째로 기타는 신애(박애)의 요가를 해탈의 길로서 가르치고 있다. 신애란 우주만물과 인간존재의 궁극적 실재이며, 크리슈나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기억하고 사랑하며 무슨 일을 하든 그에게 헌신하는 마음의 상태를 가리키며, 이러한 신애를 통하여 마음이 오로지 신에게 집중되어 평안을 얻으며, 마침내 신의 은총으로 이르러 그와의 합일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애의 길은 다른 모든 길을 포섭하면서도 능가하는 최고의 구원의 길로서 설해지고 있다. 행위의 요가와 같이 출가자나 재가자, 혹은 사회적 계급 여하를 막론하고 누구나가 따를 수 있는 대중적인 구원의 길이기도 하다. 이상과 같이 지혜행위신애를 통한 해탈과 영원한 안식의 길을 간단히 살펴보았지만, 이 세 가지 요가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에, 명확히 구분짓기는 어려우며, 기타의 내용은 이 세 요가에 의하여 집약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미묘하며 때로는 일관된 사상을 결여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하다. 기타는 결코 논리의 일관성을 추구하고 있는 체계적인 철학서가 아니고, 오랜 세월을 통하여 여러 편집자들의 손을 거치는 동안 다양한 사상들이 편입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기타가 욕망 없는 행위라는 개념을 통하여 사회윤리적 의무와 해탈이라는 초월적 이상을 동시에 살리는 적극적인 행동의 철학을 전개한 것은 인도 사상사에서 특기할 만한 점으로서, 간디나 타고르와 같은 현대의 인도사상가들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기타의 지혜의 요가를 통하여 우파니샤드 이래로 고대 인도인이 추구해온 우주와 인간에 대한 신비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한편으로는 행위의 요가의 사상을 통하여 전통적인 바라문적 사회질서와 윤리를 옹호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신애의 요가를 통하여 여자나 노예계급인 수드라까지도 실천할 수 있는 대중적인 구원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기타의 사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혜와 신애를 둘 다 강조하고 있으며, 때로는 지식에 수행의 최고목표를 두는가 하면, 때로는 신애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최고의 실로 찬양되기도 한다.
간디는 그의 자서전에서 술회했다.
기타는 나의 행동의 틀림없는 안내자가 되었으며, 마치 내가 모르는 영어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듯이 나의 모든 어려움과 시련을 해결하기 위해 이 행동의 사전을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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