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무적 검사 장주 - 설검
검복을 만들기 시작한지 사흘 만에 태자를 만났다. 태자는 그와 함께 왕을 뵈러 갔다. 왕은 흰 칼을 뽑아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장자는 전문으로 들어갔으나 서두르지 않고, 또 절도 하지 않았다. 왕이 말했다.
"선생은 과인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태자를 앞세워 왔소?" 장자가 말했다. "신은 대왕께서 칼을 좋아하신다는 말을 듣고 칼을 갖고 온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선생의 칼은 무엇을 능히 금제*할 수 있소?" "신의 칼은 10보에 한 사람씩을 베어 천 리를 멈추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왕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천하에 적이 없겠구려." "무릇 칼을 쓰는 사람은 허를 보여 기회를 잡으며, 나중에 움직이고도 먼저 칩니다. 원컨대 시험해보시기 바랍니다." "숙사에 가서 쉬며 명을 기다리면 곧 시합을 열어 선생을 청하리다." 왕은 곧 이레 동안의 검술 시합을 베풀어 사상자 60여 명을 낸 끝에 5, 6명의 검사를 뽑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전각 아래 칼을 들고서 있게 한 다음 장자를 불러 말했다. "오늘 시합을 열어 무사들이 칼을 닦게 하겠소." "오래 기다렸습니다." "선생은 길고 짧은 것 중 어떤 칼을 쓰시오?" "아무거나 씁니다. 신에게는 세 개의 칼이 있으나, 대왕의 뜻대로 쓰겠습니다. 그런데 먼저 한 말씀 드리고 시합에 임하겠습니다."
* 금제: 상대방을 막아내 제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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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후 장자가 검사 차림으로 태자를 찾자 기다리던 태자는 즉시 장자를 왕에게 데리고 가 문안을 드렸다. 왕은 칼을 뽑아 든 채 두 사람을 맞았다. 그런데 장자는 태연한 모습으로 성큼성큼 전상으로 올라가더니 절도 하지 않은 채 왕의 앞에서 있었다. 왕은 발끈했다.
"굳이 태자를 번거롭게 해가면서 대체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오?" "대왕께서 칼을 좋아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신의 검법을 보여드리고자 왔습니다." "허, 그러면 선생의 칼 솜씨는 어떠하오?" "열 걸음에 한 사람씩 쓰러뜨리면서 천 리을 가도 가로막을 사람이 없습니다."
그 말에 왕은 금방 입이 딱 벌어졌다.
"오오, 정말 천하 무적이로군." "검술의 극치는 먼저 틈을 보여 상대를 움직이도록 유인한 다음, 그 움직임에 맞춰 거꾸로 선수를 잡아 치고 들어가는데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이 극치를 실제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옳거니! 그렇다면 우선 숙사에 가서 쉬도록 하오. 내가 곧 시합 준비를 끝내고 선생의 솜씨를 구경하도록 하겠소."
그로부터 이레 동안 왕은 매일 시합을 벌여 60명의 사상자를 낸 끝에 고수 5, 6명을 뽑아냈다. 여드레 째 되는 날, 이들 검사들을 뜰아래에 대기시킨 뒤 왕은 장자를 불러냈다.
"그럼 이 검사들을 상대로 선생의 솜씨를 보여주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칼은 긴 걸 쓰겠소, 짧은 걸 쓰겠소?" "어느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신이 쓰는 칼 세 개 중 대왕께서 마음에 드시는 것을 쓰겠습니다. 그러나 시합에 앞서 먼저 그 세 가지 칼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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