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남의 말 - 양왕
자열자가 궁해서 용모에 굶주린 빛이 있었다. 어떤 나그네가 정자양에게 말했다. "열어구는 도가 있는 선비입니다. 상공의 나라에 있으면서 궁하게 살면 상공이 곧 선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정자양이 곧 관에 명령하여 곡식을 보냈으나 자열자는 사자를 보고 두 번 절하며 사양했다. 사자가 가고 나서 자열자가 들어오자 그의 아내가 그것을 보고 가슴을 치며 말했다. "첩은 도 있는 사람의 처자는 모두 편함과 즐거움을 얻는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굶주린 기색이 있기에 상공이 식량을 보냈으나 당신은 받지 않았습니다. 어찌 명이 아니겠습니까?" 자열자가 웃으며 말했다. "상공은 스스로 나를 안 것이 아니라 남의 말을 듣고 내게 곡식을 준 것이오. 나를 죄줄 때에도 또한 남의 말로 할 것이오. 이것이 내가 받지 않는 까닭이오." 그 후 백성들은 과연 난을 일으켜 자양을 죽였다.
* 정자양: '정나라의 재상인 자양'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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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는 가난 때문에 몸이 형편없이 여위어 있었다. 마침 한 나그네가 그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재상인 자양에게 말했다.
"영어구처럼 유덕하고 어진 사람이 그토록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상공께서는 어진 사람을 싫어한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줄로 압니다."
자양은 즉시 소임에게 지시를 내려 열자의 집에 식량을 보내주었다. 그러나 열자는 심부름 온 사람을 만나자 깍듯이 인사를 차린 후 이를 거절하고 말았다. 그의 아내는 가슴을 치며 남편을 원망했다.
"저는 덕이 있는 사람의 처자는 평생 안락한 생활을 보낸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모처럼 재상께서 보내주신 양식조차도 당신은 굳이 받지 않으셨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천명일까요?" "그는 스스로 준 것이 아니라 남의 충고를 듣고 보내준 데 불과하오. 그러니 다음에는 또 남의 말을 듣고 나에게 어떤 벌을 줄지 누가 알겠소? 그래서 받지 않았던 것이오."
그 후 자양은 과연 민중의 신망을 잃어 난을 당해 피살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