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목수의 비결 - 달생
재경이 나무를 깎아 거*룰 만들었다. 거가 완성되자 사람들이 보고 놀라 귀신 같다고 하였다. 노후가 보고 물었다. "그대는 무슨 재주로 만드는가?" 재경이 대답했다. "신은 공인인데 무슨 재주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한 가지는 있습니다. 신은 장차 거를 만들려고 하면 감히 미리 기운을 소모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재계하여 마음을 고요하게 합니다. 사흘 동안 재계하면 감히 경상 작록*을 품지 않게 되고, 닷새 동안 재계하면 감히 비난이나 칭찬, 잘 되고 잘못 됨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레 동안 재계하면 문득 저의 사지와 형체를 잊게 됩니다. 이때는 공조* 도 없어지고, 순수한 공교로움으로써 외형적인 기교도 사라지게 합니다. 그런 뒤에 산속으로 들어가 나무의 질이나 생긴 모양을 보고 고르기에 이릅니다. 그런 뒤에 마음에 거를 그려본 후 비로소 손을 대고, 그렇지 못하면 그만둡니다. 곧 하늘과 하늘이 합치는 것이니, 신이 만든 걸로 의심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 거 : 악기의 이름. * 경상 작록 : 상과 벼슬과 녹, 즉 세상의 이익. * 공조 : 임금의 조정 또는 나라의 조정, 나라의 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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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라의 이름난 목수 재경이 나무를 깍아 거를 만들었다. 어찌나 잘 만들어졌던지 보는 사람마다 크게 놀라서, 이것은 귀신의 재주임에 틀림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노나라 임금도 감복한 나머지 재경을 불러 물었다.
"그대에게 숨은 재주라도 있는가?"
그러자 재경은 이렇게 대답했다.
"목수인 제게 무슨 재주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제 나름대로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거를 만들 때는 절대로 잡념을 품지 않습니다. 먼저 재계하여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사흘을 계속하면 이욕을 잊고, 닷새를 계속하면 세상의 평탄에 마음을 쓰지 않게 되어 잘 만들겠다는 생각마저 잊고 맙니다. 이윽고 이레째가 되면 자신을 잊는 경지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되면 전혀 무심한 상태여서 나라의 위엄마저 잊고 맙니다. 저는 이 경지에 도달한 다음에야 비로소 산으로 가서 재목을 찾습니다. 재목은 나무 성질이나 생긴 모양이 거를 만들기에 적당한 것을 고릅니다. 나무가 정해지면 마음속에 거의 모양을 그려보고, 그 나무에 꼭 들어맞는다는 확신이 서야만 제작에 착수합니다. 만일 마음에 맞는 나무가 없으면 거를 만들지 않습니다. 결국 나무의 천성과 제 천성이 하나가 된 다음에야 비로소 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귀신이 한 일이라고 칭찬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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