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장자의 아내 - 지락
장자의 처가 죽자 혜자가 조상을 갔는데, 장자는 다리를 뻗고 앉아서 분을 두드리며 노래하고 있었다. 혜자가 말했다. "함께 살며 자식을 키우다가 늙어서 몸이 죽었는데, 곡하지 않는 것은 괜찮다 하더라도 분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다니, 심하지 않은가?" 장자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네. 처음 죽었을 때는 나라고 해서 어찌 느낌이 없었겠나? 아내의 처음과 본원을 살펴보니 생이 없었네. 생명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는 형체도 없었고, 형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는 기도 없었네. 혼돈 사이에 섞여 있다가 변하여 기가 있게 되고, 기가 변하여 형이 생기고, 형이 변하여 생명이 생긴 것이네. 지금 또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의 사시가 가는 것처럼 변하여 이처럼 죽었네. 아내가 큰 방* 에서 잠들려 하는데, 내가 시끄럽게 곡을 한다는 것은 천명에 불통한 일이라 생각되네. 그래서 그친 것이네."
* 큰 방 : 원문은 거실로서, 거대한 방, 즉 '하늘과 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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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아내가 죽었다. 혜자가 조상을 가보니,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앉아 분을 두드리며 노래 부르고 있었다. 혜자가 물었다.
"부인은 자네와 부부로 살며 자식을 키웠고, 자네를 위해 늙지 않았나? 또 자네가 설사 곡을 하지 않는 건 그렇다 치세. 그러나 굳이 분을 두드리며 노래까지 한다는 것은 너무 심한 일이 아닌가?"
장자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네. 처음에 아내가 죽었을 때는 나 역시 슬퍼했네. 그러나 그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을 곰곰이 따져보니 원래는 없었네. 육체도 없었으며, 나아가서는 육체를 형성하는 음양의 기운조차 없었다네. 모든 것이 혼돈 속에 뒤섞여 있다가 변화를 얻어 기가 생겼고, 그 기가 변화해 형체를 이루었으며, 그 형체가 변화에서 생명이 생긴 것이네. 그리고 이제 다시 변화를 얻어 죽음으로 돌아간 것일세. 이것은 계절이 순환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세. 아내가 거대한 방안에서 편히 잠자려 하는데, 굳이 시끄럽게 곡을 해댄다는 것은 천명을 모르는 소행일 걸세. 그래서 곡을 하지 않는 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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