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솔개의 먹이 - 추수
혜자가 양나라의 재상이 되자 장자가 가보았다. 어떤 자가 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장자가 당신을 대신해서 재상이 되려고 왔다." 그러자 두려워한 혜자는 사흘 낮, 사흘 밤 동안 온 나라를 뒤졌다. 장자가 나타나 그에게 말했다. "자네는 남쪽에 사는 원추*라는 새를 아는가? 무릇 원추는 남해를 떠나 북해를 향해 나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멈추지 않고 연실이 아니면 먹지 않으며, 예천*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네. 그런데 썩은 쥐를 얻은 솔개가 원추가 지나가는 것을 쳐다보고 '이놈'하고 소리쳤다네. 지금 자네도 양나라를 가지고 욕심을 내서 나를 위협하려 하는가?"
* 원추 : 봉황새의 일종. * 예천 : 물맛이 매우 단, 술 같은 샘물.
************************************************************************************
혜자가 양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장자는 재상이 된 친구를 만나보려고 훌쩍 양나라를 찾았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한 사람이 혜자에게 고자질했다.
"장자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틀림없이 당신을 밀어낼 생각으로 왔을 것입니다."
이 말에 놀란 혜자는 사흘 동안 온 나라 안을 샅샅이 뒤져 장자를 찾았다. 그런 일이 있은 뒤 홀연히 혜자 앞에 모습을 나타낸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남쪽 나라에 원추라는 새가 있네. 그 새는 남해에서 북해로 건너가는 멀고 먼 길에도 오동나무가 아니면 쉬지 않는다네,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예천의 물이 아니면 마시지도 않는 새라네. 그런데 썩은 쥐를 주운 솔개가 마침 머리 위로 지나가는 원추를 보고, 모처럼 얻은 먹이를 빼앗길까 두려워 힘찬 목소리로 원추를 위협했다고 하네. 자네 역시 이 솔개처럼 양나라는 먹이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나를 위협하겠다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