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무명인의 가르침 - 응제왕
천근*이 은양*을 지나다가 요수 위에 이르렀을 때, 마침 무명인을 만나서 물었다.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을 묻겠습니다." 무명인이 대답했다. "저리 가라, 너는 구차한 사람이다! 어찌 그따위 시시한 것을 묻느냐? 나는 바야흐로 조물자와 함께 벗하고 있지만, 싫어지면 또 방묘의 새*를 타고 육극 밖으로 나가서 무하유지향에 노닐다가, 광랑의 들에서 살려 한다. 너는 또 어찌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것으로 내 마음을 어지럽히려 하느냐?"
천근이 다시 물으니 무명인이 대답했다.
"너는 마음을 맑은 곳에 놀게 하고, 기운을 고요한 데에 합하여, 만물 본연의 성질을 좇아 사사로움을 섞는 일이 없게 해라. 그러면 천하가 다스려질 것이다."
* 천근 : 원래는 성숙의 이름이지만 여기서는 가공의 인물이다. * 은양 : 은산 남쪽에 있는 산의 이름. * 망묘의 새 : 허무한 기운. '망묘'는 아득한 모양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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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이 은양을 지날 때 요수 근처에서 무명인을 만났다. 한눈에 상대가 비범한 사람임을 알아차린 천근은 곧 말을 걸었다.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물러가거라. 어리석은 질문을 하고 있구나. 나는 지금 조물자와 노니는 참이다. 놀다가 싫어지면 망묘의 새를 타고 우주 밖으로 나가서, 무하유의 고을과 광랑의 들에 가서 실컷 놀면 된다. 그런데 너는 엉뚱한 짓을 하고 있지 않느냐? 천하를 다스린다는 이야기는 나의 흥을 깨뜨릴 뿐이다."
그러나 천근은 단념하지 않고 거듭 가르침을 청했다. 무명인은 마지못해 한 마디로 잘라 말했다.
"마음에 있는 일체를 버리고 무심으로 돌아가라. 만물을 있는 그대로 맡겨두고 인위적인 노력을 모두 버려라. 그러면 천하는 자연히 잘 다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