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하늘이냐 사람이냐 - 대종사
자여*와 자상은 친구다. 장마가 열흘째 되던 날, 자여는 '자상은 아마 굶주려 누워 있겠지.'라고 생각하여 밥을 싸들고 먹이러 갔다. 자상의 문에 도착해서 보니 자상이 금을 뜯으며 노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는 것 같기도 한 소리로, "아비냐 어미냐, 하늘이냐 사람이냐...."하고 못 견디겠다는 듯한 목소리로 시를 읊고 있었다. 자여가 들어가 물었다.
"자네는 왜 그런 시를 읊고 있는가?" "내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생각해봤지만 알 수가 없었네. 부모가 어찌 내가 가난하기를 바랄 것인가? 하늘은 사사로이 덮음이 없고 땅은 사사로이 실음이 없는데, 천지가 어찌 사사로이 나를 가난하게 하겠는가? 이렇게 된 이유를 찾아보았으나 알 수가 없으니, 내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명인가보네."
* 자여: 공자의 제자인 증삼의 자. 효행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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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여와 자상은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였다. 장마가 한 열흘이나 계속되던 어느 날, 자여는 문득 생각했다. '자상이란 친구, 먹을 것이 없어서 퍼져 누워 있으리라.' 자여는 밥 꾸러미를 들고 자상의 집을 찾았는데, 안에서 노래인지 우는건지 모를 이상한 소리가 금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아버진가 어머닌가, 하늘인가 사람인가...." 굶은 탓인지 숨넘어 가는 소리로 이렇게 되풀이하고 있었다. 자여가 안으로 들어가 말했다.
"이상한 노래로군. 어찌 된 건가?" 자상이 대답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토록 가난한지 생각해보았으나 도무지 알 수가 없네. 설마 부모가 자식이 가난하기를 원했을 리 없고, 더구나 공평 무사한 하늘이 나만을 차별해서 이 꼴을 만들었을 리도 없지 않겠나? 이모 저모로 생각해도 도저히 알 수가 없네, 누가 그렇게 한 것이 아닌데도 이토록 가난하니, 이 역시 운명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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