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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날 기다리는 작은 정원 - 윤영환
여긴 6층, 베란다에 서서 늘 먼 곳만 바라보다
이맘때면 꼭 가봐야 하는 길이 1층 굽어진 어두운 터에 있다
짧지만 걷는 데 오래 걸리는 길
요즘만 걸을 수 있는 이 짧은 길을 좋아라 한다
낮은 둔덕을 걸으면 종아리엔 불끈 힘이 가고
이 꽃나무들 사이를 걷는 느낌은
온전한 봄을 몸으로 받는 버거움이다
밟고 있는 잔디는 아래로부터 온전히 전신에 봄을 가져다주고
멀리서 가끔 부는 바람 따라 내게 오는 꽃내음의 주인을 나는 알아챈다
바람 따라 온 꽃은 나도 피었으니 어서 오라 발길을 재촉게 한다
하지만
곧 건너 논에 김 씨네 모내기 시작하면
이곳에 피어난 온갖 꽃들이 날아가기 시작할 텐데
어쩌나
하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매년 찾아오며 아기처럼 웃는데
나는 왜 매년 늙어만 가는지
여름이면 모두 떠나고 이곳은 정글로 변하고 말 거야
열매로 변한 꽃잎들은 떨어져
청소부 아저씨의 투덜거림과 함께 분리수거되겠지
아무도 모르는 여기, 며칠만 향기 품는 짧은 정원
주차장엔 차들이 저렇게 많은데
다들 세상살이 풍랑으로 가느라 이곳을 몰라
내년 기약 말고 오늘은 여기서 한참 놀다 가고 싶다
천국은 이런 모습일 거야
한번 안기면 떠나기 싫은 엄마 품 같은 곳
꽃 말고는 보이지 않는 곳.
2024.03.25. 23:50 윤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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