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通)하는 사랑 2
“그냥 갈래.”
“왜 그래? 어디 가는데?”
“혼자 있고 싶어서.”
“태워 줄게. 타.”
“아니야. 혼자 갈래.”
“......”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래도 타. 태워 줄게.”
차에 올라타자마자 그녀는 말했다.
“마음속에 다른 사람 있는 것 알아. 넌 나처럼 절대적이지 않으니까.”
아직도 그녀가 날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답답했다. 그토록 수많은 이야기를 했는데도 그녀는 늘 의심하고 있었다. 왈칵 울분이 터지는 걸 참고 조수석 문을 열며 말했다.
“넌 날 믿지 않는 구나!”
차는 삼거리 신호등 1차선에 대기 중이었다. 차에서 내려 도로를 가로질러 보도블록을 밟자마자 온 길을 되돌아 걸었다. 그녀의 차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한 후 사라졌다.
난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혼자 걷고 싶을 뿐이었다. 나는 그녀를 만나면 늘 친절해야만 하는, 그녀의 모든 언행을 수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싫었다. 싫은 것 보단 쉬고 싶었다. 나는 나만의 시간을 원했다. 그녀를 만난 후론 아무런 작품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도 힘들다며 내가 힘겨워 할 땐 날 외면하지 않았었나.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나를 절대적으로 보질 않았다. 그녀는 내가 절대적으로 의존하거나 길들여지길 원했다. 그녀는 힘들 때만 날 찾았다. 내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아 난 늘 하던 일을 접고 그녀를 다독였었다. 하지만 사랑했었다. 사랑 없이 받아들일 순 없는 일이니까.
그녀는 어떤 상상을 했던 것일까. 그녀에게서 내 마음이 떠났다고 스스로 세뇌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내가 그녀 이외에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상상하고 있었을까? 그녀는 내가 즐겨야만 하는 나만의 고독시간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길로 돌아오지 않았다. 난 잡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말 해봐야 그녀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을 테니까. 집까지 걸어오며 나의 뇌가 요동치리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녀를 믿지 않았었다. 언젠간 떠날 것임을 아는 것처럼 마음의 거리를 두고 지냈었다. 누구나 믿음이 사랑으로 변할 때 배신 당해보면 안다. 쉽게 믿지 못한 다는 것을.
사랑은 양날의 검이다. 어떤 방향으로 휘두르든 간에 자국이 남는다. 평생 그 자국을 보며 살아야 하기에 나는 늘 방패를 들고 산다. 따라서 내 품에 안긴다는 건 오랜 전투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방패를 잠시 내려놓고 쉴 때 같잖은 단도로 긁고 지나간 가녀린 검객으로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세뇌하며 산다. 그녀 덕에 방패는 더 두꺼워졌다.
나는 가끔 혼자 있어야만 하는 습관이 있다. 마치 우체국에 몰려든 엽서나 편지꾸러미를 주소지별로 정리하듯 내겐 정리하고 써내려 가야하는 장부가 있다. 홀로 우편물 정리하고 있는 내게 잔소리 하는 상사가 있다면 나는 곧바로 사표 던질 집배원일 것이다. 그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끝으로 그녀는 나와 끝났다. 내가 그녀를 떠올리며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그녀보단 내가 더 그녀를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보단 내가 더 절대적이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들리지 않는......
- 단편 oooo 中 -
2008.10.23 03:59 윤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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