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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미사 가는 길 - 안영준
바람도 쓸지 못하는 오경(五更)의 칠흑 속
나는 나를 깨운러 나가는 시간이다
서서히 가쁜 호흡으로 여명을 걸어간다.
골목 어귀엔 한달 째 집을 짓는
인부 너덧이 어둠을 풀고 있다
구멍 난 도라무 깡통에 모닥불을 피운다.
못쓰게 된 기둥부리 잘려나간 모서리
세상에서 버려진 것들 모두모두 던져진다.
무서운 불길 속에서 치솟다가 자지러진다
그렇다 그동안 쓸모없던 나의 부분
흐려진 정신과 부러진 희망까지
욕망의 부스러기마저도 과감히 쓸어 넣자.
어느덧 어둠들도 하늘 향해 무릎 꿇고
추위도 녹아내려 나의 발길 풀릴 때에
넘치는 새벽을 향해 전설처럼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