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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 불 지피다 - 김정희
섬돌에 묻어 둔 불씨 빠지직 불 지피다
언 가슴 녹인 불꽃으로 피어난 맨드라미 꽃
오지랖 데인 흔적을
주홍글씨 새기며.
몇 번을 까무러쳐도 끓어오르는 더운 피
내림굿 손대 잡고 날고 싶은 나비 꿈은
선무당 신들린 춤사위
바라춤을 추느니.
귀뚜리 밤을 울어 풀잎도 잠 못 든 새벽
혼을 실은 낮달은 빈 하늘에 떠돌고
아 여기 불타는 집 한채
지상에 머물고 있다.
<제6회 2004년 시조문학작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