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절망적일 때 가장 큰 희망이 온다
2. 용기와 결심에 대하여
용감한 승리
삶 ! 하나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이다. 세상은 아름답고 생동감에 넘치며 수많은 가능성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적이 공격을 한다. 그리고 이 '선물' 이 이젠 저주처럼 느껴진다. '왜? 왜 나여야 하지?' 우리는 묻는다. 하지만 답을 구할 수 는 없다. 일곱 살 때 호지킨 병(림프선 계통의 염증이나 종양 등으로 부어올라 서서히 온 몸에 퍼지는 질환)에 걸려서 6개월의선고를 받았다가 살아남았다. 재수라고 해도 좋고, 희망, 믿음, 용기, 뭐라고 해도 좋다. 생존자는 수천 명이나 된다! 우리와 같은 승리자는 답을 알고 있다. '괜찮아! 우리는 이길 수 있어!' 나는 암으로 죽지 않는다. 나는 암과 함께 살고 있다. 무슨 일이 생겨도 신은 우리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러니 더 이상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우리 반은 약 1.5 킬로미터의 거리를 함께 뛰자는 계획을 세웠다. 나는 그날을 어제까지나 잊지 못할 것이다. 수술로 인해 다리에 생긴 흉터와 부증을 감추기 위해서 2년 동안 짧은 바지를 입지 않았다. 친구들이 놀릴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2년 동안 나는 두려움에 묻혀 살았다. 하지만, 그날,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이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짧은 바지, 마음, 정신, 출발선에 서기도 전에 친구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징그러워라!' '뚱뚱하기도 하네!' '정말 못생겼다!' 나는 못들은 척했다. 코치가 소리쳤다. "준비 ! 땅" 나는 제트기처럼 탄력있게 뛰어나갔다. 처음 6백 미터는 내가 선두를 달렸다. 나는 그저 이길 결심만 했지 힘을 아낄 줄을 몰랐다. 네 바퀴를 돌아야 하는데 첫 바퀴를 돌고나니 아이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뛰고 있었다. 두 바퀴를 거의 다 돌아 갈 땐 대부분의 아이들이 포기한 채 운동장에 널부러져 헉헉거리고 있었다. 세 번째 바퀴를 돌기 시작했을 땐 겨우 몇 명만이 남아 있었고 나는 다리를 절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 번째 바퀴를 돌기 시작했을 땐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벌써 다 완주를 한 것이었다. 마지막 바퀴를 나는 울며 뛰었다. 반 아이들 모두가 나보다 빨리 달렸다. 출발한지 12분 42초만에 나는 겨우 달리기를 끝내고 땅에 쓰러져서 엉엉 울었다. 창피한 마음은 이루 다 설명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코치가 내게로 달려와서 소리쳤다. "해냈어! 마누엘! 너는 끝냈어! 끝냈다구!" 코치는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손에 든 종이를 흔들었다. 그것이 오늘 나의 목표였다. 어제 코치에게 그것을 제출했다는 사실을 나는 깜빡 잊고 있었다. 코치가 종이에 쓰인 것을 소리내어 읽었다.
"나 , 마누엘 디요트는 내일 있을 달리기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완주할 것을 약속합니다. 아무리 심한 고통과 절망도 나를 멈출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나는 충분히 자격이 있으므로 하나님의 힘을 빌어 완주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누엘 디요트라는 사인이 되어 있었다. 내가 늘 상 하는 것처럼 '디' 자의 'ㄷ' 안에 조그만 웃는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벅차 올랐다. 눈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바나나를 옆으로 물은 것 같은 미소가 내 얼굴에 떠올랐다. 친구들이 박수를 쳤다. 내 생애에 처음으로 기립 박수를 받은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이긴다는 것이 첫째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때 이긴다는 것은 다 끝냈다는 것을 뜻했다.
- 마누엘 디요트 -
꿈을 이루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모든 일에 '선' 이 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세상의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일년 전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진단을 받고 나서 나는 깊은 절망에 빠져 24시간을 울었다. 그리고 나에게 닥친 새로운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고 내가 주관해서 잘 이끌어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유방암은 다른 여자들에게나 생기는 병이며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정말 무지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그 후 나는 유방암에 관한 많은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다른 암환자들처럼 이제 나는 삶을 더욱 감사히 여길 줄 알게 되었다. 일어나서 장미 냄새를 맡으라는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좀 더 적극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오랫동안 이루고 싶었던 꿈을 실천하라는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내 가슴속에서 비밀스럽게 타오르는 꿈은 글을 쓰고 그 글이 인쇄된 것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없어서 나는 오래 전에 그 꿈을 눌러 버리고 말았다. 유방 절제술과 화학요법과 유방 재건술을 받으며 나는 30년간 사귀어온 친구에게 매일 편지를 썼다. 그 친구는 멀리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편지를 쓰는 것이 우리들의 주요한 통신 수단이었다. 삶이 우리에게 새롭고 어려운 도전을 부여할 때마다 우리는 편지를 통해 서로의 상담자 역할을 해 주었다. 지금까지 나에게 일어났던 일 중 암 선고는 가장 힘든 도전이었고 그 친구는 사랑과 도움을 아끼지 않으며 매 순간 내 옆에 있어 주었다.
암 진단을 받기 바로 얼마 전에 개인용 컴퓨터를 한 대 마련해서 그 때부터 컴퓨터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암 진단을 받은지 2 개월이 지났을 때, 내가 여지껏 리타에게 쓴 편지를 모으면 책 한 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화학요법을 받으며 내 마음의 길잡이로 쓴 편지들을 정리했다. 암 진단을 받고 7개월이 지났을 때 책 반권 정도의 분량이 된 내 원고가 팔렸다. 그 책은 1996년 10월에 출판이 되었고 책의 제목은 <용기와 암, 유방암 일기: 암에서 완쾌까지의 여행>이다. 하지만 책이 출판된 후에도 나는 내가 작가로서의 자질이 있다는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래서 넓은 세계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열 여섯 살부터 적어둔 시들을 모아 보았다. 그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상상도 해 보지 않았다. 암에 대한 내 책이 엉터리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같은 출판사에 시들을 보내 보았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계약서를 보내왔다!
<한 밤중에 통곡하는 사랑. 공포 그리고 다른 것들>도 출판이 될 예정이다. 이제 공이 굴러가지 시작했으니 이제 와서 그만둘 생각은 조금도 없다. 일년도 안 되는 기간중 책을 세 권이나 썼다. 또 다른 두 권은 출판사에서 심사 중에 있다. 그리고 물론 곧 새 책을 쓰기 시작하려고 한다. 유방암은 내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었다. 유방암에 걸리게 해 달라고 내 스스로 빌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방암 때문에 내 꿈을 실현하게 된 것을 너무도 기쁘게 생각한다.
- 마릴린 R. 무디 -
크리스, 정말로 특별한 오학년생
또 크리스마스가 돌아왔다. 그 해 크리스마스는 유난히 추웠다. 예년과 다름없이 오학년 아이들의 가슴은 크리스마스의 마술로 가득 찼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 매년 학교 행사로서 사학년과 오학년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의 가슴을 잔뜩 들뜨게 한 크리스마스의 마술이 단 한 아이의 가슴만은 채울 수가 없었다. 열 살짜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운 짐이 그 아이의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합창단이 노래를 시작했고 크리스의 가슴은 더욱 무거워졌다. 아이는 벌떡 일어서서 밖으로 달려나가 주차장에 세워둔 엄마의 차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의 엄마는 나처럼 이 조그만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었다. 동료 교사들이 아이와 이야기를 해 보라고 내 등을 밀었다. 자기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있는 열 살짜리 아이에게 도대체 뭐라고 한단 말인가? 아이는 다리를 잘라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몇 달간의 화학요법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다. 자기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물론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크리스의 담임 선생님일 뿐 아니라 그 아이가 겪고 있는 고통과 괴로움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작년 12월에는 내 가슴속에도 크리스마스의 마술을 위한 자리가 없었다. 작년 12월 나는 수술을 받은 후 암세포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의사의 설명을 들어야 했다. 내 암은 수술로 치료가 가능했지만 작년 한해 동안 세 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 중 두 번은 겨우 한 달의 간격을 둔것이었다. 그리고 6 개월 후 다시 한번 수술을 받았다. 물론 화학요법도 받았다. 크리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지? 천천히 교사를 나와 크리스에게 다가가며 나는 내내 그 생각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이의 손을 잡고 같이 우는 것뿐이었다. 아이가 질문을 했고 나는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쉬운 말로 설명해 주었다. 아직도 검사를 받으러 3개월에 한번씩 병원에 간다고 하자, 아이는 자기도 지금 정기 검사를 받으러 다니는 상태 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아이에게 설명하려고 애를 썼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일이 우리를 더욱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고, 언젠가는 너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거라고, 마침내 우리는 고통으로 억눌린 두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손을 잡고 반으로 돌아갔다.
마침내 1개월이 되어 그 끔찍하고 고통스런 날이 찾아왔다. 다리를 절단했다. 그리고 몇 주 후 크리스는 학교로 돌아왔고 곧 인조 다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반 아이들은 크리스가 다리를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가졌다. 아이들은 크리스를 잘 이해했고 열심히 도와주었다. 우리 반 사물함 속에는 코트와 모자뿐 아니라 예사롭게 다리도 걸려 있다. 아이들은 크리스에게 목발과 인조 다리를 갖다 주겠다고 서로 다투었다. 크리스가 무엇을 필요로 하든 아이들은 항상 도울 준비가 되어있었다. 정말 힘든 해였지만, 아이들이 크리스를 도와 주고 보살펴 주는 것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서 화학요법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머리가 몽땅 빠진 것이다. 얼마 동안 크리스는 엄마가 사준 멋있는 가발을 쓰고 다녔다. 하지만 어느 무덥고 습하고 바람이라곤 조금도 없던 여름날 크리스는 훌떡 가발을 벗었다. 그 순간 크리스에겐 자존심보다 편안함이 훨씬 더 중요했던 것이다. 남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도 문제되지 않았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체육 시간을 마치고 물을 마시러 아이들이 수돗가에 줄을 서는데 크리스는 두 개의 목발을 집은채 뒤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나는 크리스에게 앞으로 나와서 먼저 물을 마셔도 된다고 했다. 아이들도 그렇게 하라고 부추겼지만 크리스는 자기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줄을 서겠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크리스가 마다 않는 한 가지 특권이 있었다. 대머리를 감추기 위해 학교 건물 안에서도 모자를 쓰는 것이었다. 어느 날 한 노신사가 학교를 방문했다. 은퇴하기 전엔 선생님이었으며 어느 학교의 교장 선생님 직함도 맡았었다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시민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어떤 대회에 대해 설명하며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도 하고, 애국심과 학교에 대한 충성심에 관한 얘기도 했다. 그 날도 크리스는 모자를 쓴 채 앉아있었는데 애국심이 매우 강한 이 노인은 크리스 에게 다가가 엄한 표정으로 모자를 벗기며 이렇게 말했다. "건물 안에 있을 때는 모자를 벗어라!" 크리스의 모자를 벗긴 순간 그 노인은 놀람과 동정과 후회가 엇갈리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크리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노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모자를 받아들고 다시 썼다. 그 순간 내가 동정한 사람은 크리스가 아니라 모자를 벗긴 그 노인이었다.
크리스는 건강상의 모든 문제를 헤쳐 나가며 한번도 용기와 믿음을 잃지 않았다. 암에 걸리기 5년 전에 크리스는 교통사고로 아빠와 할머니를 잃었고 크리스 자신도 크게 다쳤다. 그리고 또 이런 역정에 부딪쳤다. 이렇게 조그만 아이가 도대체 얼마나 더 힘든 일을 당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 크리스와 나는 둘 다 잘 지내고 있다. 그리고 이번 12월 은 내가 암에서 회복한 지 8년이 되는 달이다. 암을 앓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는 더 맣은 자격을 갖춘 선생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가족 중 암이나 다른 중병을 앓는 환자가 있는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해 줄 수 있게 되었다. 크리스가 겪은 고통을 다른 아이들이 겪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아이가 또 있다면 나는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이번 10월은 크리스가 암 선고를 받은지 7년이 되는 달이다. 우리는 둘 다 살아남았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삶으로 이끄셨다. 내년에 크리스는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그는 매우 잘 생긴 청년이며 곧 대학교에 가서 자기의 길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면 크리스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그는 바로 그런 젊은이니까.
- 루이스 박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