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잡이·생둥이
북녘말
앞가지 곧 접두사 ‘생-’은 여러 뜻으로 쓰인다. ‘생김치·생나물’처럼 음식물 앞에 쓰면 ‘익지 않은 것’, ‘생나무’ 등은 ‘마르지 않은 것’, ‘생가죽·생맥주’ 등은 ‘가공하지 않은 것’의 뜻이다. ‘생부·생모’ 등은 ‘직접적인 혈연관계’, ‘생고생·생트집’ 등은 ‘억지스러움’, ‘생지옥’ 등은 ‘지독한·혹독한’의 뜻이다.
국어사전에서 ‘생-’을 다양한 뜻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생-’을 ‘원래 그대로인 상태’로 보면, 여러 뜻을 아우를 수 있겠다. 음식물이 익지 않았으니 ‘생김치’, 마르지 않았으니 ‘생나무’, 가공하지 않은 상태이니 ‘생가죽’이다. ‘생부’도 ‘법적인 관계 변화와 상관없는 원래의 혈연관계’로 볼 수 있겠다.
북녘에서는 ‘생잡다·생잡이·생둥이’ 등을 쓴다. ‘생잡다’는 두 가지 뜻으로 쓰이는데, 하나는 남녘에서 ‘생트집을 잡다’의 뜻이고, 다른 하나는 ‘생판으로 처음 해 보다’의 뜻이다. “생잡는 버릇”은 앞의 뜻이고, “대패질은 생잡는 일이다”는 뒤의 뜻이다. 북녘말 ‘생잡이’는 ‘생잡다’ 두번째 뜻에서 ‘~ 사람’으로 파생된 말이다. ‘어떤 일을 처음 하게 되어 서투른 사람’을 이른다. ‘생잡이’는 남녘에서 ‘마구잡이’와 같은 말로 쓰이므로 북녘과 차이가 있다.
북녘말 ‘생둥이’는 ‘생김치’처럼 ‘음식물이 채 익지 않은 것’을 말하는데, ‘일이 손에 익지 않아서 서툰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음식물이 먹기 좋게 익는 것과 일이 손에 익는 것이 다른 것 같으면서도 관련이 있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분홍바늘꽃
풀꽃이름
삶의 양식이 바뀌어서 그런지 사과를 깎지 못하거나 바느질을 못 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공부에 친 아들딸이라 시키지도 않았고, 세탁소에 가면 되니까 빨래나 바느질을 해 볼 기회조차 없었던 아이들. 한번 확인해 보시라. 으레 할 줄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못할 때 느끼는 마음이란 ….
‘바늘꽃’은 씨방이 아주 길게 발달해서 바늘을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분홍바늘꽃’은 꽃이 분홍빛이고, 꽃봉오리 모양도 길쭉하고, 꽃이 피었을 때 수술 꽃밥 끝도 바늘귀처럼 생겼다. 물가나 산과 들의 습지에 자라는 그냥 ‘바늘꽃’에 견줘 높고 깊은 산 양달에 자란다고 ‘두메바늘꽃’, 바늘꽃보다 커서 ‘큰바늘꽃’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파이어 위드’(fire weed)라는데, 전체가 펑펑 터지는 불꽃 모양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관련된 풀꽃에 ‘골무꽃’이 있는데, 한땀 한땀 꿰매던 바느질은 옛적 할머니 어머니 이야기로 남고, 이제는 골무가 있는 집도 별로 없을 것 같다. ‘패랭이꽃·물레나물·족도리풀’ 이름에서 옛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상상하고, ‘노루귀·범꼬리·매발톱’ 이름에서 야생동물을 그려보고, ‘광대수염·기생초’ 이름에서 그들의 숨소리를 들어본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던가, ~든가
요즘 아이들은 인스턴트 식품과 육식에 길들여져 김치 등 야채는 입에도 대지 않으려 한다. 엄마들은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야채를 먹이려고 구슬려 보지만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김치를 먹던가 시금치를 먹던가' 야채를 섭취해야 몸이 건강할 텐데 걱정이다.
앞 글에서 보이는 '김치를 먹던가 시금치를 먹던가'는 잘못된 표기다. '김치를 먹든가 시금치를 먹든가'로 써야 맞다.
'-던가(지)'는 과거의 일을 회상할 때 쓰는 연결어미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선택할 때나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나타낼 때는 '-든가(지)'를 써야 한다.
①-던가 ·철수가 많이 아프던가?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싶어 당황했지. ·그 법안을 누가 제안했던가를 묻고 싶다. ②-든가 ·공부를 하든가 놀든가 결정해라. ·노래를 부르든가 춤을 추든가 네 맘대로 해라. ·어디에 살든가 고향을 잊지는 마라.
이렇듯 '-던가'와 '-든가'는 쓰임이 각기 다른데도 발음상 비슷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잘못 쓰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특히 인터넷 채팅에서 네티즌들이 쓰는 언어를 보면 심각하다. 말로 할 때는 '-든가'와 '-던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지만 글에서는 다르다. 이제부터는 이 둘을 제대로 구분해 씀으로써 표현을 명확히 하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