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 토정비결 - 전영순,하정화
<본초류>
25.민들레 - 땅 속 깊이 뿌리 내리는 민초
민들레는 우선 그 이름부터 정답고 친근한 민중의 풀이다. 백성의 꽃, 민중의 꽃이라는 뜻이다. 민들레는 풀밭이나 논둑이거나 길옆이거나 마당 귀퉁이거나 가리지 않고 심지어는 콘크리트 바닥 틈새에까지 뿌리를 내린다. 참으로 모질고 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풀이다. 더러운 도심 가운데서도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며 먼지와 오물을 뒤집어 쓰면서도 노란꽃을 방긋이 피워내는, 민들레는 서럽고도 모질게 살아온 우리 민초들의 성정을 그대로 닮았다. 민들레는 겨울에 잎이 말라 죽어도 뿌리는 살아 있는 여러해살이풀로 그 뿌리가 땅속 아주 깊게 내려간다. 줄기는 땅바닥에 붙어 있을 정도로 작지만 뿌리는 땅속 2m가 넘게 내려가는 것도 있다. 생명력의 근원이 바로 이 뿌리에 있는 것이다. 뿌리깊은 식물은 좀처럼 죽일 수가 없다. 민들레 뿌리는 웬만큼 잘라내도 다시 살아난다. 따라서 잔디밭을 가꿀 때 가장 애먹이는 풀이 민들레다. 원체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어서 완전히 뽑아낼 수도 없고, 풀깎는 기계로 밀어서 목을 잘라버려도 이튿날이면 더 많은 꽃이 피어난다. 모가지가 잘리면 몸통에라도 붙어서 기어이 꽃을 피우고야 마는 지독한 생명력을 지닌 풀이다. 민들레는 봄을 알리는 꽃으로 첫손가락에 꼽히지만 반드시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니다. 서양민들레 같은 것은 3∼11월의 긴 기간 동안 계속해서 피고, 눈보라가 쌩쌩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날씨만 따뜻하면 양지쪽에 조그맣게 꽃을 피운다. 민들레꽃은 낮에만 피고 밤에는 잠을 잔다. 아침 첫 햇살을 받으면서 꽃다발이 천천히 열리고 꽃잎이 벌어졌다가 해지고 어두워지면 꽃잎을 오므려 닫고 움츠린다. 그리고 날이 흐리거나 비라도 내리면 꽃이 피지 않는다. 연꽃, 튤립, 나팔꽃 등과 같이 밤이면 잎을 오므려 마주 포개어 잠을 자고 아침이 되면 활짝 편다. 이처럼 민들레가 해뜨는 동안에만 꽃을 피우는 것은 민들레 꽃잎 뒤에 달린 물주머니 때문이다. 햇볕이 없을 때에는 물주머니에 물이 가득 차있어 꽃잎을 밀어올리므로 꽃잎이 닫히고, 햇볕이 쬐면 물주머니의 물이 증발하여 꽃잎을 받치는 힘이 약해져서 꽃잎이 활짝 펴지게 되는 것이다.
성분
민들레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은 수분이 약 90%이며 조단백질 2.27%, 회분 1.04%, 단백질 1.89%, 그리고 미네랄과 비타민 등이다. 또한 독특한 향기 성분인 정유가 들어 있다. 이밖에 이눌린, 루틴, 팔마틴, 이놀산 등과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 있다. 그리고 뿌리에는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콜린, 디락사스테롤, 스테롤, 펙틴 등이 들어 있다. 민들레는 겨울을 나기 위해 여름내 만든 영양을 뿌리에 갈무리하므로 많은 영양소가 뿌리에 집중되어 있다. 민들레의 약효성분으로는 콜린, 이눌린, 디락사스테롤, 스테롤, 팩틴 등을 들 수 있으며, 임상실험에서는 황색포도상구균, 용혈성 연쇄상구균 등에 강한 살균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간의 지방변성을 억제하고,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작용이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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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새
민들레는 국거리에서 약재까지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먹을거리로, 민간약으로, 한약재로 널리 써왔던 것이다. 그러나 맛이 쓰고 쌉쌉하여 바로 먹기에는 곤란한 점이 많다. 그러나 이 쓴맛이 위를 튼튼하게 한다. 쓴맛을 없애는 방법은 많다. 삶아서 하루쯤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내고 먹거나 시금치하고 섞어서 먹어도 되고, 뿌리는 가을이나 이른 봄에 캐서 된장에 박아 두었다가 장아찌로 먹고 고들빼기와 함께 김치를 담가서 먹는다. 또한 그냥 튀겨 먹어도 괜찮다. 민들레의 꽃이나 뿌리는 소주를 붓고 우려내어 여기에 설탕이나 꿀을 알맞게 넣어 한두 달 숙성시키면 훌륭한 약주가 된다. 민들레주는 강정, 강장제로 효과가 있고 향기가 좋다.
우리 겨레와 민들레가 퍽 친근한 것은 틀림없지만, 식용, 약용으로 더욱 다양하게 활용한 나라는 유럽이다. 서양에서는 민들레를 채소로 가꾼다. 프랑스 요리에 민들레샐러드가 있다. 민들레를 밭에 가꾸어서 이른 봄이나 가을에 뿌리를 캐내서 상자 속에 밀식한 다음 캄캄한 동굴 같은 데 두어 싹을 키운다. 우리나라에서 콩나물을 기르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해서자라난 하얀 싹은 날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데, 쓴맛이 거의 없고 향기가 좋다.
서양에서 민들레로 만드는 요리는 민들레 수프, 민들레 파이, 민들레 샐러드, 민들레 피자, 민들레 커피, 민들레 튀김, 민들레 와인 등 열가지가 넘는다. 이 중에서도 민들레 커피(Dandelion Coffee)는 댄대 티(Dandy Tea)라고 하여 오래전부터 인기가 있었다. 민들레 뿌리를 말려 볶아서 가루를 내어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인데, 맛과 빛깔은 물론 향기까지도 일반 커피와 비슷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카페인도 없어 권장할 만하다. 이같은 민들레 커피는 비용도 적게 들고 영양이 풍부하므로 이를 상품화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민들레는 민간에서 종기, 식중독, 위궤양 등에 효과가 있어 약으로 쓰인다. 서양에서도 피를 맑게 한다고 하여 종기 치료, 위장병 등에 많이 이용하였다. 생잎을 씹어 먹으면 만성 위장병에 좋고 정력에도 좋다고 한다. 한약재로도 조선민들레가 약효가 뛰어나다 하여 중국에까지알려졌다.
민간에서는 다음과 같이 활용한다. *위궤양, 위장염 등의 위장병에는 민들레 뿌리와 오이풀 뿌리를 같은 양으로 가루를 만들어 먹거나 생잎을 자주 씹어 먹는다. *황달에는 가을에 캐낸 민들레 뿌리를 달여서 하루 세 번으로 나누어 식후에 먹는다. 민들레를 찧어서 꿀에 섞어서 알약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만성 간염에는 봄에 캔 민들레 뿌리를 달여 마신다. 하루 3∼4번 밥먹고 나서 먹는다. *편도선염에는 꽃필 무렵의 민들레를 찧어서 나온 즙으로 하루에 여러 번 양치질을 한다. 말려두었다가 달인 물로 양치질을 해도 된다.
이것이 토종
세계적으로 민들레는 3백여 종이 분포하지만 우리나라에 식생하는 것은 흰민들레, 민들레, 산민들레, 좀민들레, 키다리민들레, 서양민들레 등이다. 그런데 보통 도시 근교나 길옆, 잔디밭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애석하게도 서양민들레다. 서양민들레는 유럽에서 들어온 것인데, 토종보다 적응력과 생명력이 더 강하여 토종을 쫓아내고 맹렬하게 번식하고 있다. 토종민들레는 서양민들레에 밀려 지금은 한적한 시골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있을 정도다. 서양민들레와 토종민들레는 생김새와 성질이 조금 다르다. 토종민들레는 꽃이 4∼5월에 피지만, 서양민들레는 3∼11월까지 오랜 기간 피고, 잎의 생김이 토종은 점잖고 의젓하지만 서양종은 잎의 톱니가 깊고 잘게 갈라져서 조금 조잡하다. 꽃자루를 보면 가장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꽃을 싸고 있는 꽃받침을 총포라고 하는데, 민들레에는 총포둘레에 비늘 모양의 돌기가 있다. 이것을 총포엽이라고 한다. 토종은 이 돌기가 곧게 서 있으나 서양종은 뒤로 젖혀져 있다. 약효나 영양 성분도 조금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자세한 구결과가 아직 없으며 서양민들레도 오랫동안 우리 풍토에 적응하여 왔으므로 웬만큼 토종 되었는지 모르겠다. 흰민들레는 우리나라가 원산인 민들레로 흰꽃이 핀다. 잎이 조금 더 고 모양새가 흐트러져 보인다. 섬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 분포하지만 흔하지 않으며, 북쪽보다는 따뜻한 남쪽에 많다. 중국에서 조선포공영이라 하여 약효가 뛰어난 것으로 치던 것이 흰민들레다. 백화포공영이라고도 한다. 좀민들레는 민들레보다 잎이 작고 가냘프게 생겼으며 제주도에서 난다. 한라민들레라고도 하고 한국에서만 자라는 특산 식물이다. 산민들레는 잎이 민들레보다 커서 36Cm까지 되는 것이 있으며 건조한 땅에서 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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