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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값
언어예절
사람들은 선물을 주거나 받으며 인사한다. 행사 때 꽃다발을 선사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손수 짓고 거둔 옷·베·노리개·그림·글씨에다 건어물·고깃근 …들 마음과 손길이 스민 것이면 더욱 좋다. 그렇게 오가며 만나는 사이에 정이 도타워지고 예절이 가다듬어진다. 밥이나 술대접도 그렇다. 말품도 별로 들지 않는다. 사람살이가 무심하고 마냥 명경 같아서야 무슨 재미가 나겠는가.
떡은 제사·잔치 음식이었다. 밥도 귀한데 하물며 떡이랴. 본디 설이나 추석머리 명절 쇠는 데 보태 쓰라고 일터에서 일꾼들에게 주던 돈이 떡값이다. 요즘은 ‘상여금’으로 굳어졌다. ‘삼성 떡값 받은 검찰 고위층’이라면 녹봉은 나라에서 타면서 떡값은 엉뚱한 재벌 기업한테서 받았다는 얘기니, 우선 말이 안 된다. 괜찮게 쓰던 말이 때로는 이처럼 비뚤어진다. 그 돈머리도 서민들 연봉을 넘어서니 뇌물·봉물에 가깝다. 뜻풀이를 하나 더 늘려야겠다.
촌지·촌심도 실체는 돈봉투일 때가 많고, 뒷돈에다 역시 돈머리를 헤아리기 어려운 검은돈·비자금도 있다. ‘돈’이 말을 만들고 바꾸는 셈이다. 봉사료·거마비·접대비·중개료는 공인된 경비로 친다. 갖가지 거래에서 채택비·사례비·보상금은 랜딩비·리베이트란 말로 성행하고, 끼리끼리 짬짜미가 따른다. 그래도 김장값·술값·떡값 …들은 먹거리에서 비롯된 말들어서, 실물로 대신하면 선물은 될 터이다.
사람들은 에두르거나 비유하여 실체를 숨기기를 즐기고, 지칭하는 낱말도 그렇게 쓰일 때가 많다. 말을 하는 데서 썩 효과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자칫 진실을 가리는 폐단이 있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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