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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박
남을 심하게 을러대고 짓눌러 기를 꺾는 행위를 ‘윽박지르다’ ‘윽박질’ ‘윽박질하다’라고 한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말이 ‘윽박’인데, 국어사전에 따로 잡아 올리지 않았다.
“… 윽박을 주어 건넌방에 들어앉히고, 초조해 할 모친에게 알리러 자기가 나서기로 하였다.”(염상섭 <취우>)
“남의 무남독녀 외딸을 그저 윽박 주고 구박하고 못 살게 굴고, 그래도 좋다는 말이냐?”(박태원 <천변 풍경>)
“의사를 묻는 게 아니고 반대하는 놈이 있기만 있으면 때려 죽이겠다는 윽박이었다.”(송기숙 <자랏골의 비가>)
“내 윽박에 주춤거리던 계집애는 어깨를 들먹거리다가 다리를 쭉 뻗고 까무러쳐 버렸다.”(신경숙 <겨울 우화>)
여기서 ‘윽박’은 ‘남을 심하게 을러대고 짓눌러 기를 꺾음’의 뜻으로 쓰였다. 비슷한 말로 ‘욱박’과 ‘윽박다’가 있다. ‘욱박’은 ‘억지를 부려서 마음대로 하려는 짓’이고, ‘윽박다’는 ‘을러대어 몹시 억누르다’의 뜻으로 쓰이는 동사다. ‘윽박’이 ‘윽박다’와 상관이 있을 법한데, ‘윽박다’의 ‘윽박-’은 동사의 어간이어서 명사로 쓰이는 ‘윽박’과 관련짓기 어려운 점이 있다. 동사 어간이 어미와 결합되지 않은 채 명사로 쓰이거나 명사가 동사 어간으로 변한 보기는 드물기 때문이다.
‘욱박’과 ‘윽박다’는 거의 쓰이지 않는데도 큰사전에 오른 반면, ‘윽박’은 문헌이나 입말에서 널리 쓰이는데도 수록되지 않았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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