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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다와 마치다
‘그치다’나 ‘마치다’나 모두 이어져 오던 무엇이 더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어져 오던 것이므로 시간의 흐름에 얽혔고, 사람의 일이거나 자연의 움직임에 두루 걸쳐 있다. 그러나 이들 두 낱말은 서로 넘나들 수 없는 저마다의 뜻을 지니고 있으니, 서로 넘나들 수 없게 하는 잣대는 과녁이다.
과녁을 세워놓고 이어지던 무엇이 과녁을 맞춰서 이어지지 않으면 ‘마치다’를 쓴다. 과녁 없이 저절로 이어지던 무엇은 언제나 이어지기를 멈출 수 있고, 이럴 적에는 ‘그치다’를 쓴다. 자연은 엄청난 일을 쉬지 않고 이루지만 과녁 같은 것은 세우지 않으므로 자연의 모든 일과 흐름에는 ‘그치다’는 있어도 ‘마치다’는 없다. 비도 그치고 바람도 그치고 태풍도 그치고 지진도 그친다. 과녁을 세워놓고 이어지는 무엇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나, 사람 일이라고 모두 과녁을 세우는 건 아니다. 그래서 사람의 일이나 움직임에는 ‘그치다’도 있고 ‘마치다’도 있다. 울던 울음을, 웃던 웃음도, 하던 싸움도 그치지만, 학교 수업을, 군대 복무도 마치고, 가을걷이를 다하면 한 해 농사도 마친다.
이어져 오던 무엇이 더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끝나다’와 ‘끝내다’도 쓴다. 물론 저절로 이어지지 않으면 ‘끝나다’고, 사람이 마음을 먹고 이어지지 않도록 하면 ‘끝내다’다. 이들 두 낱말은 과녁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뜻을 지니고 마음을 먹었느냐 아니냐를 가려서 쓰는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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