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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보름
음력으로 그 달의 열닷새째 되는 날을 ‘보름’ 또는 ‘보름날’이라 부른다. 일 년에 열두 보름 중 대표적인 것이 정월 대보름과 팔월대보름이다.정월 대보름에는 새벽에 귀밝이술을 마시고 부럼을 깨물며 묵은나물과 오곡밥 따위를 먹는다. 팔월 대보름은 ‘한가위·추석’이라 부르는데,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 따위의 음식을 장만하여 차례를 지낸다. 둘 다 명절이어서 선조들은 다른 날보다 정성스레 음식을 장만하여 배불리 먹었다. 정월 대보름과 관련된 말로 ‘개보름’이라는 말이 있는데, 큰사전에는 아직 오르지 않았다.
“어허, 까딱했더라면 농민군들 보름이 개보름이 될 뻔했는디, 충청도 큰애기 덕분에 보름 한 번 걸게 쇠어 보겄네.”(송기숙 〈녹두장군〉)
“게다가 농촌에까지 신정을 쇠어 봐라. 그야말로 대보름이 개보름이지?”(이문구 〈산 너머 남촌〉)
“당신 안 가면 개보름 쇨까 싶어 그래?” 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한승원 〈해신의 늪〉)
‘개보름’은 ‘남들이 다 잘 먹고 지내는 날에 변변히 먹지도 못하고 지내게 된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지난날, 정월 대보름날에 개한테 음식을 먹이면 그해에 파리가 끓는다고 여겨 개를 매어 두고 음식을 먹이지 않던 풍습에서 나온 말이다. 이번 팔월대보름은 윤칠월로 늦들어 햇곡식 햇과일이 풍성한 한가위였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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