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나섰다. 인기와 돈에 노예이며 어떠한 정치적 표현도 입다물던 연예인은 사라져간다. 핫팩과 커피를 지원하고 응원의 메시지로 촛불 시민들을 응원하고 있다. 반면 김흥국 같은 연예인도 있다. 커피숍 사장님들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따듯한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나는 이 현상을 보며 80년 광주에서 주먹밥과 물을 나르던 어머니들을 떠올렸다. 왜 겨울에만 이 난리인가. 온갖 시위 푯말과 깃발 제작으로 인쇄소들이 주말을 포기했다. 인구가 몇 안 되는 지방에서도 칠천 명을 예상했다가 만 오천 명 이상 몰리는 바람에 비상이 걸렸다. 곳곳에 청년들의 이색깃발이 나타나고 우울함을 흥으로 푸는 우리 고유의 DNA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갓 투표권이 생긴 학생들과 어린아이까지 촛불을 들고 있다. 내가 봤던 할아버지도 들고 있다. 기성세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너졌다. 새로운 나라를 책임질 세대 걱정뿐이었다. 그러나 그건 오판이었다. 다들 생각이 있고 뜻대로 움직이고 올바른 길을 선택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 예쁜 젊은이들을 응원한다.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 추운 날 장갑을 비비며 소리내는 아직 솜털이 있는 이 젊은이들을 응원한다.
과거 편지 하나 보내는 데 한 달이 더 걸렸다. 지금은 어떤가.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러니 국회의장을 포함한 지식인들이 속칭 담치기해서 총을 두려워하지 않고 문자를 보자마자 국회로 즉시 달렸지 않은가. 젊은이들도 마찬가지, 어디로 모이라 하면 수 분 만에 집결한다. 군대보다 빠르다. 이 빠른 시대에 기성세대는 적응하고 있는가를 묻고 싶다. 정권은 국민을 과거처럼 잘못 건드렸다. 노예로 알기에 명령하면 벌벌 기며 따를 줄 안 것이다. 변해버린 시대를 모른 것이다. 그러니 정치집단은 꼰대들의 모임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우리는 늘 청년들의 취업과 삶의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예산을 집행해 왔다. 주거의 어려움이나 시급도 조정하며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청년들은 의식이 살아있었고 정보가 흘러넘치는 상황에 쓰레기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을 갖췄다. 나는 그리 우려할 일이 아니라 본다. 장래는 밝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 경험이 국방과 경찰 그리고 검찰이 변화되는 앞날이 된다고 믿는다.
그토록 자식 걱정하던 이들도 걱정을 멈추기를 바란다. 인류는 어디에 던져 놓아도 생존한 존재고, 스스로 이룩한 문화는 현재 실시간 공유되고 있다. ‘저 녀석을 어찌할꼬 나 없이 잘 살려나’ 이런 생각은 이제 접자. 어른들이 알게 모르게 성장해 세계인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는 세대다. ‘국민의 짐’처럼 눈치나 보는 늙은이 시대가 아니다. 당명 바꾼다고 변할까? 이제 해체 절차를 밟을 때가 왔다. 그냥 두고 볼 젊은이들이 아니다.
가장 썩은 곳이 군대인데 이번 계엄 사태로 전 군이 동원됐다는 사실이 국회에서 밝혀졌다. 썩은 살은 어떻게 하나. 병원에선 파낸다. 국민은 철조망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 폐쇄 단체인데 국민 세금으로 먹고산다. 연금도 국민이 내준다. 군대가 기생 단체임이 천하에 드러난 이상 개혁은 필수 요소다. 현재 젊은 세대들이 군에 들어가 변혁을 꿈꾸지만 쉽지 않다. 상식선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고 상식으로 변혁해야 한다. 왜냐면 법은 상식을 기초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여행 주의보를 내렸던 나라들이 순서대로 견해를 바꾸고 세계의 미디어와 외국인들이 광화문에 와서 확인하고 싶어 한다. 신기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돌팔매도 없고 물대포도 없다. 그런데 그 많은 국민의 질서는 누가 지키는가. 스스로다. 갈수록 젊은이들의 참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어느 학생의 ‘강의 못 가고 시위 참가 하러 가요’라는 문자에 담당 교수의 답변을 보라. 입다물고 있으니, 국민이 얌전한 줄 알았던 ‘국민의 짐’은 해체 순서를 당장 밟아야 할 것이다. 국민이 총을 사준 것은, 나에게 겨누라고 사준 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