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많은 땀 뽑아내던 태양이 산으로 숨으며 땅거미 질 무렵
복숭아 세 개가 볼을 비벼대는 검은 비닐봉지를 흔들며 걷는다
땀이 수놓은 하얀 소금꽃 배어 나온 검은 바지 차림 한 남자
그의 집으로 향하던 경쾌한 구두 연주가 갑자기 멈춘 것은
먼발치에서 다가오는 한 사람 때문이었다
목을 앞으로 뺀 채 뒤로 한참 젖혀진 어깨
흔들기 힘들어 뒷짐 진 두 팔
가슴과 배를 앞으로 내밀고 걷는
묘한 걸음걸이의 그 사람을 바라보며 남자는 묘한 미소를 짓는다
다른 골목과 만나 엉거주춤 멈춰서 두리번거림이
어린아이처럼 귀엽기도 하지만 흰색 파마에 안쓰럽기도 하다
여름내 입던 낡은 보랏빛 반바지의 허리띠는 붉은색 빨랫줄
소매를 빙 돌아 닳고 닳아 실밥 날리는 흰색 셔츠
몇 미터 앞까지 다가와서야 깜짝 놀라며 남자를 알아 본다
말없이 마주 보며 웃다가
서로 쥐고 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열어 내민다
아들은 세 개, 엄마는 한 개.
詩時 : 2005.08.29 11:43 風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