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童山)
보고픔에 서둘러 계단을 올라 꿈나무방문을 열었다
몇 초간 눈을 마주치고는 아장아장 걸어와선
양팔을 벌려 내 무릎을 끌어안는다
가까이 다가가야만 흰자위를 볼 수 있는
크고 까만 눈을 가진 아이
말똥말똥 신기한 듯 갸우뚱갸우뚱
손을 뻗어 나의 볼을 만지작만지작
고사리 같은 검지가 내 입으로 들어간다
까르르 웃으며 정(情)을 바라는 외로운 천사는
아마도 내가 포근히 안아주기만을
아주 오랜 시간 기다려 온 것만 같다
나를 모를 텐데, 이 아이는 나를 모를 텐데
아이들의 동산(童山)이 되어
올라타고 밟고 뛰도록 놀아주기를 몇 시간
동행의 일어서자는 말에 심장이 멎는 듯하다
장독대 항아리 뚜껑 내리듯 아이들을 내려놓음에
떠나지 말라는 듯 무릎 주위로 아이들이 모여들고
해맑은 얼굴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나 어릴 적 아빠 목마 타고 보던 제비 둥지만 같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외로운 천사들의 울음소리
갑자기 나타나 몇 시간 만에 사라진 동산(童山)을
한없이 원망하며 울고 또 울겠지
누가 천사들을 이곳에 가두어 울게 하는가
양팔 벌려 안아주던 아빠 냄새는 삶의 풍랑으로 간데없고
임시로 들어섰다 철거되는
나 같은 동산(童山)들만 줄을 잇는다.
詩時 : 2004.09.17 01:01 風磬 윤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