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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겨울비에 젖다 - 류각현
목련꽃 피던 봄날 농익은 빛깔 어디 가고
궂은비 추적추적 발가락 젖어든다.
돌아갈 집도 없는 몸 모닥불이 반겨 준다.
한때는 안방주인, 위풍당당 거들먹거리던
오늘은 푸르던 날 회억에 깊이 잠기고
긴 세월 괄고 괄아서 허리 굽은 몰골이네.
귀밑 볼 곱던 낯빛 검버섯 피어나고
곰비임비 쌓이는 삶 뒤안길에 접어 둔다.
겨울비 찬바람 속에 실직한 가장 서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