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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 물길 - 윤금초
내 나라 바닷속엔 요술 할망 숨어 있는갑다.
개흙 묻은 손 잠그면 쪽물 이내 우러날 듯
뭍에서 멀어질수록 깊어지는 비양도* 물빛.
갓물질* 테왁* 너머 숨비 소리, 호오이 소리
까까머리 동자승처럼 볼록 솟은 그 오름의
바람은 긴긴 시간을 바당* 삼킨 섬을 짓는다.
정게호미* 거머쥐고, 빗창* 들어 눈 겨누고
'아방 어망 고기나 줍지, 열 길 물 속 죽어 쓰겠니'*
이여사, 이여, 이여사*. 뱃물질*도 숨 겨운데.
오몽헤질 때까졍 기영 살아*, 살아야 한다.
한바다 일군 해녀들 거기 그렇게 몸 뉘이고
물미는 신생의 아침을 살아야주, 살아야주.
* 비양도 : (제주)우도 동쪽 끝에 자리해 있는 작은 섬.
* 갓물질 : 해녀들이 바다에서 물질(작업)하는 일.
* 테왁 : 해녀들이 물질할 때 바다 위에 띄워 놓는 뒤웅박.
* 바당 : 바다의 제주도 말.
* 정게호미 : 해조류를 베는 기구.
* 빗창 : 전복 등을 캐는 길쭉한 쇠붙이.
* '아방 어망 ……' : 제주 민요의 한 대목. '아방 어망'은 아버지 어머니.
* 이여사, 이여, 이여사 : 뱃노래의 후렴.
* 오몽헤질 때까징 기영 살아야주 : 제주 방언.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