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으면 꽃이 되야지
누구라도 내 향에 취하면
찍고 싶어할 향을 갖고 나야지
그리곤 네 앞에 피어나야지
너의 두 팔 안에 기쁨으로 감기어
며칠만 너랑 살다가야지
나는 죽으면 별이 되야지
온 하늘의 뜨는 별을 이기고
유독 환한 빛을 내는 별로 하룻밤만 살아야지
넌 잠도 들지 못하며 나만 바라보다
먼 동에 슬며시 고개를 묻고
나는 네 안에 꿈으로 있다 스러져 가야지
나는 죽으면 너로 다시 나야지
꼭 한순간만 살아야지
하여,
너만 바라는 쓸쓸한 사랑을 만나면
꼬옥 안아줘야지
그처럼 날 닮은 가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줘야지
잠시만 너를 대신해 사랑을 고백하고
이렇게 아프지 않을 추억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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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사는 시인님입니다. 이 시를 참 좋아합니다. 슬플 때 읽으면 눈물 나요.
누나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네요. 97년부터 같이 시집을 냈던 동인들은 인사동에서 열띤 토론회가 끝나면 술자리에서 화끈하게 마시고 눈치를 슬쩍 살피고는 이 누님 집으로 가서 2차를 했지요. 남편도 시인이시죠. 토목공사 하시는 분인데 이 부부처럼 친절한 시인 커플은 드물죠. 그래서 사람들은 제집인 양 이 누님 집에서 비벼대곤 했습니다. 북적북적~
보지 않게 된 계기는 언제나 제 탓이죠. 그놈의 성질머리 때문에…. 그때는 문학이 성역이라 믿었고 시집을 성경으로 알았으니까요. 문학을 모독하는 자는 모조리 비판하고 싸워댔으니 싸움 개였죠. 왜 그랬나 싶어요. 좀 안아주지. 어린이였죠. 어리석었으니….
보고 싶지요. 새록새록 추억도 생각나고 다른 녀석들은 뭘 좀 쓰고 있나? 아니면 포기했나? 서로는 연락들 하나? 궁금하기도 하고요. 사과도 하고 싶고요.
일주일에 한 번 꽃집을 갑니다. 사진 잘 보이시나요? 생화는 미소를 줍니다. 졸업 철이라 꽃값이 많이 올랐어요. 꽃집 아르바이트 아가씨가 바뀌어 서먹서먹했지요. 그래도 사장님이 알아보니 늘 반갑죠. 어릴 때부터 꽃과 인형을 좋아했는데 아버지에게 무지 혼나며 살았죠. 장군이 될 놈이 그런 거 좋아한다고. 학교 끝나고 오면 제 손엔 늘 어디선가 꺾어온 꽃이 들려있었거든요.
지구가 버티고 있는 건 시인들 때문입니다. 벌써 멸망했어야 하는데 곳곳에서 시인들이 각자 향기로 지구를 살리고 있다고 믿어요. 뭔가를 자꾸 쓰려하고 손이 근질근질~
점심 먹자고 친구한테 전화가 옵니다. 밥 생각이 없는데 거절도 못 하고….
여러분도 미소 짓는 하루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