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부터 활동을 했는데 당시 문단은 이미 폐간이 되었고 그나마 아는 문단들이 있어 오래간만에 연락해보니 아직 살아 있는 곳도 있더라고요. 반가웠는데 그래도 친정이 아니잖아요. 어찌어찌 시사문단이 친정이 됐는데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동료 의식? 공동체? 소속감? 기댈 데라도 있어야 비비지, 없으면 좀 허전하잖아요. 죽어서 가죽만 남길 뻔했는데 이름을 남기잖아요. 파주랑 인사동에 아는 시인들이 있는데 연락처를 잃어 연결할 방법이 없네요. 보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그때는 한창때라 왜 그리도 퍼마셨는지…. 이유도 없었지요. 그냥 만나면 부어라 마셔라. 그따위로 글 쓰지 말라 멱살 잡고 싸우고 하여간 열정은 있었던 생각이 납니다. 혼자 낑낑대는 것도 매력은 있지만 같은 동료끼리 토론하면 참 좋은 효과가 났었죠. 얼마나들 고집이 센지 당장 굶어 죽어도 쓸건 써댔죠. 2003년 인가 모 신문사에 사설을 몇 개 보냈다가 돈벌이에 미쳤다고 잡아먹으려 듭디다. 평생 욕먹을 거 그때 다 먹었죠. 원고료 몇 푼이나 한다고…. 지금 청년들도 그런 열정이 있나 궁금하네요. 요즘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때 필명이 ‘는개’였답니다. 는개라는 시 한 편을 썼거든요. 여기저기 두들겨 보면 연락처 하나 나오겠지요. 연락이 한 사람만 돼도 쫙~ 인데. 절필하고 삶으로 들어갔는지 아직도 인쇄돼서 작품들이 나오는지 얼굴들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