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6 23:19
하루의 인상印象
송태한
1.
별들이 눈 뜨는 저녁과
새들이 깨어나 재자대는 새벽이
안개처럼 마을을 드나든다
동이 트는 아침마다
산비탈 외길로 햇살이 넘어와
우듬지 홍시에 군침 흘리며 머뭇거리다
밤톨 톡톡 까며 과수원 일손을 돕는다
구름은 비를 뿌려 산허리 씻긴 뒤
마른 강줄기 배를 불리고
미루나무 그림자는 수채화 붓을 들어
다릿돌 건너 뚝방 길섶에
이리저리 감색 물감 덧칠한다
수숫대 이삭에 어스름 번지면
산마루에 몇 채 놀구름 걸어놓고
해는 능선 길을 뉘엿뉘엿 뒷걸음한다
2.
산골짜기 서늘한 원두막을 찾은 해는
밤벌레들 울어대는 한밤중 내내
코를 골며 깊은 어둠을 꿈꾸고
개암나무 공터를 서성이던 별들도
오리새끼처럼 개울물에 뛰어든다
시간은 태연스레 밤의 타래를 감았다
풀어내어 짧은 휴식을 준 뒤
바지런한 햇살로 대문 두드려
농부의 단잠을 깨운다
숲은 분주히 어린 생명들을 키워내고
자잘한 잎새를 엮어 큰 그늘을 친다
물 한 방울 입에 물고 울던 종다리
하늘창 닦으며 둥지로 날아가고
솔수펑이 나무초리엔 나른한
별자리들 돌아가며 잔등 기댄다
-시집 『퍼즐 맞추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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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를 통통튀듯 시어들이 경쾌합니다.
인적드문 시골집이 생각나고 뒤로 우거진 나무들을 지고 있는 뒷산도 궁금합니다.
콘크리트 속에사는 사람들에겐 차 한 잔과 잠시 쉬어도 좋은 작품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