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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편지】: 제743호
단기 4343. 5. 5 (음력 3. 22) / 발송인 : 윤영환 (poemserver@paran.com) / Music Off =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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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 → 오늘의 어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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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은 항상 능력있는 항해자 편이다.(기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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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 → 말글 / 한글바로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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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로크
1980년대 초반까지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닌 분들은 대개 일본식 교복을 입었고, 교복의 가슴 위쪽에 이름표를 달았다. 그 이름표를 휘갑치기(실을 시접에 감아서 한 바늘씩 또는 두세 바늘을 섞어 가며 떠서 마름질한 옷감의 가장자리가 풀리지 아니하도록 꿰매는 일) 하기나 손바느질로 촘촘하게 땀을 떠서 달기에는 적잖이 벅찼으므로 명찰집을 찾아가 ‘오버로크’(overlock) 기계라는 특수한 재봉기로 보기 좋게 달아야 했다. 미처 오버로크를 하지 못하고 엉성하게 이름표를 달았다가 생활지도 교사한테 혼쭐이 난 기억이 있는 분이 꽤 있을 법하다. 남성이라면 군에 입대하여 군복에 이름표나 휘장을 다시 오버로크로 달면서 새삼스러운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오버로크’는 특수 재봉기로 옷감의 올이 풀리지 않게 휘갑치며 박는 바느질 기법을 말하는데, 예전에는 대개 ‘오바로쿠’라고 일컬었다. 이는 이 말이 ‘오바롯쿠’(オ-バ-ロック)라는 일본식 영어로 우리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예전의 어떤 재봉틀 설명서에 ‘오버로크 치다’라는 표현이 자주 나왔는데, 이것도 일본말투이다. 이름표나 휘장을 아예 ‘오버로크’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본디의 뜻에 비추면 부정확한 말법이다.
‘오버로크’가 ‘휘갑치기’, ‘푸서 박기’, ‘푸서 박음’으로 순화된 바 있는데, ‘푸서’는 ‘피륙을 베어 낸 자리에서 풀어지는 올’을 뜻하는 우리 토박이말이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관
대말옛벗(죽마고우)
삼국시대 위나라 제갈탄이 진나라 왕 사마소의 무엇이든 제 마음대로 해치우는 버릇을 미워하여 없애 버리려고 하다가 실패하여 죽임을 당했다. 탄의 아들 정이 그때 볼모로 오나라에 가 있었는데, 아비가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대로 오나라에 눌러앉아 공을 세우고 그 나라 대사마(재상직)가 되었다.그러나 그 뒤 오나라가 망하자, 진나라에 들어가 이제는 진나라 대사마가 되었다.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고, 사마소의 아들 염(무제)이 천자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염과 정은 소꿉동무였다. 그러나 정으로서는 진나라는 아비의 원수니까 벼슬살이하려고 하지 않고 집에 머물러 있었다. 염은 정을 만나고 싶었지만, 상대가 싫어하여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무제가 꾀를 써서 정을 만나게 되었다. 그때 무제가 한 말이 “경은 옛날(故) 대말(죽마) 사귐을 생각하는가 아니하는가”였다. 함께 대말을 탔던 우정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것이 ‘대말 옛벗’(죽마고우)이라는 말이 생긴 경위다. 이때 정이 무제에게 “저는 아비의 앙갚음(복수)도 못 하고 살아남아 이렇게 폐하께 뵙게 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상은 <진서>에 있는 이야기다.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명태의 이름
한꺼번에 수없이 많은 알을 낳는 명태는 이름도 다양하게 붙는다. 물고기로서의 이름이 명태이고, 잡아서 얼린 것은 동태, 얼리거나 말리지 않은 것은 생태, 말려서 수분이 빠진 것은 북어 또는 건태,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 산란기에 잡아 얼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가공한 것은 황태다. 한류성 어류로 등은 푸른 갈색, 배는 은빛의 흰색을 띤다.
자문을 구하다?
어떤 일로 전문가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기구에 의견을 묻게 될 때가 있다. 이때 ‘자문(諮問)’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자문이 묻는다는 의미이니 ‘자문을 하다’처럼 쓴다.
‘구하다’는 ‘양해를 구하다’,‘조언을 구하다’와 같이 쓰인다. 상대가 어떻게 하여 주기를 청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따라서 ‘자문을 구하다’는 어울리는 표현이 아니다.
혼동, 혼돈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게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 실현 가능성이 없을 때 곧잘 인용되는 이 구절은 오역이란 주장이 있다. 원래 성경에선 'gamta(밧줄)'인데 번역자가 'gamla(낙타)'로 착각해 잘못 옮겼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수는 번역자가 혼돈해서일까, 혼동해서일까.
혼돈은 마구 뒤섞여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한국은 기업이 망하고 나라 전체가 혼돈에 빠졌다" "소말리아는 무정부 상태의 정치적 혼돈을 겪고 있다"처럼 쓰인다.
혼동은 "진달래와 철쭉은 꽃 모양이 비슷해 사람들이 많이 혼동한다" "부모조차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혼동할 만큼 쌍둥이는 똑 닮았다"와 같이 쓰여 이것과 저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뒤섞어 생각하는 걸 말한다.
많은 사람이 "꿈과 현실을 혼돈하고 있다"처럼 혼동이 올 자리에 혼돈을 쓰지만 꿈과 현실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갈피를 못 잡는 게 아니라 둘을 뒤섞어 생각하기 때문에 가리지 못하는 것이므로 혼동이라고 해야 한다. 따라서 위의 경우도 번역자가 두 단어를 혼동해 잘못 번역하는 일이 생겼다고 해야 맞다.
실버
통계청이 지난해 인구조사를 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9.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출산율은 떨어져 한국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실버산업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실버산업이란 노령자를 대상으로 민간기업이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해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실버타운, 실버시터, 실버스쿨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흔히 부르는 실버산업(silver industry), 실버시터(silver sitter) 등의 '실버(silver)'는 정식 영어가 아니다. 1970년대 후반 일본 기업이 노인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만든 말이다. 영어 '실버(silver)'에는 노인이란 뜻이 없다.
일본에서 은빛 또는 은백색의 머리를 뜻하는 영어 '실버'를 따다 '노인'을 은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사용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elderly market' 'mature market' 등의 말이 쓰인다.
국립국어원은 '실버시터'의 경우 '경로도우미'로 하자고 제시하고 있다. 엉터리 영어보다 노인을 공경하는 우리 전통 정서를 담은 '경로'가 낫다는 생각이다. '실버'란 말을 남용하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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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 → 우리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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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 이기철
나팔꽃 새 움이 모자처럼 볼록하게 흙을 들어 올리는 걸 보면 나는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질까 두렵다 어미 새가 벌레를 물고 와 새끼 새의 입에 넣어주는 걸 보면 나는 세상이 너무 따뜻해질까 두렵다
몸에 난 상처가 아물면 나는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저 추운 가지에 매달려 겨울 넘긴 까치집을 보면 나는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이 도시의 남쪽으로 강물이 흐르고 강둑엔 벼룩나물 새 잎이 돋고 동쪽엔 살구꽃이 피고 서쪽엔 초등학교 새 건물이 들어서고 북쪽엔 공장이 지어지는 것을 보면 나는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서문시장 화재에 아직 덜 타고 남은 포목을 안고 나오는 상인의 급한 얼굴을 보면 찔레꽃 같이 얼굴 하얀 이학년이 가방을 메고 교문을 들어가는 걸 보면 눈 오는 날 공원의 벤치에 석상처럼 부둥켜안고 있는 가난한 남녀를 보면 나는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이 세상 여리고 부드러운 것만 사랑한 셈이다 이제 좀 거칠어지자고 다짐한 것도 여러 번, 자고 나면 다시 제 자리에 와 있는 나는 아, 나는 이 세상 하찮은 것이 모두 애인이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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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 → 현대시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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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 - 정혜숙
꿈 많던 소녀시절 먼 하늘의 별을 따려 고삐 풀린 망아지로 천방지축 돌아 치면 매몰찬 회초리 들고 제자리에 서라 하신 어머니.
계단을 한칸씩만 순서 지켜 올라가고 웅툴린 모서리를 조심조심 돌아가며 세상을 순리대로 둥글게 살아가라 하셨는데.
웃자란 새끼 안타까워 발만 동동 구르다가 축축한 어머니 말씀 단걸음에 다가 선 오늘 나도야 회초리 들고 대물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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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 → 평론 / 서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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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만나는 역사 - 최재봉
문학으로 만나는 역사
타계 김정한 선생 일대기
뒹구는 민중 끌어안은 '모래톱'
28일 타계한 요산 김정한씨는 70년대 민족문학의 토양을 마련하는 데 중심축 구실을 한 민족문학계의 원로 소설가다. 올해 미수이자 등단 60돌을 맞은 요산은 지난 15일 후배 문인들이 마련한 `김정한 선생 문학 60주년' 기념식을 받고 그 대쪽 같은 인생을 마감했다. 가쁜 호흡을 고르며 생의 마지막을 자서전 쓰기에 바쳐 온 요산은 마치 죽음을 내다본 듯 “내 생전에 책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었다.
1908년 지금은 부산시로 편입된 경남 동래군 북면에서 태어난 요산은 <낙동강의 파수꾼>이란 자신의 산문집 제목이 이르듯, 평생을 낙동강변을 떠나지 않았다. 1936년 일제와 토착 지주의 수탈로 핍박받는 민중들을 그린 소설 <사하촌>으로 등단한 요산은 식민시대 농민문학의 전범으로 평가 받은 이 작품의 정신을 일생 견지했다. 영리사업체로 변한 나환자수용소를 그린 <인간단지>, 홍수와 부재지주의 횡포에 저항하는 낙동강 사람들을 다룬 <모래톱이야기> 등 요산의 문학세계는 사실주의에 철저한 `저항문학', 세상을 향해 외치는 `발성의 문학'이었다.
요산은 낙동강뿐 아니라 또한 `시대의 파수꾼'이었다. 일제시대와 군부 독재시대를 거치며 늘 진보적 문인이자 지식인으로서 현실을 지켜본 그는 일제 말기인 40년 절필, 61년 5.16쿠데타 뒤 부산대 교수 해직 등 굴곡 많은 현대사를 비판의 정신으로 지켜본 뒤, 이제 눈을 감았다. “나 평생을 천대받고 고통받는 이들 편에 서 있다”고 말하던 한 시대의 양심이 또 사라졌다.
80년대 지성 - 김지하의 저서
박경리(70)씨의 대하소설 <토지>는 농민전쟁과 갑오개혁, 을미의병 등이 차례로 근대사의 연표를 채우고 지나간 1897년 한가위로부터 문을 연다. 이후 일제의 본격적인 식민지배와 민중의 검질긴 독립투쟁, 그리고 2차대전에 이은 해방까지의 긴박한 역사를 큰 호흡으로 훑어내려갈 소설의 첫 장면은 뜻밖에도 평화롭고 풍요롭다.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 옷에 댕기꼬리를..."
김지하 시인의 주요 저작은 그의 `전속 출판사' 격인 솔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되고 있다. 그때까지 시집으로 묶이거나 발표된 서정시들을 시인 자신의 고증을 거쳐 다시 정리해낸 결정본 시전집 <밤나라>와 <모란 위사경>, 그리고 담시집 <오적>이 나온 것이 1993년이었다. 신작시집 <중심의 괴로움>은 이듬해에 나왔다. <황토>와 <애린> 등 주요 단행본 시집을 비롯해 그의 사상적 전환을 시사한 새로운 시도인 <대설 남> 전5권 역시 다시 출간되었다. 그의 생명사상과 문학관·세계관을 대담 형식으로 담은 <생명과 자치>가 올해 나왔고, 지난해에는 신작 산문집 <님>과, 신작 중심 산문집 <틈>이 나왔다. 이전 산문집의 글들은<생명>과 <옹치격>, <동학이야기> 등에 나뉘어 실렸지만, 장시 <이 가문 날의 비구름>과 몇몇 산문집은 이전의 전집 출판사인 동광출판사를 비롯해 몇 출판사에 흩어져 있다.
80년대의 지성 - 백낙청의 사상과 삶 그리고 저서
1) 사상과 삶 64년 26살의 나이로 서울대 문리대 영문학과 전임강사가 된 이래 백낙청은 언제나 문학비평, 혹은 변혁 운동 전선의 전위에 서 있었다. 그는 어떤 때는 평문을 통해, 어떤 때는 시국 선언을 통해 한국 변혁 운동의 방향들을 제시하곤 했다. 그는 66년 자신이 만든 계간 <창작과비평>에 <시민문학론>(69년), <민족문학이념의 신전개>(74년) 등을 발표해 그의 문학 비평의 근간이 되는 `민족문학론'의 터전을 마련했다. 80년대 들어서는 이른바 `과학성'으로 무장한 급진적인 비평가들로부터 `소시민적 민족문학론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민족문학론'의 중심을 잡아가며 일관되게 `리얼리즘'에 관한 글들을 써냈다. 그는 반제반봉건 시민혁명론을 필두로 분단모순론 등 변혁 이론가로서도 활동했으며, 진보적인 문인들의 성채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건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의 사상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실천의 핵심성이다. 그는 일찍부터 “시인이 시쓰기를 잠시 유보할 시기가 있을 수도 있다는 당연한 상식”을 말함으로써 책상머리를 넘어선 구체적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최근에 와서 그가 택한 개념인 `지혜'도 실천과의 연관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둘째로 그는 민중을 세상을 바꾸는 일의 주체로 본다. 80년대에는 그의 민중 개념의 모호함 탓에 `소시민성'이라며 비판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민중'이란 말을 사용함으로써 구체적인 싸움을 진행시키는 것이지 개념의 절대적 정확성을 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셋째로 한국의 자본주의는 계급뿐 아니라 민족과 분단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기본 전제다.
2) 저서
백낙청의 책들은 그의 명성에 비해 적다. 먼저 그가 주로 계간 <창작과 비평>에 쓴 글들을 모은 평론집들이 있다. <민족문학과 세계문학Ⅰ·Ⅱ> <인간 해방의 논리를 찾아서><민족문학의 새 단계> 등 네 권인데 그는 이 논쟁적인 글들을 통해 진보 문학계를 이끌었다. 두번째로 그가 염무웅과 함께 엮은이로서 낸 네 권의 합동평론집 <한국문학의 현단계Ⅰ·Ⅱ·Ⅲ·Ⅳ>가 있다. 이는 계간 <창작과비평>이 폐간된 80년 이후 창비의 평론가들이 숨통을 틔우던 차선의 형식이었다. 엮은이로 펴낸 책으로는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서구 리얼리즘 소설 연구>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등도 있다. <신경림 문학의 세계> <고은 문학의 세계>는 공저자로 참여했고, 역서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목사의 딸들>이 있다. 그밖에 잡문집으로 <분단체제 변혁의 공부길>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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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료 → 명상/지혜/처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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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삶을 꿈꾸는 너희들이여 - 라즈니쉬 外
1. 배꼽 - 라즈니쉬
행복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한 왕이 있었다. 부와 명예와 힘, 그리고 건강까지. 그렇지만 그는 행복하지 못했다. 왕은 왕좌에 앉는 것이 슬펐고 싫었다. 하루는 꼭 행복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한 왕이 전의를 호출하였다.
"나는 행복을 갖고 싶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라. 그러면 그대에게 광장한 부를 주겠다. 대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그대의 머리를 내게 바쳐야 할 것이다"
전의는 당황했다.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가?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왕은 몹시 흥분해 있었으며, 그를 정말로 죽일지도 몰랐다. 전의는 말했다.
"시간이 좀 걸리겠습니다, 폐하. 내일 아침까지 경전들은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십시오"
그리하여 밤새도록 생각한 끝에, 한 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왕에게 가서 말했다.
"아주 간단합니다"
그가 밤새 수많은 책들을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행복에 대해서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린 것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폐하의 위엄이 바로 행복을 막는 문제입니다. 폐하꼐서는 행복한 사람을 찾아내서 그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입으셔야 합니다. 그러면 폐하께서는 행복하게 되고, 행복이 무엇인지 아시게 됩니다"
왕은 기뻤다.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구해서 입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왕은 신하에게,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가져오도록 명했다. 신하는 서둘러 나갔다. 그는 부자에게 가서 그의 속옷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 부자는 말했다.
"속옷이라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내드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불행합니다. 나 역시 이제부터라도 행복한 사람을 찾기 위해 하인들을 내보낼까 합니다"
신하는 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어는 누구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죽음을 맞이할 각오를 해야만 했다. 그는 말했다.
"왕이 행복하게 될 수만 있다면 나는 목숨이라도 내놓겠다. 도대체 어떤 속옷일까? 나는 나의 생명을 바칠 수도 있지만 속옷은 마음대로 안되는군.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아"
신하는 이렇게 탄식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제 그는 과오를 저지르게 될 판이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행복한 사람을 알고 있소. 당신은 그가 부는 피리소리를 들었을 것이오. 바로 저 강가에서 피리를 부는데, 당신도 틀림없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오" "그렇군요! 한밤중에 저도 그 피리소리에 매혹되곤 했지요. 얼마나 아름다운 운율이던지... 도대체 그가 누구인가요? 그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요?" "밤이 되면 우리 함께 찾아보도록 합시다. 그는 매일 밤,언제나 옵니다"
그래서 그들은 밤에 강가로 나갔다. 아닌게 아니라 한 사람이 피리를 불고 있었다. 피리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왔고 그 음률은 행복에 넘쳐 있었다. 신하는 기뻐 소리쳤다.
"이제야 그 사람을 찾았다!"
그들이 피리부는 사람에게로 다가가자, 그 사람은 연주를 그쳤다. 그가 말했다.
"당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오?" 신하가 말했다. "당신은 행복하지요?" 그는 말했다. "그렇소. 나는 행복하고 즐겁소. 그런데 당신은 무엇을 원하오?" 신하는 기쁨에 넘쳐 춤이라도 출 것 같았다. 그는 말했다. "당신의 속옷을 주셔야 겠소" 그러자 그 사람은 침묵했다. 신하가 말했다. "왜 아무말도 없는거요? 당신의 속옷을 주시오. 왕은 당신의 속옷이 필요하오" 그는 말했다. "그건 불가능하오. 왜냐하면 나는 속옷이 없기 때문이오. 어둡기 때문에 당신은 볼 수 없겠지만 나는 지금 벌거벗은 채 앉아 있소. 원한다면, 내 목숨도 줄 수는 있지만 어떤 속옷도 줄 수가 없는 거요" 신하가 물었다. "그런데 어쨰서 당신이 행복하단 말이오?" 그 사람은 말했다. "나는 모두 잃었소. 심지어 속옷까지도 말이오. 하지만 내가 모두 잃어버리자 나는 행복하게 되었소. 실제로 나는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소. 나는 나 자신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또한 내가 이 피리를 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나를 통하여 불고 있는 거요. 나는 비존재요. 나는 무이며 누구도 아니오"
이는 마음이 가난한 자를 뜻한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자,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자, 아무것도 아닌 자, 당신이 아무것도 아닐 때 전체가 된다. 당신이 존재한다고 주장해 보라. 그러면 당신은 불행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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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 → 수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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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 무라카미 하루키
제1장 문학 안팎의 내 삶
나는 맥주가 좋다
옛날에, 내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아직 얼마 안 됐을 무렵에, 당시 잡지 <태양>의 편집장이었던 아라시야마 고자부로 씨에게서 "아, 무라카미 군. 자네는 늘 맥주만 마시는 것 같은데, 그건 아직 젊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맥주에서 다른 술로 기호가 바뀔 거라구"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네에, 그렇습니까?" 하고 그때는 반신반의하며 대답했지만, 확실히 그로부터 6년 남짓 지난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전체적인 주량 중에서 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맥주를 마시는 양 자체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고, 거기에 더해 위스키나 와인을 더 많이 마시게 된 것이다. 나는 젊었을 적에는 별로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 아니었지만, 워낙 위가 튼튼했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평균적이거나 평균을 훨씬 넘을 정도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일 하나가 끝나고 술잔을 기울일 때의 기분이란 분명 인생에 있어서의 작은 행복이다. 외국 속담에 "인생에 있어서 행복은 세 가지밖에 없다. 식전의 술 한 잔과 식후의 담배 한 대다"라는 게 있는데, 이것도 꽤 설득력이 있다. 하긴 내 주변을 둘러보아도 나이를 먹고 주량이 늘었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와 같은 연배인 사람들 대부분은 속에 무슨 탈이 나서 "아니, 난 그렇게 많이 마실 수 없어서"라며 두세 잔으로 그만둔다. 젊었을 때 주량이 셌던 사람에게 이런 경우가 많다. 정열적인 투수가 어깨를 못쓰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젊었을 때 너무 마셔대서 내장이 피폐해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30대 후반에 접어든 샐러리맨의 대개는 관리직의 지위에 올라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처자식에 대한 책임도 있으므로 비교적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인생이란 마시고 싶은 만큼 실컷 마실 수 있는 때가 황금기다.
시부야 역 앞 같은 데서 단숨에 술을 마신 뒤 왁자지껄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는 이 사람들 중 반쯤은 앞으로 15년도 채 지나지 않아 주머니에 위장약을 숨겨 놓고 술을 마시겠지 하고 상상한다. 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그들의 환호성 속에서도 모든 것이 덧없다는 게 느껴져 제법 정취가 있다. 하긴 나에게도 학창 시절에 하루가 멀다 하고 술집에서 술을 퍼 마셨던 시절이 있었다. 대개는 싸구려 정종으로, 그것을 벌컥벌컥 마셔대니 당연히 뒤끝이 안 좋았다. 누군가가 형편없이 취해 나동그라지면 대학 구내에서 '미제 타도'라고 씌어진 플래카드를 들고 와, 그것을 들것삼아 하숙집까지 옮긴다. 한번은 옮기는 도중에 플래카드가 찢어져 친잔소 옆 계단에다 신나게 등을 부딪힌 일이 있지만서도. 그러나 그런 얼빠진 소동도 한 넉 달쯤 가다가 끝이 나고, 그 이후로는 모두들 와글와글 소란을 피우며 술을 마시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그 덕분에 나는 나의 그 튼튼한 위를 한층 광을 내가면서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거나 먹어도 맛있고, 술을 마셔도 뒤끝이 안 좋은 일도 없고, 명치 언저리가 쓰린 일도 없다. 실제로 볼 수가 없어서 유감이지만, 내 위는 제법 괜찮은 색깔에 돌고래처럼 매끌매끌하고 생기가 있을 것 같다. 바다에 풀어 주면 어딘가로 헤엄쳐 가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술 얘기로 돌아가서, 나는 지금은 정종이란 걸 거의 마시지 않는데, 이것은 학창 시절 내내 정종으로 줄곧 고생을 하던 후유증 때문이다. 그 책임은 100퍼센트 내 쪽에 있지 정종 탓이 아니다. 만약 정종을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판에 회부된다면, 나는 일절 자기 변호를 하지 않고 그 죄 값을 치를 생각이다. 그와 반대로 맥주 나라에 가면 나는 필시 VIP급 국빈으로서 대우받을 것이다. 개인적인 소모량만 해도 굉장하고, 소설 속에서도 꽤나 맥주를 지지하고 선전해 왔다. 내 소설을 다 읽고 나자마자 곧장 가게로 달려가 맥주를 사왔다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 소설의 질이야 어찌 됐든 적어도 어떤 종류의 효용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와인은 최근에 꽤 마시게 되었고, 지금도 부동액 소동에 아랑곳없이 열심히 마시고 있다. 원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몇 번인가 꼬임에 빠져 야마나시에 있는 양조장을 달락거리다 보니 폭 빠지게 되어 버렸다. 그렇다곤 해도 내가 마시는 와인은 그리 고상한 건 아니고, 가장 싼 캘리포니아 산 와인을 사와서 페리에를 섞고, 거기에 레몬즙을 짜 넣어 주스 대신으로 꿀꺽꿀꺽 마시는, 퍽 엉망진창인 와인이다. 그러나 이게 또 꽤 맛있다. 리처드 브로티건을 알코올 중독자로 만든 것으로 유명한 가로의 푸어보이 보틀(손잡이가 달린 대형 술병) 같은 건, 겉보기에도 와일드해서 그런 목적에는 딱 어울린다. 느긋하게 음미하며 마시기엔 로트실트의 붉은 와인이 최고지만, 이건 한 병에 2만 엔 이상이나 가니 그렇게 자주 마실 수는 없다. 위스키는 비교적 값비싼 것을 좋아해서, 외국에 갈 때마다 시바스 리갈하고 와일드 터키를 면세점에서 사와서 주로 온더록으로 마신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빈 병, 빈 캔을 한 달엔 한 번밖에 수거하지 않는다. 그때 한 달에 걸쳐 마신 와인이나 위스키 병, 맥주 캔을 지정된 장소까지 들고 가는데, 이게 또 상당한 양이라서 양손에 봉지를 들고 두 번 정도 왕복해야만 한다. 그러니 그때마다 제대로 쓰레기를 버리는지 안 버리는지 체크하는 이웃 아줌마가 "무라카미 씨도 굉장한 술꾼이군요" 하며 질린 표정을 짓는다. 매달 그런 소릴 듣는 것도 몹시 고통스럽다. 최근에는 어찌 된 일인지 정종이 굉장히 좋아져서 대낮부터 국숫집에 앉아 조금씩 마시는 횟수가 늘었다. 미즈마루 씨의 말에 의하면 그건 인간적으로 성장했다는 뜻이라는데, 정말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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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료 → 수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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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를 위하여 - 김규항·김정란·진중권·홍세화
김규항 에세이
변태
게이 후배가 있다. 칠 년전 어떤 책을 번역해보겠다고 찾아 왔을 때 해사한 얼굴에 주황색 사파리가 인상적이었다. 바로 일을 진행했으나 얼마 후에 다른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는 바람에 중단되었다. 딱히 볼일이 없었지만 워낙 똑똑하고 호감 가는 친구라 언젠가는 같이 일할 기회가 있기를 기대했다. 그 녀석을 다시 만난 건 삼 년전이었다. 나는 근근이 버텨오던 영화전문도서 출판을 지속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고 그 녀석을 찾았다. 저녁 무렵 대학로에서 만난 그 녀석은 살이 붙고 안색이 안 좋았지만 지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있었다. 밥 대신 맥주를 먹기로 하고 골뱅이집에 들어갔다. 일 이야기에 간간이 `깃발 꽂는 지식인들'을 안주(참으로 질긴 안주) 삼아 네댓 시간을 보냈다. 그 녀석은 내가 말을 하면 조금은 부끄럼 타는 듯한 얼굴로 잠자코 듣고 있다가 선량하게 웃었으며 이따금씩 손뼉을 쳤다. 그날 그 녀석으로부터 받은 느낌은 특별했다. 처음엔 `매력 있군' 했지만, 며칠 후 나는 그 `매력'이 성적인 지점에 닿아 있음을 깨달았다. 성적 취향의 경계란 얇디얇은 것이었다. 그 후론 그 녀석한테서 그런 느낌을 받은 기억이 없다. 그 녀석은 내 앞에서 더 이상 부끄럼을 타지 않았고 술만 먹으면 악을 쓰고 차도에 오줌을 갈기곤 했다. "형, 나 남자 좋아해요." 한 달쯤 지났을까. 그 녀석은 포장마차에서 만취한 채 커밍아웃했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받은 느낌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그 녀석은 제 애인을 나에게 소개했고 며칠 후 생일파티에 초대했다. 열 명 남짓한 게이들이 짝을 이루어 참석했고 `일반'(그들은 이성애자들을 `일반'이라고 자기들은 `이반'이라고 부르더라)은 그 녀석의 여자 친구 둘과 나, 그 녀석의 남자 친구 그렇게 넷이었다. 게이들의 생일파티(네 가지 성이 참석한)는 유쾌했다. 적극적인 이성애자일 뿐인 나로선 그들 가운데 이정섭씨처럼 간드러지게 말하는 친구가 없다는 것부터 신기해 보였다. 돌아가면서 준비한 선물을 내놓고 덕담을 하는 식당 지배인, PD, 철인 경기 선수, 스튜어드, 학생에 백수까지 그들은 그저 건강하고 예의바른 남자들이었다. 그들의 짝짓기가 가진 원시성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성적 매력(육체적 의미만이 아닌)을 기반으로 짝짓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짝짓기에 돈과 계급은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정말이지 그들에게 결혼이 없는 것은 축복이었다. 그 녀석은 첫 키스를 초등학교 5학년 때 했다고 했다. 남자와 말이다. 내가 여자에게 느끼는 성욕과 안타까움을 그 녀석은 남자에게 느끼는 것이다. 그 녀석과 내가 다른 건 단지 그것뿐이다. 그 녀석은 엑스포만 피는 나를 `변태'라고 놀리곤 했다. 맞는 말이다. 게이가 변태라면 담들 디스 필 때 엑스포 피는, 딱 그만큼의 변태다. 그 녀석은 아직 공식적으로 커밍아웃하지 못했다. 그 녀석이 난 남자가 좋다라고 맘놓고 얘기할 수 있는 세상은 올 것인가. 퀴어영화제가 번듯하게 열리고 게이 담론이 늘어나는 건 그런 세상이 오고 있는 징표다. 하지만 이미 찬성하거나 이해할 채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끼리 생각을 재확인하고 학습을 늘리는 일이 세상을 개선시키는 건 아니다. 퀴어의 세계는 문화 담론으로만 존재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변태인가. 꼴리면 하고, 땡기면 살고, 싫어지면 헤어지는 그들이 변태인가. 돈 때문에 하고, 계급 때문에 살고, 싫어져도 못 헤어지는 우리가 변태인가. 정말이지 누가 더 변태인가. (98년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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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료 → 동서양고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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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어보의 동정 - 어보
공자가 울창한 숲*에서 놀다가 행단*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제자들은 독서를 하고 공자는 노래 부르며 금을 뜯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반도 끝나기 전에 어보가 배에서 내려 다가왔다. 수염과 눈썹이 희고, 산발을 하고는 팔짱을 낀 채 언덕을 올라 누대에서 멈췄다. 왼손은 무릎에 놓고 오른손으로 턱을 괸 채 듣더니, 곡이 끝나자 자공과 자로를 불렀다. 두 사람이 다가가자 어보는 공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람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오?" 자로가 대답했다. "노나라의 군자요." 어보가 그 성을 묻자 자로가 대답했다. "공씨요." "공씨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오?" 자로가 미처 대답하지 못하자 자공이 대답했다. "공씨는 성품이 충신을 지녔고, 몸으로는 인의를 행하오. 예악을 닦고 인륜을 정하여 위로는 임금께 충성하고, 아래로는 만민을 교화하여 천하를 이롭게 하오, 이것이 공씨가 하시는 일이오." 어보가 물었다. "영토를 가진 임금이오?" 자공이 말했다. "아니오." "제후의 재상이오?" "아니오." 어보가 웃고 돌아가며 말했다. "인은 인이나, 그 몸을 면할 수 없음이 두렵다. 마음을 괴롭히고 몸을 힘들게 하여 그 진실을 위태롭게 하는구나. 오, 도에서 떨어져 있음이 멀구나!"
* 울창한 숲 : 원문은 치유로서, '검은 휘장'이라는 뜻을 가졌다. * 행단 : 학문을 가르치는 곳. 공자가 행단 위에 앉고 제자는 그 곁에서 강학한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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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울창한 숲속에서 놀다가 행단에 올라 쉬고 있을 때였다. 그의 제자들은 소리 내어 책을 읽고, 공자는 거문고를 뜯으며 시를 읊고 있었다. 그런데 채 한 곡이 끝나기도 전에 어보가 배에서 내려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수염과 눈썹이 희고 산발한 머리에 팔짱을 낀 채로 언덕을 올라오더니 누대 앞에 섰다. 그러고는 턱을 괴고 앉아 거문고 소리를 한참 듣고 있더니, 곡이 끝나자 자공과 자로를 손짓해 불렀다. 그는 공자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구요?" 자로는 대답했다. "노나라의 군자이십니다." "성씨는 무엇이라고 하오?" "공씨입니다." "그래, 공씨라는 저 사람은 무엇을 하시오?" 여기서 자로의 말이 막히자 자공이 대신 나서서 대답했다. "공씨께서는 충신을 성품으로 지니고, 인의를 몸으로 행하며, 예악을 닦고 인륜을 가르치십니다. 임금께 충성하고 만민을 교화해 천하를 이롭게 하는 것, 이것이 공씨가 하는 일입니다." "영토가 있는 임금이시오?" "아닙니다." "그러면 제후의 재상이시오?" "아닙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웃고 되돌아갔다. "인이라면 인이겠지만, 아마 그 몸이 견뎌내지를 못할 것이다. 마음을 괴롭히고 몸을 수고롭게 하여 생명의 진실을 위태롭게 할뿐이다. 도에서 등을 돌린 것이 너무도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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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료 → 명상/지혜/처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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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게 신발 신기기 - 오쇼 라즈니쉬
장례비용 줄이는 법
어떤 부자 노인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의 모든 가족이 모였을 때, 큰아들이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묘지에 모시고 갈 영구차를 빌려야 할 텐데..." 막내아들이 말했다. "아버지는 항상 롤스로이스를 가지고 싶어하셨어요. 아버님 살아 생전에 그 차를 한 번도 타시지 못했으니 적어도 돌아가실 때는 롤스로이스로 모시는 게 좋겠어요. 물론 편도죠. 무덤까지만..." 그러자 큰아들이 말했다. "너는 너무 철이 없구나. 죽은 사람에게는 그것이 롤스로이슨지 아니면 포드인지 상관이 없단 말이야. 그러니 포드가 적당할 것 같다." 둘째아들이 말했다. "형은 어찌 그렇게 사치스럽소. 어쨌든 우리는 시신만 옮기면 되는 거예요. 나는 트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알아요. 그게 훨씬 편하고 싸게 먹히지요." 셋째아들이 말했다. "도대체 롤스로이스니, 포드니, 트럭이니 하고 떠들 필요가 어디 있어요. 아니, 아버지가 결혼하시려고 가시는 겁니까? 아버지는 묘지로 가시는 거예요. 그러니 우리가 아버지를 대문 밖 쓰레기통 옆에 내려놓으면 쓰레기를 치우는 트럭이 아버지를 자동적으로 데려갈 거예요. 그리고 그건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아요." 이때 노인이 눈을 뜨고 말했다. "내 구두가 어디 있느냐?" 아들들이 말했다. "구두를 가지고 무얼 하시려구요? 아버지는 그냥 쉬세요." 그러나 아버지가 우겼다. "내 구두를 내놓으라니까." 큰아들이 말했다. "아버지 고집은 못 말려. 얘들아, 아버지께서 구두를 신고 돌아가시고 싶은 모양이다. 구두를 내드려라." 노인이 구두를 신으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장례비용에 대해서는 걱정 말아라. 나는 아직 목숨이 조금 남아 있으니 무덤까지 걸어가 무덤 옆에서 죽겠다. 얘들아, 거기에서 만나자. 다만 너희들이 너무 사치스러운 게 나를 괴롭히는구나. 나는 살아 생전에 롤스로이스나 다른 아름다운 차에 대하여 오직 꿈만 꾸었었다. 꿈꾸는 것에는 돈이 하나도 들지 않아. 꿈은 공짜야. 그리고 너희들은 무엇이나 꿈꿀 수 있어."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그 노인은 무덤까지 걸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아들들과 친척들이 걸어서 그를 따라갔다. 그리고는 바로 무덤 옆에서 노인은 죽었다. 돈을 절약한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있어서의 마지막 생각은 그의 일생을, 그의 철학을, 그의 종교를 농축시킨 것이다. 이는 엄청난 노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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