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4호 2023.5.22 월요일 (음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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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참좋은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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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천재에게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으니 탐구심이 바로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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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 자유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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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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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결혼할 사람이 있었다. 다섯살 무렵. 아버지와 옆 마을 아저씨는 자식들이 크면 결혼시키자는 약조를 맺었다. 풉, 가난뱅이들의 정략결혼이라니. 이듬해 겨울, 어머니는 그 아이가 많이 아파 단골무당을 불러 굿을 한다고 하니 같이 가자고 했다. 단칸방 귀퉁이에 앉아 두려운 눈으로 무당의 푸닥거리를 보았다. 며칠 후 그 아이는 죽었다.
애초에 ‘단골’이란 말은 굿을 하거나 점을 칠 때 자주 부르는 ‘무당’을 뜻했다. 지금은 자주 가는 가게라는 뜻으로 일반화되었다. 손님도 주인을 보고 단골이라 하고, 주인도 손님한테 단골이라 한다. 서로가 서로를 단골이라 부르니 재미있다. 어디서든 ‘갑을’을 따지는 사회에서 이런 말이 또 있을까.
‘단골’은 사랑과 닮았다. 그냥, 좋다. 왜냐고 물으면 달리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그게 단골이다. 더 맛있는 집이 널려 있건만, ‘왠지 모르게’ 그 집이 편하고 맛있고 먼저 떠오르고 다시 가고(보고) 싶어진다.
횟수는 안 중요하다. 뜨문뜨문 가도 애틋하다. 규격화된 맛과 정해진 응대 절차를 따르는 체인점이 단골이 되기는 쉽지 않다. ‘맛집’이나 ‘핫 플레이스’와도 다르다. 그 장소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느낌, 그 공간의 역사에 나도 동참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단골의 심리적 조건이다.
울적하게 앉아 맥주 몇병을 세워두고 있는 나에게 단골집 주인이 “오늘은 비참하게 앉아 있네”라 한다. “그렇게 보여요?” 하며 같이 웃는다. 얼굴이 불콰하도록 먹고 나서려는데, 그냥 가라며 등을 떠민다. 내 삶은 단조롭긴 하지만, 행복하다. 무도한 시대를 버티는 아지트, 단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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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눔 → 우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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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인가요 - 한용운
그것이 참말인가요. 님이여,
속임없이 말씀하여 주셔요.
당신을 나에게서 빼앗아간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그대는 님이 없다'고 하였다지요.
그래서 당신은 남모르는 곳에서 울다가, 남이 보면
울음이 웃음으로 변한다지요.
사람의 우는 것은 견딜 수가 없는 것인데, 울기조차 마음대로 못하고
웃음으로 변하는 것은 죽음의 맛보다 더 쓴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변명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의 생명의 꽃가지를 있는 대로 꺽어서 화환을 만들어
당신의 목에 걸고,'이것이 님의 님이라'고 소리쳐 말하겠습니다.
그것이 참말인가요. 님이여, 속임없이 말씀하여 주셔요.
당신을 나에게서 빼앗아간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그대의 님은 우리가 구하여 준다'고 하였다지요.
그러면 당신은 '독신 생활을 하겠다'고 하였다지요.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분풀이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 다.
많지 않는 나의 피를 더운 눈물에 섞어서,
피에 목마른 그들의 칼에 뿌리고,
'이것이 님의 님이라'고 울음 섞어서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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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 동서양고전/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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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곧은 길은 굽어보이는 법이다 - 사마천
13. 복은 화가 들어오는 문이다(원앙, 조착)
2) 개혁가는 온전하게 죽기 어렵다(조착)
조착은 일찍부터 법가의 학설을 배운 수재였다. 당시 천하에는 "서경"에 통달한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진나라 시절의 박사였던 복생이라는 사람이 "서경"에 통달하고 있었지만, 그는 이미 90세를 넘긴 노인이었으므로 조정에 불러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적당한 인물을 복생에게 파견하여 자기도 배울 수 있도록 그 인물을 천거하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천거된 사람이 바로 조착이었다. 조착은 복생에게 "서경"을 배우고 와서 정치를 논할 때마다 " 서경"을 인용하여 조목조목 정리해 말했다. 문제는 그를 매우 아껴 높은 자리에 등용했으며, 특히 태자의 신뢰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태자는 늘 그를 '지혜 주머니'로 부르며 곁에 있게 했다. 조착의 주장은 제후의 영지를 삭감할 것, 법령을 엄격히 적용시킬 것, 농민의 권익을 보호할 것 등이었다. 하지만 그의 견해에 찬성한 사람은 태자뿐이고, 원앙을 비롯한 고급 권리들은 모두 조착을 싫어했다.
개혁과 수구세력
이윽고 문제가 죽고 태자가 즉위하니 바로 경제였다. 경제는 즉시 조착을 중용하여 그의 말에 언제나 따랐다. 이제 모든 실권은 조착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그런 가운데 법령들이 잇달아 바뀌었다. 이때 승상 신도가도 조착을 매우 못마땅해 했으나 손을 쓸 수 없었다. 당시 조착의 근무처는 유방의 아버지를 모시는 묘의 경내에 있었는데, 문이 동쪽으로만 나 있어서 출입이 매우 불편했다. 이에 조착은 남쪽으로도 출입할 수 있도록 묘의 바깥 담에 구멍을 뚫어 출입문을 만들었다. 이 소식을 들은 승상은, '옳지, 이번 기회에 내 조착이라는 놈을 없애 버려야지.'하고 결심하였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조착은 즉시 경제를 만나 자초지종을 말하면서 설득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 리 없는 승상은 다음 날 어전 회의에서 조착이 방자하게 묘의 구멍을 뚫은 죄를 들어 조착을 처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조착에게 설득된 경제는 그 의견을 묵살해 버렸다.
"그것은 묘의 담이 아니라 경내의 바깥쪽 담에 불과한 것이니 문제가 되지 않소."
승상은 도리어 사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탄식해마지 않았다. '풋나기 놈을 내가 미리 죽이고 뒤에 폐하께 보고할 것을 그랬나. 황제의 허락을 받고 죽이려다가 내가 당했구나. 이 분함을 어떻게 풀어야 한다는 말인가!' 승상은 끝내 그것이 병으로 도져 쓰러진 후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 후 조착의 위세는 더욱 강해만 갔다. 그는 죄과가 있는 고관들의 땅을 삭감했고, 심한 죄가 있을 경우에는 몰수했다. 그리고 계속하여 법령을 개정해 자그만치 30항목의 법령이 바뀌었다. 그러자 고관들 사이에 조착을 원망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두 적수
특히 원앙 조착은 견원지간의 적수였다. 조착이 나타나면 원앙이 자리를 떴고, 원앙이 나타나면 조착이 자리를 뜰 정도였다. 서로 말 한번 주고 받지도 않았다. 어느 날 조착은 원앙이 예전에 오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씌어 취조하게 하였다. 그러나 원앙은 형 집행은 보류되고 다만 파면으로 그쳤다. 그 후 오나라 반란을 일으키자 조착은 이를 갈며 분개했다. '역시 원앙이라는 자가 관련되게 분명해. 반란의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니 이렇게 반란이 일어나지 않는가. 다시 취조를 해 반드시 놈을 처벌하고 말리라.' 그러나 부하들이 일제히 반대했다.
"이미 반란군이 몰려오고 있는데, 이제 원앙을 취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에 조착은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었다. 그 사이에 이 사실을 원앙에게 알려 준 사람이 있었다. 깜짝 놀란 원앙은 즉시 두영을 찾아갔다. 두영 역시 조착에 의해 토지를 몰수당하고 복수만을 노려오던 터였다. 원앙은 두영에게,
"이 사건을 직접 황제께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대감께서 만나게 주선해 주십시오."
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 두영은 황제와의 만남을 주선하였고, 드디어 원앙은 황제를 만나 오나라가 반란을 일으킨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리고는,
"이 난을 피흘리지 않고 평정시킬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황제가 귀가 번쩍 뜨이는 듯이 물었다.
"아니, 어떤 방법이 있소?"
"지금 반란의 기치는 황제 주변의 간신을 제거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간신으로 저들이 지목하고 있는 조착을 제거하면 난은 자연히 평정될 것입니다."
개혁가의 최후
그런데 이미 며칠 전에 조착의 아버지가 조착이 염려되어 서울로 찾아왔었다.
"지금 네가 하는 일이 뭐냐? 고관들의 땅을 빼앗고 법을 고치는 것 외에 무엇이 있느냐? 모든 사람들이 네 욕을 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
그러자 조착은 정색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아버님의 말씀은 다 옳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아니, 나라라고? 나라가 태평하면 우리 조씨는 망해도 좋다는 것이냐? 이제 어쩔 도리가 없구나!"
그리고는 이튿날 아버지는 약을 먹고 자살했다. 한편 원앙의 말을 들은 경제는 고민에 빠졌다. '조착은 나라의 보배요, 나의 둘도 없는 충신인데.... 아니지, 난을 평정하려면, 그래서 나라를 지키려면 어쩔 도리가 없지.'
드디어 경제는 결심했다. 며칠 후 조착은 경제의 부름을 받고 의관을 갖춰 수레에 올라탔다. 그러나 수레는 궁궐로 가지 않고 형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목이 베어졌다. 하지만 조착을 처형시킨 후에도 반란은 평정되지 않았다. 원래 간신 제거란 명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경제는 반란군 진압의 책임을 맡고 있는 등공을 불렀다.
"과연 반란군들이 조착의 처형 사실을 알고 전투를 중지하던가?"
그러자 등공이 대답했다.
"반란을 주도한 오왕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영지를 삭감당하자 분개하여 조착 제거의 명분을 내세웠을 뿐이었던 것입니다. 신은 이제 천하의 선비들이 입을 다물고 폐하께 직언을 하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뜻인가?"
"원래 조착은 제후들이 비대해지고 강성해져서 어떻게 하면 그들의 세력을 통제할 수 있을까를 걱정했던 것입니다. 영지 삭감은 그 과정에서 나온 좋은 방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개혁이 시행되자 그 자신이 화를 당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안으로는 충신들의 입을 막고, 밖으로는 제후들을 위해 원수를 갚은 결과가 되었습니다. 황공하오나 조착은 죽이지 말았어야 좋았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경제는 한참을 아무 소리도 없이 생각에 잠겨있다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귀공이 잘 얘기했소. 나도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었소."
3) 명예를 좋아하는 자는 명예 때문에 망한다
앞날이란 장담할 수 없다
조착이 죽은 후 원앙은 반란이 일어난 오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되었다. 오왕은 자기 밑에서 일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원앙은 거절했다. 그러자 오왕은 군대 안에 원앙을 가둬놓고 죽이고자 했다. 그런데 전에 원앙이 오나라에서 벼슬하고 있을 때 어떤 호위병이 하녀와 통정한 적이 있었다. 그때 원앙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내색하지 않은 채 그 호위병을 평상시와 똑같이 대우해 주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그 호위병에게, '나으리께서 너의 통정 사실을 알고 계신다'고 귀뜸해 주자, 그는 곧바로 도망쳐 버렸다. 그러자 원앙은 말을 타고 쫓아가 하녀를 그에게 주고 다시 호위병으로 일하도록 했다. 그런데 바로 그 호위병이 이제 원앙을 감시하는 책임을 맡은 지위에 있게 되었다. 그는 옷가지 등을 팔아 2천 말의 독한 술을 사놓았다. 그때 날씨는 매우 추웠고, 병사들은 목이 말라 하고 있었다. 그는 병사들에게 술을 먹이고, 모두 술에 취해 잠이 들자 원앙을 깨웠다.
"나으리께서는 지금 탈출하셔야 합니다. 오왕은 내일 아침에 나으리를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원앙이 이 말을 믿지 못하며 물었다.
"염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만, 당신은 누구인가요?"
"예, 바로 옛날 나으리의 하녀를 가로챘던 호위병입니다. 기억이 나십니까?"
이에 원앙이 놀라 일어나 인사하였다.
"기억이 나오. 그런데 당신께는 부모와 처자가 있는데 이런 일로 피해를 당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저는 이미 망명하려고 부모와 처자를 피신시켜 놓았습니다. 안심하시고 얼른 저를 따르십시오."
그리고는 원앙을 인도하여 잠든 병사들 사이를 헤치며 도망쳤다. 반란이 진압된 후 원앙은 병을 얻어 고향에 머물렀다. 그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고, 닭싸움이나 개달리기 등의 놀이를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극맹이라는 협객이 원앙을 방문했는데, 원앙은 그를 극진히 대접했다. 그러자 어떤 부자가 원앙을 비난했다.
"극맹이란 자는 도박꾼이라는데, 왜 그런 자를 대우하는 것입니까?"
이에 원앙이 대답했다.
"극맹이 도박꾼인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그의 모친이 죽었을 때 장례에 참석한 사람들이 타고 왔던 수레만도 천 대가 넘었소. 그는 다른 사람이 급하게 그이 대문을 두드리면 그 부탁을 거절하거나, 있으면서도 없다면서 되돌아가도록 만든 적이 없었소. 그래서 천하 사람들이 지금 우러러보고 있는 사람은 의리있는 협객으로 소문난 계심(계포의 동생으로 용감하고 의협심이 강해 선비들이 앞을 다투어 그와 사귀기를 원했다)과 극맹뿐이오. 지금 당신은 항상 몇 명의 호위병을 데리고 다니지만, 만약 위급한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그들만 믿을 수 있겠소? 사람이란 언제 위급한 일이 터질지 모르는 법이오."
이렇게 말하면서 그를 크게 꾸짖고는 절교해 버렸다. 사람들은 이 말을 전해 듣고 모두 원앙을 칭송하였다.
명예를 좋아하는 자는 명예 때문에 망한다
원앙은 비록 고향에 내려와 묻혀 살았지만, 황제는 자주 사자를 보내 국정에 관하여 그의 자문을 구하곤 했다. 한편 전에 경제의 아우인 양왕이 자기에게 제위를 물려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다. 이때 원앙이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는데, 이후 양왕은 원앙에 양심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자객을 원앙에게 보냈다. 자객이 서울에 들어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원앙을 칭찬하고 있었다. 자객은 원앙을 찾아갔다.
"저는 나으리를 죽이기 위해 양왕이 보낸 자객입니다. 하지만 저는 나으리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겠습니다. 나으리만한 인물을 죽일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심하지 마십시오. 아직 10여 명의 자객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부디 몸조심 하십시오."
그 뒤 원앙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생활을 해야만 했다. 어느 날 원앙은 유명한 점쟁이를 찾아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미행하던 자객에게 칼을 맞고 숨을 거두었다.
사마천은 이렇게 말했다.
"원앙은 학문을 좋아하지는 않았으나, 뛰어난 생각에 의해 여러 가지를 종합함으로써 체계적인 이론을 세웠다. 그는 어진 마음을 바탕으로 정의감에 비추어 세상을 개탄했다. 하지만 효문제가 즉위하자, 그의 재능은 때를 만났다. 그 후 시대는 변하고 바뀌어 오, 초의 반란이 일어나고 효경제를 한번 설득시킴으로써 그의 주장이 관철되었으나, 반란을 평정시키지는 못하였다. 그는 명예를 중시하고 재주를 뽐냈으나 결국 그 때문에 죽었다. 한편 조착은 젊을 때 자주 조정에 건의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그러나 뒤에 드디어 권력을 얻어 마음대로 행사하면서 법령을 많이 뜯어 고쳤다. 그는 반란이 일어났을 때 당연히 나라의 위급함을 구하는 데 힘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사로운 원한을 갚는 데에 몰두하다가 오히려 스스로 망치고 말았다. 옛말에 '옛부터 내려오던 법을 바꾸고 상식을 어지럽히는 자는 죽거나 망한다'고 했는데, 이는 바로 조착의 경우를 가리키던 말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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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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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설(視吾舌)
視:볼 시. 吾:나 오. 舌:혀 설.
[동의어] 상존오설(尙存吾舌).
[참조] 계구우후(鷄口牛後), 고침안면(高枕安眠).
[출전]《史記》〈張儀列傳〉
‘내 혀를 보아라’는 뜻. 곧 혀만 있으면 천하도 움직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한 말.
전국 시대, 위(魏)나라에 장의(張儀)라는 한 가난한 사람이 있었다. 언변과 완력과 재능이 뛰어난 그는 권모 술수에 능한 귀곡자(鬼谷子)에게 배웠다. 따라서 합종책(合從策)을 성공시켜 6국이 재상을 겸임한 소진(蘇秦)과는 동문이 된다. 장의는 수업(修業)을 마치자 자기를 써 줄 사람을 찾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초(楚)나라 재상 소양(昭陽)의 식객이 되었다. 어느 날, 소양은 초왕(楚王)이 하사한 ‘화씨지벽(和氏之壁)’이라는 진귀한 구슬을 부하들에게 피로(披露)하는 잔치를 베풀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 연석에서 구슬이 감쪽같이 없어졌다. 모두가 장의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가난뱅이인 장의가 훔친 게 틀림없다’고
그래서 수십 대의 매질까지 당했으나 장의는 끝내 부인했다. 마침내 그가 실신하자 소양은 할 수 없이 방면했다. 장의가 초주검이 되어 집에 돌아오자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어쩌다가 그래, 이런 변을 당했어요?”
그러자 장의는 느닷없이 혀를 쑥 내밀며 보인 다음 이렇게 물었다.
“‘내 혀를 봐요[視吾舌].’ 아직 있소, 없소?”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아내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혀야 있지요.”
“그럼 됐소.”
몸은 가령 절름발이가 되더라도 상관없으나 혀만은 상(傷)해선 안된다. 혀가 건재해야 살아갈 수 있고 천하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의는 그 후 혀 하나로 진나라의 재상이 되어 연횡책(連衡策)으로 일찍이 소진이 이룩한 합종책을 깨는 데 성공했다.
[주] 합종책 : 전국시대, 강국인 진나라에 대항하기 위한 6국 동맹책.
귀곡자 : 전국시대의 종횡가(縱橫家:모사). 성명/행적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제반 지식에 통달했다고 함. 그가 숨어살던 귀곡(산서성 내)이란 지명을 따서 호를 삼고 종횡설의 법(法)을 적은《귀곡자(鬼谷子)》3권을 지었다고 하나 확실하지 않음.
연횡책 : 6국이 개별적으로 진나라를 상국으로 섬기게 하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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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삶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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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 MBC 예술단 엮음
셋 - 사랑으로 풀어내는 웃음보따리
용팔이의 첫사랑 - 강동일(남.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25년 전 학창시절 전라남도 광주에 있는 모중학교 2학년 3반의 영원한 호프인 잊을 수 없었던 용팔이에 대해서 그리고 여선생님과 있었던 개구쟁이 학창시절을 한마디 적어볼까 해서 펜을 들어봅니다.
학교이름은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학우들과 학교의 명예에 손상을 주고 싶지 않아 밝히지 않겠지만.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를 듣는 학우들은 어린시절에 있었던 일을 수긍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학교 2학년 1학기. 그때서야 초등학교 때의 코흘리개 때가 벗겨질 무렵 저의 학교에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처음으로 교사로 부임하신 여선생님이 계셨는데, 말 그대로 미인의 조건을 고루 갖춘 천사와 같은 여선생님이었기에 우리 2학년 3반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셨지요. 여선생님은 국어과목 선생님이셨는데 시를 좋아하시고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듯 국어책을 읽어내려가실 때면, 우리의 어린 가슴을 녹이기에 충분했지 뭡니까. 그런데 한번은 우리반에서 장난꾸러기 제 1인자인 용팔이가 장난기가 슬슬 꿈틀거리는지 반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한마디 하는 겁니다.
"야들아, 내가 선생님 속옷을 보여줄 테니 너희들 어떠냐?"
반아이들은 니가 무슨 수로 그럴 수 있냐며 부정적인 야유를 보냈는데, 용팔이는 자신있다는 투로 끝까지 호기를 부리는 겁니다.
"그럼 내기를 하자. 내가 지면 너희들에게 공책 한 권씩을 준다. 그러나 내가 이기면 너희들이 각각 한 권씩 공책을 내게 주는 거다."
용팔이는 큰소리로 선언을 했고, 반아이들도 덩달아 신이 나서 우리들은 내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국어시간이 되었습니다. 용팔이는 국어시간이 되기 전 쉬는 시간에 선생님이 늘 서 있는 교탁에 가더니만 교탁에 왁스를 칠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반짝반짝 광을 내더니만 어디서 언제 준비해왔는지 기름을 살짝 뿌리고는 아무 일 없는 듯이 "쉿, 조용히 해라."하면서 태연스럽게 앉아 선생님이 들어오시기를 기다리는 게 아닙니까. 반아이들은 숨을 죽이며 기대반 걱정반 긴장을 하고 있는데 여선생님이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데(선생님은 항상 치마를 즐겨입고 다니셨지요) 반아이들은 환희의 순간에 빠지고 저 또한 모든 상상력에 사로잡혀서 선생님만 바라보는데 선생님이 교탁에 올라서서, '여러분 안녕-' 하는 순간, 꽈당 하고 넘어지는데..., 하늘에는 두 개의 깃대와 연분홍빛 태극기가 너울거리며 아이들의 시선을 어지럽히기 시작했고, 선생님이 후다닥 일어서려는데 다시 넘어지면서 반아이들의 눈동자를 연분홍빛으로 물들였죠. 그 순간 용팔이는 뒤를 돌아보면서 우리들에게 승리의 '브이(v)'자를 그리는 겁니다. 우리들은 즐거움에 앞서 닥쳐올 위기에 내심 걱정이 앞서는데, 용팔이는 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후다닥 선생님께 달려가 일으켜 드리면서 하는 소리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지요. 그렇게 태연스럽고 유들유들한 아이는 25년이 지난 지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지요. 용팔이는 말했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마루가 지저분해서 깨끗이 청소한다는 게 왁스를 너무 많이 칠했나봐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이러니 선생님의 그 상황에서 화를 내실 수 있겠습니까. 아픈 것도 표현도 못하고 얼굴은 빨갛다 못해 붉은 색으로 변하시면서 "괜찮아, 괜찮아." 하시는데 우리반 아이들은 한숨을 내쉬고 콩알만해졌던 가슴은 다시 커지기 시작했지요. 그 일이 있던 다음날, 용팔이는 공책 60권을 혼자 독식해 버리는 그런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잘한 것은 아니고, 밑바닥에서 뱅뱅 돌던 아이의 머리에서 튀어나오는 순간적인 아이디어는 종종 반 전체를 놀라게 하곤 했습니다.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책상과 책상 사이의 좁은 길은 이리저리 옮겨다닐 때면, 워낙 시적인 감성을 가지셨는지 눈을 지그시 감으시면서 읽어내려가셨고, 우리들의 목표물을 알아차리지 못하신 선생님께 또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선생님이 지나가면 용팔이는 뒤에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치마 속의 색상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선 용팔이는 분홍색이면 벌떡 일어나 "선생님, 제가 시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하고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겁니다. "분홍빛으로 물들은 낙엽은 하나둘 떨어지고..." 즉, 용팔이는 이렇게 시를 읽으면서 반아이들에게 알리는 겁니다. 그러면 반아이들은 눈치를 채고 끼득끼득 웃으며 상상력에 빠지지요. 또 노랑색이면 노랗게 물들은 낙엽은 하나둘..., 빨강색이면 빨갛게 물들은 낙엽은 하나둘... 그렇게 하니 국어선생님의 칼라에 대해서는 그날그날 궁금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지요. 그 시적 성교육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던지라 우리들의 궁금증은 더욱더 고동을 쳤지요.
한번은 국어시간에 용팔이가 선생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들은 선생님 보고 선생님, 선생님, 하는데 우리 할머니는 선생님 보고 선상님, 선상님, 하시는데 어떻게 틀립니까?" 용팔이의 질문에 선생님은 얼굴색이 변하면서 용팔이를 빤히 쳐다보셨습니다. 그리곤 용팔이의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대답하셨습니다. "선생님이란 제자가 부르는 소리고, 선상님은 제자의 부모가 부르는 소리란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였겠죠. 이렇게 시간을 흘러흘러 2학기가 접어 들면서 용팔이의 무분별한 장난기에 종지부를 찍는 대사건의 서막이 오르게 되었는데, 용팔이의 눈부신 활약이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순간이었지요. 용팔이는 국어선생님의 칼라와 디자인을 유일하게 아는지라 어디서 준비했는지 아니면 지네 엄마 것을 가져왔는지 빨강색 속옷을 자랑하는 겁니다.
대망의 국어시간, 선생님이 한첨 왔다 갔다 책을 읽으시고 시를 낭송하시면서 용팔이의 옆을 지나가시는데 용팔이는 이때다 싶어 빨강색 속옷을 선생님 다리 뒤에 살짝 떨어뜨리면서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거 고무줄이 끊어졌나봐요." 이러면서 용팔이는 태연하게 선생님 뒤로 가서 속옷을 줍는 게 아니겠습니까. 선생님은 아연실색하면서 용팔이의 손에 있는 속옷을 강태공이 낚싯줄을 낚아채듯 잽싸게 낚아채면서 "자습하고 있어." 하면서 교실 밖으로 달려나가지 뭡니까. 반아이들은 끓어오르는 웃음에 애써 태연하기엔 역부족이다 싶어 끄억끄억 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화장실 중간쯤 달려가다 자신의 것이 아니다 싶었는지 화가 잔뜩 나가지고 오시더니, 용팔이의 따귀를 왕복으로 후려치시더니 회초리를 들고 "손바닥 대."하시면서 언성을 높이셨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용팔이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선생님, 손바닥 대신 엉덩이를 때려주세요." 그러면서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까뒤집는 게 아닙니까. 선생님은 어이가 없다는 듯 "옷 입어! 교무실로 와!"하면서 나가시더라구요. 그런데 그렇게 잘 나가던 용팔이가 하루종일 책상에 엎드려서 울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날 학생주임 선생님께 끌려가서 안 죽을 만큼 얻어터진 용팔이는 다음날부터 얼굴을 볼 수가 없었지요(다른 학교로 전학갔을 겁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용팔이는 국어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했고, 선생님을 좋아하는 방식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던 겁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사귀는 남자가 있는 것을 알고 최후의 수단으로 이런 방식을 사용했던 우리반의 호프 용팔이에게 우리반 모두는 소리없는 격려의 박수를 쳐 줄 수밖에 없었지요. 아마 지금은 소식을 알 수 없지만, 공부보다 장난을 더 좋아했던 용팔이는 분명 그 순간적인 재치와 뛰어난 아이디어로 어느 누구 못지 않게 잘살고 있으리라 믿으며, 개구쟁인 학창시절 용팔이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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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그리스 신화와 영웅들)
- 사진 자료 및 참고 자료는 제가 편집해 올린 것입니다.
제 3장 그리스의 태초 신들
4. 티탄족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정당한 소생이 거신족인 티탄족(Titans)이다. 헤시오도스는 이 티탄족 중 오케아노스.카이오스.크레이오스.휴페리온. 이아페토스.크로노스의 6남신과, 테이아.레아.테이스.므네모슈네.포이베. 테튜스의 6여신을 합쳐 12거신으로 규정하였다. 이들이 낳은 자식들 가운데 프로메테우스와 아틀라스 등의 일부도 티탄족으로 간주되었다.
한편 우라노스는 아들 크로노스에게 거세당하고 그 상처에서 흐른 핏방울로 가이아를 잉태시켰는데 거기에서 괴물성 거인족 기간테스가 출현하였다. 이제 신권을 찬탈한 크로노스는 자매 레아를 배우자로 맞아들여 자식을 낳았으나 그 아비와 마찬가지로 출산한 아이를 매번 집어삼켰다. 이에 레아는 몰래 숨겨 키운 막내아들 제우스를 부추겨 크로노스를 거세하고 신권을 찬탈케 하였다. 이 신권찬탈은 티탄족과 올림포스 신들 간의 격렬한 전쟁을 야기하였다. 10년 동안 우주의 기반을 뒤흔들며 치러진 이 전쟁에서 제우스는 그의 형제자매와 티탄족 중에서 프로메테우스의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기간테스인 큐클로페스와 헤카톤케이레스가 가담한 제우스쪽이 마지막 승리를 거두고, 패배자들은 타르타로스에 투옥되어 헤카톤케이레스의 감시를 받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의 형제 아틀라스는 별도로 하늘을 짊어지는 벌을 받았다. 그 후 시문에서는 이 거신전쟁과 거인전쟁을 혼동하기도 하였다.
기간테스
거인족 기간테스(Gigantes, Giants)는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소산으로 단수형은 기가스이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게세된 우라노스의 상처에서 핏방울이 땅에 떨어져 가이아가 잉태를 하고 여기에서 복수의 여신 에리뉴에스, 물푸레나무 요정 멜리아스와 기간테스가 솟아나왔다. 거인족은 힘과 크기가 엄청날 뿐 아니라 생김새도 이상야릇하여, 상반신은 사람이나 하반신은 뱀꼬리로 된 괴물사나이나 머리가 50개에 손이 100개나 달린 거창하고 괴이한 인간 헤카톤케이레스도 있었다. 제우스는 올림포스 신족에 패배한 티탄족을 타르타로스에 가두었는데, 이에 화가 난 가이아는 거인족을 충동하여 제우스를 치게 하였다. 이것이 바로 거신 전쟁이 있은 훨씬 후에 일어난 거인전쟁으로, 그리스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신화이며 조각의 소재로 즐겨 표현되었다. 거인족과의 싸움에는 영생하지 못하는 인간 영운이 가담해야 승산이 있음을 미리 짐작한 제우스는 인간 여자와 정을 통하고 헤라클레스를 얻은 다음에 응전하였다. 한편 가이아는 거인족을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하여 영생의 효능을 가진 약초를 싹트게 하였다. 그러나 제우스는 태양신 헬리오스, 달의 여신 셀레네와 새벽의 여신 에오스에게 그 풀을 찾아 뿌리를 뽑을 때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전쟁은 거인족이 사는 트라키아의 팔레네에서 시작되었다. 일설에는 화산이 있는 고장이라 한다. 거인족의 왕 에우류메돈은 초인적 힘을 가진 알큐오네오스와 포르퓨리온 형제를 대동하고 참나무 거목에 불을 붙여 밝게 비추고는 신족을 향해 바윗돌과 산을 들어올려 던지며 공격을 하였다.
헤라클레스는 알큐오네오스에 독화살을 날리고 거인족은 거주지 경계선 밖으로 끌어내 죽였는데 거인들은 거주지 안에서는 불사신이었기 때문이다. 헤라를 범하려던 포르퓨리온에게 제우스는 벼락을 내리고 헤라클레스는 독화살을 날렸다. 그 밖의 많은 거인들이 제우스의 벼락에 맞아 죽었고 두 명의 에피알테스 중 한 거인은 아폴로와 헤라클레스가 쏜 화살에 두 눈이 관통당하여 죽었다. 아테나 여신은 도망치는 엔켈라도스를 시칠리아까지 추격하여 에트나 산을 떼어 덮쳐 묻어버렸으나, 엔켈라도스는 목숨이 끊어지지 않아 지금까지도 산 아래에서 불붙은 숨을 토해 내고 있다고 한다. 미마스의 운명도 다를 바 없었다. 즉 헤파이스토스가 펄펄 끓는 용광로를 던져 베수비오 산(나폴리 만의 활화산) 아래 깔려 있다.
거인 팔라스는 아테나 여신에게 처치당한 후 가죽이 벗겨졌는데, 그 가죽은 여신의 가슴방패 아이기스에 부착되었다. 폴류보테스는 포세이돈이 코스 섬에서 떼어 내던진 큰 바위에 깔려 그대로 니슈로스 섬이 되었는데, 폴류보테스는 이 섬에서 니슈레오스라는 존칭으로 숭배된다. 히폴류토스는 모습을 감춰주는 하데스 모자를 쓴 헤르메스에게 살해되었다. 그라티온은 아르테미스의 화살에 맞아 죽고 에우류토스는 디오뉴소스의 지팡이에 맞고 쓰러졌다. 플류티오스는 헤카테의 지옥의 횃불에 타죽고 아그리오스와 토아스는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파테스)의 청동봉에 맞아 쓰러졌고 헤라클레스의 독화살에 목숨을 잃었다. 히드라 독이 묻은 화살촉은 어떤 거구에게도 치명적 타격을 주었기 때문에 독화살을 가진 헤라클레스 같은 인간 영웅이야말로 거인족을 멸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에 의하면, 거인족은 헤파이스토스와 사튜로스가 탄 나귀의 기묘한 울부짖음과 시끄러운 소리, 또는 트리톤이 부는 소라 고동소리의 그 불가사의한 음률에 정신이 어지러워져 놀라 쫓겨 패주하였다고 한다.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인 코토스, 브리아레오스 및 규게스는 100개의 손에 50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거인이었다. 이들은 우라노스가 가이아의 가슴 속에 유폐시켜 버린 자식들로, 가중되는 고통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가이아가 크로노스를 부추겨 우라노스를 거세함으로써 다시 세상빛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득세한 크로노스가 이번에는 자신이 신권 찬탈에 겁을 먹고 그 자식들과 헤카톤케이레스, 큐클로페스를 모두 집어 삼키고 타르타로스에 가둬 버렸다. 이러한 횡포에 화가 난 가이아는 손자 제우스의 힘을 빌려 크로노스와 그에 가담한 티탄족을 제거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이 전쟁에 승리하려면 불가피하게 큐클로페스와 헤카톤케이레스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제우스는 그들을 풀어주고 신의 음료인 넥타르와 신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제공하였다. 마침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제우스는 헤카톤케이레스를 다시 타르타로스로 보내는데 이번에는 티탄족의 감시역을 맡겼다. 이들 거인은 제우스의 충직한 친구가 되어 한때 올리포스 신족이 공모하여 제우스를 쇠사슬로 묶어버렸을 때도 테튜스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브리아레오스는 제우스를 비호해 주었다. 여기에서 제우스를 도운 브리아레오스나 제우스와 맞서 싸운 튜폰 및 알로이다이(포세이돈과 이피메데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들)는 모두 후에 거인족으로 편입된 존재이다. 알로아다이 쌍둥이 형제인 오토스와 에피알테스의 올림포스 산성공략은 거인족의 마지막 도전으로 오사 산을 쌓아올려 하늘 높이 올라가 신족을 위협하고 공격을 가하였다. 이 와중에 아레스는 포로가 되어 청동통 속에 갇혔다가 13개월이 지나 아사 직전에 헤르메스에게 구조되어 살아났다. 이들 거인형제는 제우스에 의해 멸망당하였다. 다른 전승에 따른면 거인형제들은 여러 도시를 건설하였으며 트라키아의 알로이온과 헬리콘 산록 아스크라에서 뮤즈 숭배를 부흥시킨 영웅으로 그려져 칭송을 받기도 하였다.
* 기간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족으로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자식들이다. 크로노스가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하고 패권을 잡을 때 거세된 우라노스의 성기에서 떨어진 피가 대지에 떨어져 이 거인족이 태어났다고 한다. 단수형으로는 기가스라고 한다. - 위키백과
[기간토마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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