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3호 2023.4.14 금요일 (음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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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참좋은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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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고 싶은 꿈을 시간표에 기록해 두지 않는다면
곧 이루지 못할 소원으로 변할 것이다.
< 버포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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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 자유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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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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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사람들이 묻더라. 지금 하는 일을 어떻게 하게 되었냐고. 뭔가 필연적이고 운명적인 이유를 기대하면서. 이를테면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다거나(풉), 공부에 필요한 끈기를 타고났다거나(우웩) 하는 거 말이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식으로 미래를 쫀쫀하게 설계하며 사는 건 거짓말이거나 자기애가 강하거나 겁이 많은 게 아닐까.
중3 때 금오공고를 가려고 했다. 박정희의 전폭적 지원으로 세운 학교라 학비와 기숙사비가 전액 면제였다. 거길 갔다면 노숙한 기능공으로 살고 있겠지(그것도 괜찮았겠다). 담임이 피식 웃으며 일반고를 가랬다. 갔다. 대학도 그랬다. 적당히 국어 선생이나 하며 살려고(미안, 국어 선생님들) 국문과에 가고 싶다고 하니 담임은 무심히 허락을 해줬다(상담 없이!). 어쩌다 보니 대학원에 갔다. 졸업하자마자 몇년을 직장생활을 했다. 어찌저찌하여 다시 선생을 했다. 나도 배운 적 없는 글쓰기를 허덕대며 가르치고 있다(미안, 학생들). 매주 이 칼럼을 쓰는 것도 어쩌다 보니 하게 된 일. 이 모든 것의 출발은 그게 아주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싫지만은 않아서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자기 힘으로 돌파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삶의 우연성과 복잡성을 깨닫기란 발가락으로 귀를 파는 일보다 어렵다. 운명은 타인들과의 우연한 만남과 조응으로 이루어지나니, 지금 내 모습이 어찌 나의 것이겠는가. ‘현실’을 받아들이되 얽매이지 않으려면, 순간순간 만났던 타인의 음성을 다시 듣고 싶다면, ‘어쩌다 보니’라는 말을 내뱉어보시라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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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눔 → 우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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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측량 - 한용운
즐겁고 아름다운 일은 양이 많을수록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사랑은 양이 적을수록 좋은가 봐요.
당신의 사랑은 당신과 나와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사랑은 당신과 나의 거리를 측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나의 거리가 멀면 사랑의 양이 많고,
거리가 가까우면 사랑의 양이 적은 것입니다.
그런데 적은 사랑은 나를 웃기더니, 많은 사랑은 나를 울립니다.
뉘라서 사람이 멀어지면, 사랑도 멀어진다고 하여요.
당신이 가신 뒤로 사랑이 멀어졌으면, 날마다 날마다
나를 울리는 것이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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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 동서양고전/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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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곧은 길은 굽어보이는 법이다 - 사마천
9. 여걸 천하(여후, 진평)
4) 여인 천하의 종말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여후가 죽은 후, 하늘을 찌를 듯했던 여씨 일족의 권세도 차츰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여후가 죽었어도 여씨 일족이 완전히 조정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란을 일으켜 유씨네 한나라를 엎어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기도 했다. 다만 유방이 생존했을 때 뒷일을 부탁했던 주발이나 관영 등의 용맹스런 장군들이 아직도 상당한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반란을 선뜻 일으키지 못하는 처지였다. 그때 유장이라는 제후가 있었는데, 20세밖에 안되었으나 매우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여후는 그에게도 역시 여씨네 집안의 딸을 시집 보냈으나, 그 딸이 유장에게 여씨 일족의 음모를 낱낱이 폭로해 버렸다. 그러자 격분한 유장은 자기 형인 유양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이번 기회에 여씨 일족을 몰아내기 위해 군대를 일으키자고 제안했다. 이 소식을 전해받은 유양은 즉시 군대를 일으키는 한편, 모든 제후들에게 여씨 토벌의 격문을 띄웠다. 한편 조정에서는 유씨 제후들이 군대를 일으켰다는 급보를 접하고 상국이던 여산은 관영 장군으로 하여금 그들을 물리치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관영은 군대를 이끌고 궁궐 밖으로 나와서 병사들에게 이렇게 선포했다.
"지금 여시 일족은 방자하게도 천하의 권세를 쥐고 흔들고 있다. 이제 나는 역적 여씨 일족을 토벌하려고 하니, 그대들은 나를 따르라."
이에 병사들은 일제히 창과 칼을 높이 들고 환호하였다. 관영은 즉시 유양에게 사자를 보내 연합군을 만들자고 제안하였다. 이때 진평과 주발도 행동을 개시하였다. 그러나 여록이 장군으로서 군대 지휘관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진평과 주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대신인 역상의 아들 역기가 여록과 친했었다. 그래서 주발은 역상을 통해 역기에게 여록을 유인하도록 꾀를 냈다. 여록은 역기를 믿고 군대 본부를 나와 밖에서 놀았다. 이 틈에 주발이 군대 안으로 들어가 지휘권을 행사했던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여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호통을 쳤다.
"장군이 군대를 버리다니, 이제 우리 집안은 망했구나."
그리고는 집안에 있는 모든 패물들을 마당에 내팽개쳤다.
"어차피 빼앗길텐데 이렇게 버리는 게 낫지."
과연 주발은 여록으로부터 지휘권을 넘겨받자마자 전군을 소집했다. 그리고 큰 소리로 명령하였다.
"여씨에게 편들 자는 오른쪽 어깨를 벗고, 유씨에게 편들 자는 왼쪽 어깨를 벗어라!"
그러자 병사들은 모두 왼쪽 어깨를 벗어 유씨를 지지한다는 표시를 하였다.(이 일로부터 한쪽을 편드는 것을 좌단이라 부르게 되었다.) 진평과 주발은 군사 지휘권을 장악하자 유장에게 병사를 주어 궁궐을 공격하도록 했다. 그때 상국 여산은 뜰을 거닐고 있다가 갑자기 기습을 받고 변소로 피했으나, 그곳까지 추격한 유장에게 목이 베어졌다. 유장은 계속 궁궐을 수식해 장락궁의 경호 책임자였던 여경시를 베었다. 이렇게 하여 여씨 일족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군사 지휘권을 주발에게 넘겨 주었던 여록도 칼에 맞아 죽었으며, 여수는 매를 맞고 죽었다. 그리고 여수가 낳은 번쾌의 아들 번항까지 살해되었다.
자리가 다르면 할 일도 다르다
여씨 일족이 멸망한 후 중신들이 모여 비밀회의를 열었다. 가장 중요한 후계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중신들은 모두 여씨 외척에 염증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거사에 공훈이 컸던 유장과 유양도 추천되었지만, 그들 역시 회가가 매우 음흉하다고 소문난 집안이었으므로 기각되었다. 결국 옛날 박희의 아들이 추천되었다.
"그분은 현재 살아 있는 유방 폐하의 친자식 중에서 최연장자이며, 외가인 박씨는 조촐한 집안일 뿐이다."
이렇게 해서 중신들의 의견은 일치되었고, 급히 사자를 보냈다. 박희의 아들은 거듭 사양했지만, 중신 일동은 두 차례나 권유했다. 드디어 박희의 아들이 할 수 없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니, 바로 문제이다.
승상이라는 자리
새로 즉위한 문제는 주발 장군이 여씨 토벌에 가장 큰 공로가 있었으므로 그를 제1의 공로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진평은 그것을 알고 우승상 자리를 주발에게 양보하기로 생각했다. 그래서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사직을 청원했다.
"그대는 이제까지 건강하더니, 갑자기 아프다며 사임하겠다니 무슨 이유요?"
문제가 진평에게 물었다.
"예, 황공스러운 말씀이오나 옛날 고조 때는 저의 공적이 주발을 앞섰었습니다. 그러나 여씨 토벌에는 주발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문제는 주발을 우승상에 임명하고, 진평은 좌승상으로 임명해 제2위의 서열로 내려놓았다. 그 뒤 문제가 어느 날 주발에게 물었다.
"우승상, 재판은 전국적으로 몇 건쯤 있는가?"
그러자 주발의 얼굴빛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제가 미처 그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럼 국고는 연간 얼마나 되는가?"
"그것도 모르겠나이다. 죄송합니다."
주발은 온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 그러자 문제는 이번엔 진평에게 물었다. 하지만 진평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 문제라면 각각 담당자에게 물어 주시기 바랍니다."
"담당자라니 누굴 말하는가?"
"재판은 정위가 있사오며, 국고에 대해서는 치속내사가 있사옵니다."
"만사에 담당자가 있다면, 그대는 대체 무엇을 담당하고 있는가?"
"삼가 말씀드리옵니다. 모름지기 재상이라는 자리는 위로는 황제를 보좌하며 아래로는 모든 만물을 잘살게 할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바깥으로는 사방의 오랑캐와 제후들을 다스리고, 안으로는 만민을 다스리며 뭇 관리들에게 그 직책을 완수시키는 자리입니다."
문제가 그 말을 듣고는,
"정말 훌륭한 답변이오."
하면서 진평을 칭찬했다. 이에 주발을 더욱 부끄러워졌다. 이윽고 밖으로 나오자 주발이 진평에게 불평을 했다. 그러자 진평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우승상 자리에 있으면서도 그 직책이 뭔지 몰랐단 말인가. 만일 폐하가 장안의 도난 건수를 물으시면, 그것까지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주발은 자신이 진평을 따르지 못함을 재삼 깨달았다. 그 후 진평은 승상으로 재임용되어 2년을 더 살다가 죽었다.
옥리에게 목숨을 구걸한 장군
진평이 죽은 후 주발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러나 10개월이 채 못 되어 권고 사직을 당했다.
"지금 제후들에게 각자 임명 지역으로 돌아가도록 명령했는데, 잘 지켜지지 않고 있소. 그러니 그대가 먼저 임명 지역으로 돌아가 모범을 보여줄 수 없겠소?"
주발은 할 수 없이 승상직을 사임하고 그의 임명 지역으로 돌아갔다. 그때부터 주발은 극도의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누가 자기를 주살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여 스스로 갑옷과 투구로 무장하였으며, 손님들도 그런 상태로 맞았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자, 주발은 급기야 반역 혐의로 고발되었다. 그래서 주발은 옥리에게 넘겨져 취조받기 시작했다. 주발은 두려운 나머지 변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취조가 심해졌을 때 옥리에게 천금의 뇌물을 준 것이 효과를 보았다. 옥리가 조서 뒤에 '공주에게 증언을 시키라'고 써 준 것이다. 공주란 문제의 딸로서 주발의 큰며느리였다. 옥리가 주발에게 그 공주를 증인으로 세우라고 알려 준 것이었다. 마침내 공주가 증인으로 섰고, 그리하여 재판은 단번에 주발에게 유리하게 되었다. 그때는 이미 문제도 주발의 조서를 읽고 무죄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주발을 즉시 풀어 주었다. 감옥에서 나온 주발은 한탄하였다.
"일찍이 백만 대군을 이끌던 나였지만, 옥리 하나가 이렇게 대단할 줄은 미처 몰랐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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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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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제막급(*臍莫及)
*:씹을 서. 臍:배꼽 제. 莫:아닐,없을 막. 及:미칠 급.
[원말] 서제(*臍).
[동의어] 후회막급(後悔莫及).
[출전]《春秋左氏專》〈莊公六年條〉
배꼽을 물려고 해도 입이 미치지 않는다는 뜻. 곧 기회를 잃고 후회해도 아무 소용없음의 비유.
기원전 7세기 말엽, 주왕조(周王朝) 장왕(莊王) 때의 이야기이다. 초(楚)나라 문왕(文王)이 지금의 하남성(河南省)에 있었던 신(申)나라를 치기 위해 역시 하남성에 있었던 등(鄧)나라를 지나가자 등나라의 임금인 기후(祁侯)는 ‘내 조카가 왔다’며 반갑게 맞이하여 진수성찬으로 환대했다. 그러자 세 현인(賢人)이 기후 앞으로 나와 이렇게 진언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머지 않아 저 문왕은 반드시 등나라를 멸하고 말 것이옵니다. 하오니 지금 조치하지 않으면 훗날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옵니다[*臍莫及].’”
그러나 기후는 펄쩍 뛰며 듣지 않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어느 날, 문왕은 군사를 이끌고 등나라로 쳐들어왔다. 이리하여 등나라는 일찍이 세 현인이 예언한 대로 문왕에게 멸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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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삶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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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 MBC 예술단 엮음
셋 - 사랑으로 풀어내는 웃음보따리
어머니, 왜 날 낳으셨나요?
95년 3월 4일, 제게 있어 이날은 여러 가지로 기억에 남는(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입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보름만에 결혼 약속을 한 후 바로 양가 부모님 상견례 자리를 친정집에서 마련했었답니다 그이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며느리 될 사람의 집안 분위기도 보시고 정성껏 차린 음식을 그의 부모님께 대접하고 싶은 저의 생각 때문이었죠. 양가 보모님이 만나시는 날, 축복이라도 하는 듯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고, 봄의 문턱에서 탐스러운 눈이라니 얼마나 반가운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집에서의 첫만남은 생각외로 좋은 시간이었지요. 술잔이 몇 순배 오가자 당사자들 보다도 어른들께서 더 흐믓해 하시며 서로가까이 지내자며 우리들의 화제는 오간데없이 사라져버렸지요. 마당에서 양가 어머님을 교차로 세우시고 기념촬영도 했지요. 시아버님 옆에 친정어머니, 시어머님 옆에 친정아버지, 외국 대통령들이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첫만남은 부드럽게 이어졌고, 기분이 최상인 저는 생낙지랑, 소고기 육회랑, 거북할 정도로 많이 먹었죠.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버스에서 우리는 두 손을 꼭 잡고 미래의 희망만을 떠올렸어요. 그는 저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을 아끼지 않았고, 양가 어르신들이 서로 마음이 맞아 친구처럼 헤어졌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더없이 행복했죠. 이런 우리의 행복을 싣고 차는 계속 서울로 전진하고 있었죠. 그런데 대전을 지나자 눈이 녹아 미끄러워서인지 차가 많이 정체되었죠. 차가 정체되면 될수록 우리는 더욱 손을 꼬옥 잡고 미소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확인했답니다. 그런데 죽암휴게소 부근에 왔을 때, 갑자기 배가 꼬이기 시작했어요. 부글부글 끓다가 우글우글 꼬이다가..., 정말이지 정신이 없었죠. 낙지랑 소고기랑 치고받고 싸우는지... 그이를 만난지 얼마되지 않은탓도 있었지만 항상 고상(때론 고고)하게 행동했던 저였기에 그이 앞에서 원초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죠. 하지만 생리적인 현상을 어찌하겠습니까.
드디어 서울 근처에서 야단이 나고 말았답니다. 참으려고 몸을 비틀어대고 힘을 주고 아랫배에 힘을 모아 놓고 하느님, 알라신이시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이시여, 제발 이 위기에서 구해주소서! 발악에 가까운 기도를 계속했지만, 뱃속에서 천둥소리가 나더니 곧바로 줄줄 흘러나오려는 게 아닙니까. 저는 더 큰 망신 당하기 전에 용기를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말했죠.
"자기야, 자기야 좀 일어나봐. 운전수 아저씨한테 가서 차 좀 세워 달라고 해. 더는 못 참겠어. 빨리!"
잠들었던 그는 화들짝 놀라 일어나서 운전석으로 가더니 다시 돌아왔어요.
"지금 차가 1차선에 있어서 세울 수가 없대. 서울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난 참아."
그는 제 손을 꼭 쥐어주며 안타까워했어요. 그러나 제 온뭄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고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어요.
"차 좀 세워달라고 하란 말야, 빨리!"
저는 악을 써대기 시작했죠. 밤이라서 잠들었던 다른 손님들이 뒤척이며 눈을 뜨기 시작했어요. 초조해진 저는 오만상을 찌푸렸고, 그이는 운전석과 제 사이을 오가며 어쩔 줄을 몰라했어요. 그러다가 더는 이대로 의자에 앉아 있다가는 일낼 것 같아 바닥에 주저앉은 저를 보자, 그이는 신문지를 꺼내 주더군요. 아마 깔고 앉으라고 그런 모양이었어요.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저는 신문지를 딴 용도로 쓰고 말았죠. 그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전 그만... 전 그만... 저질러버리고 말았어요. 누군가의 표현대로 단숨에 예술의 경지에 오르고 만 것이었죠. 그런데 무슨 예술적 승화가 이리도 시원한지... 저의 의식은 오직 시원하게 제 볼일을 본 기쁨에만 빠져들었죠. 얼마나 시원하던지... '우주의 모든 신들이시여 감사하나이다. 이렇게도 후련할 수가...' 그러나 누가 또 그 말을 했던가.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고. 예술의 향기는 말없이 길고도 넓게 퍼져갔고, 사람들은 하나 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죠. 그제서야 오로지 창작에만 몰두했던 저는 제 인생을 저주하며 제 인생이 여기서 마감되기를 빌었답니다. 아니 시간이 영원히 정지하기를 빌고 또 빌었죠. 간절히...! 망연자실한 그이 앞에서 저의 고상하고 고고했던 자존심은 송두리째 뭉개지고 말았으니...
'어머니! 왜 날 낳으셨나요...'
잠시후 버스는 터미널에 도착했고, 저는 고개 숙인 여자가 되어 신문지를 의자 아래에 숨긴 채 조용히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었죠. 신문지 뭉치를 들고 맨 나중에 내릴 땐 거의 전 청문회 입장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쪽팔림도 잠시, 전 또 다시 '예술의 전당'으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겨우 수습을 하고 거울 앞에 서니 제 모습이 가관이더군요. 밖에 나오니 그이가 세상에서 가정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는 제 손을 잡더니 괜찮냐고 몇 번이나 물었고, 그리고는 제 손에 뭔가를 쥐어주며, '예술의 전당'에 한 번 더 가라는 거예요. 어디서 구했는지 정말 자상하기도 하지. 엄청난 감동의 물결이 가슴에서 철렁였죠. 하지만 팬티는 아줌마들이 입는 대자에 웬 자석까지 달린 자석팬티였죠. 그러나 제가 이것저것 가릴 형편입니까. 일단은 갈아입고 나갔죠. 그가 씨익 웃더군요. 저도 따라 부끄럽게 웃었죠. 다음날 그가 전화로 심각하게 말하더군요.
"많이 생각해 봤는데 아직까지 일을 가리지 못하는 여자를 어떻게 데리고 사냐? 결혼은 없었던 걸로 하고, 양가 부모님께는 내가 잘 말씀 드리겠다."
"..."
저는 아무 말도 알 수 없었고, 남편은 다시 말을 이었어요.
"꼭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결혼 후 남편을 하늘처럼 받들고 말 잘 들으면 입을 꼭 다물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비빌을 지키기가 어려울 것이야."
"네. 그렇게 할게요."
몇 번을 약속하고 그해 겨울 결혼식을 올렸지요. 그리고 그는 결혼 이후로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상기시켜 주더군요.
"고속버스 생각나."
해놓고 킥킥댄답니다.
그러면 저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 소리만 해봐라. 그때는 이혼이야. 알았어."
하고 으름장을 놓지만 그는 연신 히죽히죽 웃으며 한술 더 떠서 말 한답니다.
"장인 어른께 전화나 할까. 당신 딸 데려가라고."
'내 인생이 우째 이리 됐나. 아들만 낳아봐라. 그때는 그렇게도 안될걸. 어디 두고 보자.' 이렇게 속으로 별렀지만, 결국 신도 남자였더라구요. 저는 저를 쏙 빼닮은 딸을 낳았답니다. 결국 남편의 앞날은 무궁무진하게도 딱 트여 있고, 저의 앞날에는 어두운 터널만이 가득하게 되었죠. 우째 이런 일이...!
신이시여!
이 어린양을 불쌍히 여기시고 튼든한 아들 한 놈 보내주시어 수렁에서 저를 구원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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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 과학/예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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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운명 빅뱅과 그 이후 - 트린 후안 투안
제 5장 행성의 탄생
물리학의 신비
현대 탐정소설의 아버지인 에드거 앨런포(1809~1849)는 어둠과 시간의 모습을 포함한 우주의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포는 우주가 무한하다면 그 속에는 무한 개의 별들이 있을 것이고, 관찰자의 관찰 방법에 관계없이 별들은 '빛의 벽'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낮처럼 밤하늘도 밝아야 한다. 이런 모순에 대한 포의 답은 그 뒤에 받아들여진 과학적인 설명과 놀랄 만큼 비슷하다. 과학적인 설명에 따르면, 밤하늘이 깜깜한 것은 우주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며, 우주 공간이 너무 넓어서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별에서 오는 빛이 시간적으로 아직 우리에게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주의 완벽한 '광대무변함'을 주장하는 천문학적인 어떤 궤변도 더 이상 용납되지 않고, 어느 누구도 그것을 더 이상 고집스럽게 지지하지 않는다. 광대무변에 대한 증거는 '선험적으로' 내가 이미 그것들을 지적한 바 있듯이 나로서는 답변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도 '관측'은 우리를 둘러싼 무수한 방향에서 확실하게, 설사 전적으로 그렇지는 않더라도,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확신시킨다. (또는 다르게 생각해볼 어떤 여지도 주지 않는다. 만일 별들이 하늘에 빽빽이 차 있다면, 은하수가 그런 것처럼 하늘은 우리에게 항상 일정한 빛을 비추어야 한다.) 그 속에 점으로 된 별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은하수가 걸려 있는 배경 전체가 하나의 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망원경으로 수많은 방향에서 찾아낸 어둠의 공간을 인정하고, 보이지 않는 하늘의 배경까지의 거리가 굉장히 멀어서 그 먼 곳엥서 오는 빛이 아직 우리에게 전혀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럴 수 있음을 감히 누가 부정할 것인가? 나는 이렇게 말할 뿐이다. 우리는 옳다고 믿을 만한 증거의 흔적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 다음으로 고립된 우주를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고립된 우주를 우리 감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우리 '집단들 속의 집단'-도처에서 우주 속의 수많은 빈터를, 이를 지지하지 않는 모든 인간의 지각 속으로 확장시키려는 모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이 별들의 우주의 한계 때문에, 감각 이상의 증거를 제시하도록 요구받는 동안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범위 너머에 있는 물적 증거가 없다고 결론짓는 것이 옳은가? 이 눈에 보이는 우주-집단들 속의 집단-가 단지 집단들 속의 집단들 속의...... 하나일 뿐이며, 맨 바깥의 집단들은 거리가 멀어서 보이지 않는 것-그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심하게 산란되어 버리기 때문에 우리의 망막에서 영상을 맺지 못하거나, 이루 말할 수 없이 멀리 떨어진 세계에 있는 빛의 방출이 전혀 안 되는 물체이거나, 마지막으로 단순히 공간이 너무 엄청나 우주에서 그들의 존재를 알리는 전파가 그 공간을 다 가로지르지 못한 채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리고 있거나-이라고 추론할 수 있는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가, 없는가? 추론할 수 잇는 약간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이 상상을 증거하는 근거가 있는가? 그것들에 대한 정당성이 어느 정도 있다면, 그것들을 무한히 연장하는다 대해서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인간은 분명히 '무한성(조물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상상이라는 유령을 좋아한다. 불가능한 생각을 애타는 심정으로, 그 생각이 마음에 떠오르면 지적으로 믿어보려는 기대를 안고 간절히 기다리곤 한다. 모든 인간 종족들은 비슷한 면이 있으므로 어떤 종족도 심각한 비정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적으로 우수한 종족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종족에 대해 나머지 종족의 선입견이 갖가지 편집증을 드러내며 슬며시 나타난다. 어쨌든 내 문제에는 여전히 답이 없다. -우리에게 추론할 수 있는 약간의 권리가 있다면 상상에 그치기보다는 말을 하려고 한다.-집단들 속의 집단들로 끝없이 이어지는 구조와 우주의 구조는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이 경우에 감히 상상력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그 뻔뻔스러운 상상력에 확실한 기대를 걸고서 말이다. 나는 오직 한 개인으로서 단언하려 한다. 나 스스로 더 이상 동의를 구하는 것을 과감히 그만두고 무한한 계층거 구조의 우주라는 생각을 추진해갈 것이다. 무한한 계층적 구조의 우주는 비교적 우리가 홀로 죽 생각하던 것과 닮았다. 적어도 우리 자신의 특별한 우주(Universe: 삼라만상)에서 통일성(Unity:단일성)으로 외귀하기 전까지는, 그러나 만일 그런 집단들 중의 집단들이 존재한다면-그게 사실이겠지만-우리 우주의 유래에 대해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들이 우리 우주의 법칙에 간여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그것들은 우리의 주의를 끌지 못하듯 우리도 그것들의 주의를 끌지 못한다. 그것들에 속한 영(靈)이 우리의 영이 아니듯 그것들에 속한 것은 우리 우주의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다. 그것들은 우리의 감각이나 영혼에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것들과 우리 사이에는-우선 집합적으로 모든 것을 생각할 때-공통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없다. 각각, 떨어져서, 별도로, 자신만의 고유하며 특별한 신의 품속에 안겨서 존재하는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 '유레카: 물질적인 우주와 영적인 우주에 대한 에세이', 1902년(1848년 초판 발행)
3차원 공간(전후, 좌우, 상하)에서는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지만, 시간 여행에서는 오직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다. 또한 거시적인 수준의 법칙인 불개변성(不改變性)은 시간에 따라 무질서도를 증가시키는 열역학적 '화살'의 지배를 받는다. 예를 들면, 얼음은 햇빛에 녹고, 버려진 성당은 무너져 돌무더기로 변하며, 장미는 시든다. 시간의 세 번째 방향은 우주가 확장되고 있는 방향이다. 이 우주론적 '화살'이 존재하는 것은 외부 은하들이 점점 멀어지며, 그 사이의 공간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이 세 가지 화살 사이의 관계에 약간의 빛을 던져주려 하고 있다. 먼저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열역학 제2법칙은 무질서한 상태가 질서의 상태보다 언제나 더 많다는 사실로부터 나온다. 예를 들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조각그림 맞추기 놀이의 조각들을 생각해 보자. 이 조각들을 완전한 그림이 이루어지게 배열하는 방법은 한 가지, 오직 한 가지뿐이다. 한편 조각들을 무질서한 상태로 만들어 그림이 되지 않게 하는 배열 방법은 무수히 많다. ...... 조각그림들이 처음에 상자 속에서 질서 있게 배열돼 완전한 그림을 이룬 상태라고 생각해 보자. 만일 상자를 흔들면 조각들은 배열이 달라진다. 아마도 조각들은 완전한 그림을 이루지 못한 채 무질서한 배열을 이룰 것이다. 무질서한 배열 상태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아직은 조각들 중 일부가 여전히 그림의 몇 부분을 이루고 있겠지만, 상자를 많이 흔들수록 그러한 부분들도 사라져, 조각들은 그림을 일부조차 이루지 못한 채 뒤죽박죽된 상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조각들이 질서 있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초기 조건을 따른다고 하면, 필시 조각의 무질서도는 시간에 따라 증가한다. ...... 왜 우리는 열역학적 화살과 우주론적 화살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가? 다시 말해, 왜 무질서도는 우주가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으로 증가하는가? ...... 수축 단계의 상태는 "왜 무질서도는 우주가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으로 증가하는가?"하는 질문을 하는 지적 생명체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무경계 조건이 예상한, 우주의 초기 단계에서 일어난 급격한 팽창은 우주가 재수축을 피할 수 있는 임계율 가까이에서 팽창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주는 오랜 시간 동안 수축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때가 되면 모든 별은 다 타버릴 것이고, 그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는 가벼운 입자들과 복사선으로 변환될 것이다. 그러한 우주는 거의 완전한 무질서 상태이다. 따라서 거기에는 강력한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도 없을 것이다.
이미 우주가 거의 완전한 무질서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무질서도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강력한 열역학적 화살은 지적 생명체의 활등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생존하기 위해 인간은 질서 있는 상태의 에너지인 열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므로 수축 단계의 우주에서 지적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왜 우리가열역학적 시간의 화살과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보게 되는지를 설명해준다. ...... 요약하면, 과학 법칙들은 시간의 앞 뒤 방향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기에는 적어도 과거와 미래를 구별하는 세 개의 시간의 화살이 있다. 그것은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 즉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시간의 방향과 심리학적인 화살, 즉 우리가 미래가 아닌 과거를 기억하는 시간의 방향과, 우주론적 화살, 즉 우주가 수축이 아닌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이다.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 빅뱅에서 블랙홀까지',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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