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사원
하는 일은 가장 많으면서도 받는 대우는 가장 적은 고용인이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제일 먼저 참혹한 겨울 예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작은 따스함에도 쉽게 언 가슴이 녹고 작은 감동에도 쉽사리 눈시울이 젖는다. 아직 기계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공처가
마누라에게 공포심을 느끼며 살아가는 남편들을 일컬어 공처가라고 한다. 공처가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면 경처가가 되는데 마누라 옷자락만 스쳐도 경기를 일으키는 남편들을 말한다. 모두 마누라를 상전처럼 떠받드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남편을 공처가나 경처가로 만드는 여자는 남편으로부터 사랑 받기를 포기한 여자다. 사랑 받기를 포기하고 존경받기를 갈망하는 여자다. 남편의 가슴 안에 안주하기보다는 머리 위에 군림하고 싶어하는 여자다. 비록 평지풍파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애처가보다 행복해 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학구파
학점구걸파의 준말.
개밥그릇
개의 먹이를 담을 수 있는 지상의 모든 그릇.
고드름
겨울의 수염. 동장군의 이빨. 북풍의 발톱.
편지
자신이 생각이나 마음을 문자로 바꾸어 타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통신수단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문자의 발생연대와 편지의 발생연대는 동일하다. 포괄적 개념으로 정리하면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록이 편지나 다름없다. 오늘날은 고독의 터널 속에 갇힌 사람들의 생존여부를 알리는 통지서로 널리 이용된다. 때로는 한 줄의 편지가 인생을 바꾸게 만들고 때로는 한 줄의 편지가 영혼을 구원케 만든다. 봄날의 햇빛 속에 흩날리는 꽃잎도 겨울의 바람 속에 흩날리는 눈보라도 소식의 천사 가브리엘이 배달하는 하나님의 편지다. 그 속에 온 우주가 아름답다는 하나님의 말씀이 적혀 있다.
벽
일반적으로 어느 지역이나 지점을 수직의 면으로 가로막아 공간을 한정시키는 설치물을 벽이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상징적으로는 뛰어 넘을 수 없는 한계점을 벽이라고 하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떤 인간들은 마음 안에도 벽을 만든다. 벽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둔다. 어떤 군주들은 악법으로 써 나라의 벽을 만든다. 벽을 만들어 온 백성을 가둔다. 벽은 가두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 안에 벽이 없는 인간은 마음밖에도 벽을 만들지 않는다. 바로 자유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