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자신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욕망이라고 하고 타인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소망이라고 한다. 욕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희생이 필요하고 소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이 필요하다. 욕망은 영웅을 따라 다니지만 소망은 신을 따라 다닌다. 그러나 소망과 욕망은 같은 가지에 열려 있는 마음의 열매로써 환경의 지배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형태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호롱불
초가삼간 토담 벽에 펄럭이는 세월이다. 세월 속에 피어나는 한 송이 연꽃이다. 어머니 귀밑머리에 스며드는 놀빛이다. 천년을 침묵으로만 다스려 온 설레임의 불꽃이다. 겨울밤 심지가 타 들어가는 아픔으로 피워 올린 그리움이다. 흥건한 눈물이다.
동지
시간이 결빙된다. 세월이 정지한다. 숲이 해체된다. 들판은 백설에 덮여 밤에도 눈부시고 하늘은 빙판 같아서 달빛이 더욱 시린데 강물은 얼음 밑에서 속삭임을 죽인다. 일년중 빔이 가장 긴 날이다. 가슴에 아직도 그리움이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면의 고통도 가장 긴 날이다.
빙하시대
지구의 전 생명체가 신으로부터 냉동시설의 혜택을 가장 공평하게 받았던 시대.
굶주림
인간을 가장 비굴하게 만든다. 인생을 가장 비참하게 만든다. 인격을 가장 비참하게 만든다. 자신을 동물 이상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자들에게는 죽음보다 잔인한 형벌이다. 그러나 현자는 육신의 굶주림을 통해 정신의 배부름을 얻음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다른 점을 보여준다.
촛불
가섭이 들어올린 한 송이 연꽃이다. 어둠 속에 벙그는 부처님의 미소다. 살이 녹고 뼈가 타서 적멸의 빛이 된다. 중생들도 대개 자신이 촛불처럼 어둠을 밝히는 존재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살을 녹이고 뼈를 태우는 일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으므로 아직도 세상에는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부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서양으로부터 건너온 기독교인들의 가장 화려한 축제일이다.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고 신의 사랑을 더욱 널리 전파할 것을 마음 속 깊이 다지는 날이다. 그러나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며 찬양하는 교인들은 많아도 예수의 탄생에 즈음하여 아무런 죄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아기들의 영혼에 축복이 내리기를 기원하는 교인들은 매우 드물다.
우상
인간이 만든 신. 무지와 욕심이 결합해서 탄생시킨 미신의 길잡이 또는 어떤 계층에게 절대적 추종자로 지목되는 인격체. 신과 우상이 다른 점은 그 절대성에 있다. 우상은 그 절대성이 순간적이고 신은 그 절대성이 영속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