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큰 전투를 치르고 나서 부상당한 병사 한 명이 애타게 물을 찾고 있었습니다. 마침 군종목사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얼마의 물이 남아 있었습니다. 군종목사는 수통을 그 병사에게 건넸습니다. 병사는 무심코 그 물을 마시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소대원들의 눈이 자기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들 또한 목이 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었습니다. 그는 목마른 것을 꾹 참고 그 수통을 소대장에게 넘겨 주었습니다. 소대장이 그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습니다. 소대장은 그 수통을 받아들더니 입에 대고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마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부상당한 병사에게 다시 그 수통을 넘겨 주었습니다.
부상당한 병사가 물을 마시려고 보니 수통의 물은 조금도 줄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 병사는 소대장의 뜻을 짐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부상당한 병사는 수통을 입에 대고 소대장처럼 꿀꺽 소리를 내며 맛있게 물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수통은 다음 사병에게로 전해졌습니다. 소대원들은 모두 꿀꺽꿀꺽 물을 마셨습니다. 마침내 수통은 군종목사에게로 돌아갔지만 그 수통의 물은 처음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나 갈증을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