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를 600개나」(시인 천양희) 2009년 6월 23일_마흔번째 |
제자가 스승에게 주례를 부탁했다. ‘자네와 결혼할 여성은 어떤 사람인가?’ ‘미소를 한 600개나 가진 여성입니다.’ 스승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주례를 승낙했다. 미소를 100개도 제대로 못 가진 나는, 그 스승과 제자의 문답이 늘 잊혀지지 않는다.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미소를 600개나 가진 여성, 어떤 미인이라도 미소를 600개나 가진 여성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이다.
몸이 아플 때나 괴로울 때, 화가 몹시 날 때 한 번도 웃지 않고 하루를 보낼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나 자신에게 기가 막혀 할 말을 잃게 된다.
웃으면서 아프고 웃으면서 괴로워하고 웃으면서 화를 내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생각하면서도,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하나만은 그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는 입으로는 화를 내고 눈으로는 웃으라고 하지만, 그건 너무 어려운 방법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살짝 빌려온다. ‘그동안 우리 집 주차장을 쓰레기장으로 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의 쓰레기장 개방을 중단하오니 이 점 널리 양해 바랍니다.’ 미소를 600개나 가진 여성과 결혼하는 그 남자가,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터득한 움베르토 에코가 부러운 것은 세상의 바보로 살더라도 웃음보를 터뜨리고, 웃음꽃을 피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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