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인데 우리 손잡고 잡시다」(시인 유안진) 2009년 5월 15일_열네번째 |
첫날밤인데 우리 손잡고 잡시다 어젯밤 손잡고 자느라 피곤하니, 오늘밤은 손놓고 잡시다
오죽했으면 열 자식이 악처 하나만 못하다는 말도 생겨났겠는가. 너무 너무 외로워진 80대 할아버지가 결혼을 하겠다고 호령호령하자, 자식들은 하는 수 없이 모여 의논했다. 돌아가시면 후회될 수도 있다는 의견과 아무도 뫼시고 싶지 않다는 계산이 맞아떨어져, 드디어 신붓감을 구하기로 하고, 수소문했으나 응모하는 신붓감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신문방송에 광고를 냈더니, 딱 한 분의 응모자가 있었는데 90대 할머니였다. 그도 그럴 것이 80대 노인에게 시집올 신부는 90대 할머니밖에 더 있겠는가. 자손들은 그 신부마저 놓칠까 봐 서둘러 결혼식을 치러 드렸다. 결혼식 치르느라 시달릴 대로 시달린 신랑은 신방에 든 신부 옆에 누우니, 피곤이 한꺼번에 덮쳐왔다. 예식 땜시 마이 피곤하제?, 첫날밤이니 우리 손잡고 잡시데이 새신랑과 새 신부는 그렇게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곯아떨어져 잘 잤다. 다음날 밤이 되자, 80대 신랑은 90대 신부 옆에 누우면서 다시 말했다. 간밤엔 손잡고 자느라 되기 고단했지라우, 온밤(오늘밤)엔 손놓고 자지라우 했단다. |